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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면역항암 치료 효과 사람마다 다른 이유, ‘종양 돌연변이’ 때문 아니었다
대장암 면역항암 치료 효과 사람마다 다른 이유, ‘종양 돌연변이’ 때문 아니었다
  • 정민구 기자
  • 승인 2021.12.27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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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김정호 교수 연구팀·연세대 김상우 교수 연구팀, 공동연구 통해 원인 규명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대장암 조직 73례 수집 후 유전체 및 전사체 통합 오믹스 분석 시행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를 이용한 생명정보학 분석 수행
종양의 조직학적 유형, KRAS의 돌연변이 여부, 신호전달경로의 활성화 여부 중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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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1943년에 개발된 최초의 항암제 ‘나이트로젠 머스터드(호지킨 림프종 치료)’를 시작으로 항암치료 분야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현재까지도 암은 정복되지 않은 질병이다.

최근 항암치료 분야에서는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Blockade)를 이용한 면역 항암 치료법(Immunotherapy)이 주목받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기존의 1세대 화학 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은 3세대 기술이다.

2010년 이후 개발된 면역항암제는 인간의 면역시스템을 활용한 항암제다. 이 항암제는 면역기작에 초점을 맞춰 면역력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특정 표적을 두는 것이 아닌 다양한 암종으로 확장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치료제와 병용투여가 가능해 효과가 뛰어나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에 대해 자연스럽게 유발될 수 있는 체내의 면역학적 공격력을 회복시킴으로써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 등이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의 가능성은 줄이면서 높은 항암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특정 종류의 대장암 치료에서도 면역항암제 치료가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면역치료 반응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반응이 다른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보다 세분화된 대장암(현미부수체 불안정성 대장암) 분류 제안 모식도
(사진=서울대학교병원 병리과 김정호 교수)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대장암 조직 73례 수집 후 유전체 및 전사체 통합 오믹스 분석 시행

이제까지 학계의 정설은 대장암에서 면역반응의 차이를 불러오는 가장 큰 요인은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icrosatellite Instability, MSI)이며, 이러한 현미부수체 불안정성이 양성이면 암세포 내 돌연변이 숫자(종양 돌연변이 부담, Tumor Mutational Burden, TMB)가 매우 증가해 신생 항원(Neoantigen)의 양이 많아지므로 종양에 대한 면역반응이 강하게 유발된다는 것이었다.

현미부수체 불안정성이란 세포 내의 유전자들이 쉽게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상태로, 종양세포로 변할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대장암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서울의대 김정호 교수팀은 현미부수체 불안정성이 양성임에도 불구하고 면역반응이 매우 낮게 관찰되는 이례적인 양상의 대장암들이 존재함을 인지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규명이 기존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연구가 필요함을 절감하고, 관련 연구를 시작해 원인을 찾게 됐다.

한국연구재단은 김정호 교수(서울대학교 병리과), 김상우 교수(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공동 연구팀(공동 1저자 연세대학교 서미경 박사, 공동교신저자 서울대학교 강경훈 교수)이 면역치료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특정 종류의 대장암에서 실제 면역치료 반응이 매우 다양함을 확인하고, 반응성 차이의 원인을 새롭게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기본 연구, 중견 연구, 신진 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종양 면역학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포 이뮤노테라피 오브 캔서(Journal for ImmunoTherapy of Cancer)’에 12월 13일 게재됐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대장암의 면역학적 차이와 분자적 관련성을 밝히고자 했던 소수의 기존 연구들이 있었지만, 기존 연구들은 연구 특성을 고려한 계획적인 샘플 수집 및 변수 통제에 한계가 있어 연구 결과의 엄밀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존 연구들은 분자적 변화를 탐색하기 위하여 단편적인 분석만을 시행했던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이번 연구는 DNA 및 RNA 수준에서의 유전체 및 전사체 통합 오믹스(Omics) 분석을 시행한바 기존 연구들과는 차별화되는 최초의 종합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종양의 조직학적 유형, KRAS의 돌연변이 여부, 신호전달경로의 활성화 여부 중요

서울대 김정호 교수 연구팀은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대장암 조직 73례를 수집하고, 면역조직화학염색과 디지털 이미지 분석기법 등을 통해 종양의 면역 미세환경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예상과 다르게 이들 대장암의 면역반응 정도가 매우 다양하며, 일부는 매우 낮은 면역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연세대 김상우 교수 연구팀은 면역반응이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의 유전자 특성을 찾아내기 위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를 이용한 생명정보학 분석을 수행한 결과,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대장암의 특징으로 알려진 돌연변이 수는 면역반응과 관계가 없음을 알아냈다. 이는 기존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연구 결과다.

실제로 면역반응에 중요한 것은 점액성 같은 종양의 조직학적 유형과 종양유전자 KRAS의 돌연변이 여부, 세포증식에 관여하는 신호전달경로(Wnt 및 Notch)의 활성화 여부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대장암을 새롭게 분류하고,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는 혈관신생 관련 분자와 면역 관련 분자 등을 도출했다.

김정호 교수는 “현재까지의 종양 면역학적 관점에서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양성 종양은 종양침윤림프구 등의 면역반응이 항상 높게 나올 것이라는 전제하에 면역치료의 중요 표지자로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면역관문억제제의 치료 효과도 아직은 50% 정도에 그치고 있어 단순히 돌연변이 부담이 높은 것이 면역반응의 절대적 결정요인이 아님을 암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탈피해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대장암의 면역반응이 다양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 이번 연구의 일차적인 성과이며, 나아가 이 연구를 통해 높은 돌연변이 부담에 의한 면역반응 유발 요인을 크게 저해시킬 정도의 방해 인자가 무엇인지에 대해 핵심 단서들을 도출할 수 있었다는 점이 기존 연구와는 차별화되는 중요 성과라고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상우 교수는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양성 대장암의 면역반응 차이를 유전체 수준으로 밝힌 최초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면역치료에 최적화된 대장암의 새로운 분자적 분류법을 확립하고, ▲면역반응이 저하된 대장암에 관해 혈관신생 및 CD200 분자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를 적용하여 실제 임상적 치료 전략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바이오타임즈=정민구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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