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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일으키는 ‘세포막 단백질’ 찾았다
간암 일으키는 ‘세포막 단백질’ 찾았다
  • 정민구 기자
  • 승인 2021.07.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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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막 단백질 TM4SF5, 지방간, 지방간염, 간암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
간암에 관여하는 대표적 종양 단백질과 세포막 단백질의 결합 방해 위한 펩타이드 제안
간암을 포함하는 간 질환 제어 가능 바이오의약품 개발의 근거 마련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간암은 2016년 기준으로 폐암에 이어 우리나라 사망률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암으로, 만성 B형간염, 만성 C형간염이나 간경변증 등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대부분 발생한다.

간암은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에게서 발병률이 높고, 생존율이 2019년 기준으로 37%에 이르는 난치 암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간 질환은 만성적 질환으로서 우리나라 경제활동의 주역인 40~50대 국민의 가장 높은 의료비용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마땅한 억제제가 없는 상황이다.

간암 발병에 대해서는 지방간, 지방간염의 단계에서 간 섬유화, 간경화를 거쳐 암으로 심화한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한 메커니즘 규명과 함께 효과적 치료제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20년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방간과 지방간염, 간암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막 단백질을 규명했다.
 

TM4SF5 결합에 의한 종양단백질 c-Src 활성화 상세 기전 규명(사진=이정원 서울대 교수)
TM4SF5 결합에 의한 종양단백질 c-Src 활성화 상세 기전 규명(사진=이정원 서울대 교수)

◇세포막 단백질 TM4SF5, 지방간, 지방간염, 간암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

한국연구재단은 이정원 교수(서울대학교), 최선 교수(이화여자대학교) 연구팀이 간암 등에 관여하는 대표적 종양 단백질 c-SRC와 세포막 단백질 TM4SF5의 결합을 방해하기 위한 펩타이드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20여 년 동안 TM4SF5(transmembrane 4L six family member 5)라는 세포막 단백질과 간 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해 지속해서 연구해 왔다. 특히 최근 연구 결과를 통해 TM4SF5가 정상 간에서는 발현이 미미하다가, 염증 등을 동반하는 대사 및 염증의 비정상적 질환 환경 및 단계에서 발현이 증가하면서, 지방간,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의 발병과 간암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밝혀냈다.

이정원 서울대 교수는 “TM4SF5가 197개의 비교적 적은 수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지고 세포막을 4번씩이나 통과하는 막단백질이지만, 세포 외부 노출 부위뿐 아니라, 세포 내부로 노출된 부위가 비교적 적으면서도 중요한 세포 내외부 단백질들과 결합하여 신호전달 과정들의 활성을 초래하는 것으로 파악되어 왔다”라며 “비교적 짧은 C-꼬리 부위(C-Terminus)가 어떻게 세포 내부의 신호전달 활성과 연계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측면이 어떻게 간암을 포함하는 간 질환 유발로 이어지는지 기전적으로 규명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TM4SF5는 세포막을 관통하는 단백질로 주로 정상 간보다 간암에서 발현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 종양 단백질 c-SRC와 TM4SF5의 결합은 세포의 증식이나 이동과 관련된 신호를 활성화해 종양을 유발하며, 특히 마땅한 억제제가 없고 메커니즘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만성 간 질환에서도 이들 단백질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세포막단백질 TM4SF5와 세포질단백질 c-Src의 결합 모델(사진=이정원 서울대 교수)
세포막단백질 TM4SF5와 세포질단백질 c-Src의 결합 모델(사진=이정원 서울대 교수)

◇간암에 관여하는 대표적 종양 단백질과 세포막 단백질의 결합 방해 위한 펩타이드 제안

연구팀은 분자모델링과 돌연변이 연구를 통해 간암에서 많이 발현되는 세포막 단백질 TM4SF5이 종양 단백질 c-Src와 결합하는 부위를 상세히 밝혀냈다. TM4SF5의 C-꼬리 부위(C-terminus)가 세포질에 존재하는 불활성화된 c-Src와 결합하여 c-SRC를 세포막으로 데려오고 여기에 탈인산화효소까지 결합하여 c-SRC를 활성화시키는 기전을 제시했다.

c-Src는 여러 종류의 암종에서 활성화되기에 종양 유전자로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이에 대한 적절한 제어는 유망한 항암 전략으로 여겨진다. 이번 연구를 통해 세포막에 스스로 다가갈 수 없는 불활성화된 c-Src 형태라 할지라도, TM4SF5와의 결합에 의해 세포막에서 활성화되는 새로운 기전을 확인한 것이 이번 연구의 성과다.

또한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두 종양 단백질의 결합을 막을 수 있도록 TM4SF5의 C-꼬리 부위를 닮은 펩타이드 조각을 설계했다. 아울러 TM4SF5와 c-Src의 결합을 방해하는 TM4SF5의 C-꼬리 부위에 해당하는 펩타이드를 세포 내부로 침투하기 쉽게 한 형태로 처리함으로써, 간암 발병 및 암 전이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돌연변이 분석 및 구조 모델링을 통해 TM4SF5와 c-Src의 결합 기전을 원자 수준에서 규명했다.

실제 이 펩타이드 조각을 종양 생쥐모델 및 폐로의 전이암 형성이 유발되는 동물모델에 넣어준 결과, 암 형성 및 폐로의 전이 정도가 대조군에 비해 저하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분자모델링과 돌연변이 연구를 통해 종양 단백질 상호작용 부위를 상세히 규명함으로써 이 같은 상호작용을 저지할 수 있는 억제제 개발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뿐만 아니라 TM4SF5와 c-Src의 결합을 막아 c-Src 활성화를 제어할 수 있는 펩타이드 개발의 단서를 확보함으로써, 중요한 간암을 포함하는 간 질환 제어 가능 바이오의약품 개발의 근거를 마련했다.

이종원 교수는 “다양한 암종에서 중요한 암유전자로서 c-Src의 활성화를 설명하는 내용 중에서도, 특히 c-Src의 세포막 근접에 따른 활성화 기전이 또 다른 식으로 설명된 것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라 볼 수 있다”라며 “ c-Src 자체에 세포막에 위치할 수 있는 수단(지방분자들과의 연결)이 없을 때도, 세포막 단백질인 TM4SF5의 결합을 통해 세포막에서 활성화가 초래될 수 있는 것이 새로운 측면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사업, 선도연구센터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및 국가슈퍼컴퓨팅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이번 연구의 성과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Theranostics’에 7월 6일 게재되었다.

 

[바이오타임즈=정민구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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