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강 세균이 대장암 증식 촉진하는 메커니즘 밝혀, MSKCC 백정은 박사
[인터뷰] 구강 세균이 대장암 증식 촉진하는 메커니즘 밝혀, MSKCC 백정은 박사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10.19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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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의학자 백정은 박사 논문 제1저자로 참여
대장암세포 성장 촉진하는 FadA와 타깃 단백질 규명
FadA ‘대장암 바이오마커’ 활용, 후속 연구 수행

[바이오타임즈] 통계청이 1983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로 암은 38년째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대장암은 최근 10년 사이 환자가 2배나 증가하며 위암에 이어 암 발생률 2위에 올랐다.

대장암은 육류 및 가공식품의 비중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서구식 음식문화의 영향과 흡연, 음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몇 년 전부터 치주질환이 대장암 위험과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 치과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치주질환을 유발하는 세균과 대장암에 관련한 논문에 제1저자로 참여한 백정은 박사를 본지가 만나 최신 연구에 대해 알아봤다.

 

암 발생 2위 대장암, 젊은 층도 증가 추세

지난해 연말 국립암센터가 공개한 ‘국가 암등록사업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암 발생 환자는 총 23만2,255건에 달한다. 대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2만8,111건(12.1%)으로 위암 2만9,685건(12.8%)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2017년 주요 암종 발생자수 (출처: 보건복지부)
2017년 주요 암종 발생자수 (출처: 보건복지부)

같은 기간 대장암 환자의 남녀 성비는 1.5대1로 남성이 더 높았고, 연령별로는 70대 26.0%, 60대 25.9%, 50대 21.2% 순으로 나타났다. 대한대장항문학회도 대장암의 빈도가 50대부터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여 50세부터 5년마다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대장암은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암이라고 불릴 만큼 정기 검진으로 조기 발견하면 일반적인 치료가 가능한 암이기도 하다.

하지만 초기증상이 거의 없는 대장암의 특성상 정기 검진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젊은 층이 대장암에 걸릴 경우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20~40대 대장암(결장암, S상결장암, 직장암) 환자 수는 총 14,593명으로 2018년 13,396명에서 1,200명 가까이 증가해 젊은 대장암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장암의 원인으로는 가족력 등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모두 작용하지만, 환경적 요인이 발병에 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국립과학원(NAS)과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가 대장암 발병의 위험요인으로 명시한 고지방 섭취 등 식생활 습관 외에도 흡연, 음주, 운동 부족, 비만, 잘못된 배변 습관 등이 주요 원인으로 보고된다.

미국 뉴욕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MSKCC)의 백정은 박사는 “대장암은 개개인별로 각기 다른 다양한 인자들이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진행되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대장암에 대한 연구가 서구적인 식습관과 유전적 돌연변이에 주목하여 진행되고 있었지만 “최근 인체 세균총이 직접적으로 대장암 발병에 관여함이 밝혀짐에 따라, 대장암을 유발하는 세균총을 대장암의 조기진단과 치료에 적용하려는 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장암 증식 유발하는 세균의 특정 단백질 등 규명

백정은 박사는 미국 컬럼비아대 치과대학 위핑 한(Yiping W. Han) 교수팀이 지난해 충치에 관여하는 구강 세균 중 하나인 퓨조박테리움 뉴클레아툼(Fusobacterium nucleatum)이 어떻게 대장암 증식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분자적 기전을 밝힌 논문에 제1저자로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해당 논문은 분자세포생물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엠보 리포트(EMBO reports)’에 게재됐다.

2012년부터 다양한 연구소에서 장내 세균총 분석을 통해 구강 내에만 존재한다고 알려졌던 퓨조박테리움 뉴클레아툼이 대장암 환자의 장내에서도 다량으로 발견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대장암 3분의 1이 퓨조박테리움 뉴클레아툼과 관련이 있으며 이 세균과 연관이 있는 대장암은 공격적인 경우가 많지만, 그동안 이 세균이 대장암 유발에 관여하는 구체적 메커니즘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백 박사는 “연구팀의 초기 연구를 통해 퓨조박테리움 뉴클레아툼이 폐암, 전립선암, 유방암, 방광암 등 다른 암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특이적으로 대장암 세포에서만 세포 증식을 유발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상 대장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대장암세포가 되었을 때만 퓨조박테리움 뉴클레아툼이 암세포 증식을 크게 증가 시켜 대장암의 진행을 빠르게 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암세포에서 FadA, E‐cadherin, AnnexinA1, β‐catenin는 복합체를 형성한다. (출처: EMBO reports)
암세포에서 FadA, E‐cadherin, AnnexinA1, β‐catenin는 복합체를 형성한다. (출처: EMBO reports)

이후 정확한 메커니즘을 알아보기 위해 대장암세포에서 발현이 증가하는 단백질들을 조사하던 중, 연구팀은 아넥신A1(AnnexinA1)이라는 단백질을 찾았다. 백 박사 등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퓨조박테리움 뉴클레아툼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FadA라는 세균단백질이 대장암세포에서 과발현된 아넥신A1 단백질에 부착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퓨조박테리움 뉴클레아툼이 대장암세포에 들러붙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때문에 대장암 환자 중 구강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대장암 치료가 더 힘들 수 있다.

아넥신A1 발현이 증가한 환자는 암의 단계와 환자의 성별 또는 나이와 관계없이 대장암의 예후가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백 박사는 “FadA-아넥신A1의 부착은 대장암세포에서 더 많은 양의 아넥신A1 단백질 발현을 유도함으로써 더 많은 세균을 대장암세포에 부착시킬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대장암 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신호전달기전 또한 활성화시켰다”고 말했다.

백 박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발표한 논문의 후속 연구로 “퓨조박테리움 뉴클레아툼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고, 대장암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질 FadA가 대장암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병원에 방문한 150여 명의 대장암 환자의 혈액 내 FadA 세균단백질에 대한 항체 양을 분석하였고, 특정한 타입의 항체가 특정한 성별의 암 환자에서 크게 증가하여 바이오마커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관련 연구 결과는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발표를 목표로 논문 작업 중이다.

 

“세균-림프관 상관관계 밝혀 치매 연구 등에 도움”

치은염, 치주염 등 치주질환은 심장병이나 당뇨병, 뇌졸중, 신경장애, 치매 등 전신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중년 이후의 건강에 크게 영향을 준다. 최근에는 구강 내 병원성 세균이 식도암, 위암, 췌장암, 대장암 등 소화기암의 발병, 전이, 항암치료 내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다는 연구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치주질환을 유발하는 세균들은 대부분 벌어진 잇몸 속과 같이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성장하고,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이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백 박사는 “구강 내 병원성 세균은 정상 세균과 비교했을 때, 인체 세포 및 혈관 내로 효과적으로 침투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있어 인체 다양한 조직으로 이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구강 내 병원성 세균들이 소화기관을 통해 이동하는지, 혈관을 통해 이동하는지는 명확한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백 박사는 향후 이 부분이 정확하게 밝혀진다면, 치주질환과 관련된 대장암 등 소화기암의 진단과 치료법 개발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미래 대장암의 진단과 치료는 환자 개개인의 유전체 정보, 세균총 정보, 대사체 정보, 의료정보와 같은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이들 간 상호관계 분석을 통한 개인 맞춤형 치료의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정은 박사 (출처: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 홈페이지)
백정은 박사 (출처: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 홈페이지)

백 박사는 2018년 MSKCC의 림프관 연구실로 자리를 옮겨 대표적인 림프관 질환이자, 유방암 치료 후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작용인 ‘림프 부종’ 유발과 인체 세균총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림프관 조절이 인체 건강과 암, 치매 등 다양한 전신질환 유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혀짐에 따라 림프관에 대한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인체 세균총이 어떻게 림프관 조절에 관여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백 박사는 “세균-림프관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림프부종에서 세균의 역할뿐 아니라, 향후 세균이 어떻게 치매와 같은 뇌 질환과 비만, 당뇨 등의 대사질환 유발에 관여하는지에 관한 확장된 연구를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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