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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삭제 라미네이트, 뜯어보면 알게 되는 것들은?
[칼럼] 무삭제 라미네이트, 뜯어보면 알게 되는 것들은?
  • 최진주 기자
  • 승인 2024.03.18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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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은영 미니쉬치과병원 원장
글=최은영 미니쉬치과병원 원장

[바이오타임즈] 최근 병원을 찾은 한 환자가 “앞니가 너무 커요. 자일리톨 같아서 속상해요. 다시 하고 싶어요”라고 하소연했다. 이 환자는 치아와 미소를 예쁘게 만들려고 1년 전 무삭제 라미네이트 시술을 받았다. 기대보다 예쁘지 않은 모양도 문제지만, 잇몸 경계부가 항상 부어 있고 양치할 때 피가 나는 등의 증상도 시술 직후부터 지속됐다고 하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무삭제 라미네이트는 뜯어보니 예상대로 치아 무삭제는커녕 치아 삭제를 하지 말아야 할 부분까지 삭제돼 있고, 정돈해야 할 부분은 손도 안 댔다. 환자 바람과 반대로 자연치아 보존은 없었고 외적 콤플렉스만 키운 상황이다. 노트북을 열고 재치료 사례 슬라이드를 추가하고 나니 착잡함이 밀려들었다.

어느 한 병원은 2000년대 중후반 라미네이트 시술을 받은 스타들의 부작용을 해결하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입소문이 연예계를 넘어 대중에게도 퍼졌고 일반 환자의 재치료 사례도 아주 많다. 재치료 사례를 분류해 보면 라미네이트와 무삭제라미네이트의 특징은 뚜렷하다.

라미네이트는 치아 삭제량이 많고 치아 모양 개선에 치중했기 때문에 형태에 대한 불만이 거의 없다. 다만, 모양은 예쁜데 라미네이트 제거 후 남은 치아 상태가 엉망이고 이가 시리고 잇몸이 밀려 내려간 경우가 많다.

무삭제 라미네이트는 잇몸도 문제지만 치아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 오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누가 봐도 안모가 어색하다. 모든 치료가 완벽할 순 없기 때문에 개인차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넘길 수준이 아니다. 치료 완성도가 너무 낮다.

두께는 0.01mm는 커녕 0.1mm를 훨씬 넘고, 잇몸 아래로 파고들어서 만성 염증을 일으킨다. 게다가 첨단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기존 방식을 고수한 것을 오히려 장인정신으로 둔갑시킨다. 결과적으로 무삭제 라미네이트는 예쁘지도 않고 잇몸에 해를 끼친 치료였다.

왜소치거나 벌어진 치아, 들어간 치아(옥니)처럼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하는데, 아무에게나 마구잡이로 적용한 결과다. 언급한 세 가지를 제외한 경우에도 무삭제로 라미네이트를 할 수 있다는 당초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광고하면서 소비자를 현혹했기 때문에 나타난 폐해다.

짧은 기간 안에 가지런하고 하얀 치아를 갖고 싶은 욕망과 치아를 보존하고 싶은 이성이 충돌할 때 비집고 끼어드는 키워드가 무삭제라미네이트다. 치과 교과서에도 없고 치과의사협회에서도 광고 심의필을 내주지 않고 있는 용어다. 어느 순간부터 우후죽순 광고 영역에 나타난 광고 키워드일 뿐이다.

뻐드러진 치아를 환자가 원하는 만큼 넣고 싶을 때 치아를 얼마나 희생시켜야 하는지 솔직히 설명하고 절충 범위를 찾아주는 것이 경험이 많은 의료진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지나친 기대를 하고 오는 환자들은 최근 본적은 없지만 한계점과 개선 가능한 범위를 충분히 설명하면 대부분 받아들인다.

손상되고 오염된 표면 정리도 없고, 환자가 원하는 형태를 만들기 전 과정인 치아 정돈도 무시한 ‘무삭제’라는 용어는 참 황당하고 당혹스럽다. 앞뒤가 맞지 않은 용어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결국 소비자들이 똑똑해져야 한다. 몇 년 후 무삭제 라미네이트 사태로 치과업계가 몸살을 앓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바이오타임즈=최진주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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