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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혈 대신 극소량의 소변으로 전립선암 진단한다
채혈 대신 극소량의 소변으로 전립선암 진단한다
  • 정민구 기자
  • 승인 2021.08.12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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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유래 엑소좀 내 마이크로RNA 신호 증폭 기술 개발
하이드로젤 마이크로입자 기반 마이크로RNA 검출 기술과 핵산 혼성화 연쇄반응 융합
엑소좀 내 마이크로RNA로 다양한 질병을 정확하고 민감하게 진단할 것으로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비침습적인 전립선암 진단 방법에 대한 필요성이 계속해서 대두되어 온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채혈을 하지 않고도 극소량의 소변만으로 전립선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지난 수 십 년간 전립선암 검사를 위해서는 전립선 특이 항원(PSA) 검사가 가장 널리 쓰여 왔다.

하지만 이 방법은 특이도가 낮고 위양성이 높기 때문에 불필요한 조직검사, 수술 및 방사선 요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무용론이 끊이지 않았던 진단 방법이기도 하다.

이를 해결 또는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비침습적인 전립선암 진단 방법에 대한 필요성이 계속해서 대두되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질병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되는 마이크로RNA, 그중에서도 엑소좀 내 존재하는 여러 종류의 마이크로RNA를 검출해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로 이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채혈을 하지 않고도 대단히 적은 양의 소변만으로 전립선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립선암 환자군과 정상 대조군의 소변 유래 엑소좀 내 마이크로RNA 동시 다중 신호 증폭 및 임상진단 활용 가능성 검증(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고려대학교 김준범 학생연구자)
전립선암 환자군과 정상 대조군의 소변 유래 엑소좀 내 마이크로RNA 동시 다중 신호 증폭 및 임상진단 활용 가능성 검증(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고려대학교 김준범 학생연구자)

◇소변 유래 엑소좀 내 전립선암 관련 마이크로RNA 신호 증폭 기술 개발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최낙원, 강지윤 박사, 고려대학교 봉기완 교수 공동 연구팀이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강성구 교수, 심지성 교수와 협력하여 소변에 대단히 적은 양으로 존재하는 엑소좀 내 전립선암 관련 마이크로RNA를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엑소좀은 세포 외 소포체라고도 불리며 세포들 사이 또는 세포와 외부 환경의 끊임없는 정보 교환을 위해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는 세포 유래 물질이다. 엑소좀 안에는 DNA, RNA,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어 유래된 세포의 상태와 정보를 알 수 있으며, 혈액, 소변, 침, 눈물 등 다양한 체액에 존재한다.

그리고 마이크로RNA은 약 20~25개의 핵산으로 구성된 짧은 RNA의 일종으로 메신저 RNA(mRNA)와 같은 전사(Transcription) RNA의 기능을 못하도록 막거나 유전자 발현의 후전사(Post-Transcription) 조절을 한다.

체액 내 엑소좀에 함유된 마이크로RNA가 다양한 질병과 연관되어 있음이 알려지면서, 그간 전립선암 진단을 위한 마커로 엑소좀 내 마이크로 RNA가 고려되어 왔다.

하지만 분비되는 엑소좀이 적은 데다 엑소좀 내 마이크로RNA 농도 역시 낮아 진단에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적은 샘플에서 효율적으로 마이크로RNA를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특히 미량의 핵산을 검출하는 데 널리 쓰이는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qPCR)은 짧은 염기 서열을 가진 여러 마이크로RNA를 검출할 때 비특이적 증폭이 일어날 수 있어 적합하지 않다.

이에 연구팀은 아주 적은 양의 마이크로RNA 신호를 하이드로젤 안에서 증폭하여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실제 이를 이용해 정상인과 전립선암 환자의 소변 샘플 0.6ml 에서 마이크로RNA 발현 양 차이를 민감하게 검출해냈다.
 

하이드로젤 마이크로입자를 이용한 소변 유래 엑소좀 마이크로RNA 신호 증폭 기술(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고려대학교 김준범 학생연구자)
하이드로젤 마이크로입자를 이용한 소변 유래 엑소좀 마이크로RNA 신호 증폭 기술(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고려대학교 김준범 학생연구자)

◇엑소좀 내 마이크로RNA로 다양한 질병을 정확하고 민감하게 진단할 것으로 기대

기존 하이드로젤 마이크로입자 기반 마이크로RNA 검출 기술과 핵산 혼성화 연쇄반응은 각각 민감도가 떨어지거나 다중검출에 제한이 있다는 한계점이 존재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두 기술을 융합함으로써 두 단점을 모두 보완했다.

그 결과 기존 대비 약 35배 더 우수한 민감도를 가지며, 이를 통해 실제 소변에서 채취한 엑소좀 내 마이크로RNA를 검출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RNA 바이오마커 쌍의 발현 비율로 질병을 진단하는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채취 당시의 상태에 따라 농도가 쉽게 변하는 소변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검출 신호를 표준화하지 않고도 전립선암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다.

기존 PSA 검사의 경우 민감도 90% 기준 특이도 30%를 가지고 있는데, 이보다 약 2.2배 높은 68%의 특이도를 보였다. 이는 기존 마이크로RNA 검출법 대비 약 67배 적은 부피의 샘플로 얻은 결과이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채 1 ml도 되지 않는, 0.6 ml의 미량 소변에서 엑소좀 내 마이크로RNA를 추출해 전립선암 진단에 성공한 최초의 성과이다.

연구팀은 엑소좀 내 마이크로RNA가 질병 특이도 높은 바이오마커로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개발한 체액 분석 기술을 활용하여 전립선암 외에도 다양한 질병을 보다 정확하고 민감하게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낙원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전립선암 환자 19명, 정상인 19명의 소변 내 엑소좀 마이크로RNA를 검출했는데, 앞으로 코호트 규모를 확장시켜 보다 확실한 전립선암 확진 마커를 발굴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기술은 기존 PSA 검사를 대체 또는 상호 보완하는 소변 검사로 활용될 수 있다. 실용화를 위해서는 비숙련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현재의 하이드로젤 마이크로입자를 키트화하여 비숙련자의 반복 실험 시에도 재현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선도연구센터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바이오센서 분야 국제학술지 바이오센서스&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 Bioelectronics) 7월 1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바이오타임즈=정민구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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