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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유망기술 ①] 방사성 의약품 기술 도입 '빅딜'... 항암 분야 생태계 커진다
[2024 유망기술 ①] 방사성 의약품 기술 도입 '빅딜'... 항암 분야 생태계 커진다
  • 김가람 기자
  • 승인 2024.01.15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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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의약품, 2026년 89억 달러로 성장 전망
표적 기능으로 부작용 최소화, 조직 검사 없이도 암 진단 가능
노바티스·일라이릴리·BMS 등 빅파마 선점 경쟁 본격화… M&A로 파이프라인 확보
SK바이오팜·퓨처캠·듀켐바이오 등 국내 기업도 차세대 먹거리 선정 잰걸음

방사성 의약품(RPT), 표적 단백질분해 기술(TPD), 유전자 가위 등이 제약·바이오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인수합병(M&A), 기술 도입 및 투자 등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술 진화를 경영의 핵심으로 삼고 신기술을 도입하며 지속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갑진년 새해 성장 동력으로 지목한 RPT, TPD, 유전자 가위와 더불어 지난해에 이어 높은 성과가 기대되는 ADC(항체 약물 접합체) 등의 신기술로 어떤 변화를 끌어낼 지 살펴본다(편집자 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항암 분야 새 강자로 ‘부상’한 방사선 의약품

[바이오타임즈] 암 진단과 치료에 방사성 물질을 활용하는 방사성의약품(RPT)이 최근 항암 분야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해당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국내 기업들도 관련 진단·치료제 개발에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사성 의약품은 진단 혹은 치료용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와 이 동위원소를 질병 부위로 옮기는 물질을 결합한 의약품이다.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고, 기존 동위원소보다 반감기가 2.5일로 짧아 체내 피폭이 적다는 점에서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암세포에서 발현하는 특정 단백질을 표적해 정상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할 수 있어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인다고 알려졌다.

대부분 진단용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이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아 온 ADC(항체 약물 접합체)와 방사성 의약품을 접목한 항암제 개발도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리포트링커에 따르면 전 세계 방사성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2년 63억 달러(8조 2,933억 원)에서 연평균 8.7%씩 성장해 2026년 89억 달러(11조 7,15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빅파마, 방사선 의약품 선점 경쟁 ‘서막’

노바티스, 일라이릴리, BMS 등 글로벌 빅파마들은 이미 방사성 의약품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인수·합병을 통해 고지 선점에 나섰다.

가장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기업으로 꼽히는 노바티스는 방사선 의약품 전문기업 두 곳을 인수하며 발 빠르게 시장 선점에 나섰다.

2017년에 프랑스 '어드밴스트 액셀러레이터 애플리케이션스(AAA)', 2018년에 미국 '엔도사이트'를 각각 21억 달러(약 2조 7,342억 원), 39억 달러(약 5조 778억 원)에 인수하며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와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를 획득했다.

현재 노바티스가 글로벌 방사성 의약품 시장에서 거둬들인 매출은 10억 달러(1조 3,164억 원) 이상이다.

일라이릴리는 암 치료용 방사성 의약품 회사인 '포인트 바이오파마 글로벌'의 인수 절차를 지난달 27일 마무리해 노바티스와 경쟁할 것으로 관측된다. 계약 규모는 약 14억 달러(1조 8,144억 원)이다.

포인트 바이오파마 글로벌은 방사성동위원소를 표적 물질에 연결해 방사선을 암세포에 직접 전달하는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다. 현재 전립선암과 소화기관 신경내분비종양 대상 후보물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BMS는 최근 방사성 의약품을 개발하는 미국 바이오테크 '레이즈바이오'를 41억 달러(약 5조 3,099억 원)에 인수하며 앞선 기업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이즈바이오는 악티늄 기반 방사성 의약품 개발기업으로 소화기계 신경내분비종양, 소세포 폐암 등 고형 종양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사노피, GSK, 바이오젠 등도 더불어 유망 스타트업도 뛰어들어 방사선 의약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결과, 2년 내 출시를 목표로 한 방사선 의약품 수가 3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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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의약품 생산시설(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 SK바이오팜, 성장동력으로 ‘지목’... 듀켐바이오·퓨쳐켐, 방사성 의약품 개발·상용화

빅파마의 방사성 의약품 선점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에서도 방사선 의약품 기술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SK바이오팜은 회사 성장을 이끌 3대 플랫폼 중 하나로 방사성 의약품을 꼽으며, 차세대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SK바이오팜은 최근 한국원자력의학원과 연구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는가 하면, SK그룹을 통해 확보한 '테라파워'의 방사성동위원소 물질인 악티늄-225의 아시아 4개국 독점공급권을 바탕으로 ‘방사선 의약품 전략’을 실행 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 방사성 의약품의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구리-67(Cu-67)을 고품질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분석법 기술을 개발했다.

테라파워는 미국 원자력 기업으로 SK그룹이 전략적 투자를 통해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티늄-225(A-225)의 우선 구매권을 얻었다. 이를 통해 빠르게 글로벌 항암 시장에 진출하고 아시아 시장에서의 원료 사업을 궤도에 올리는 것이 SK바이오팜의 목표이다.

퓨처켐, 듀켐바이오 등 국내 기존 시장업체들도 방사성 의약품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잰걸음을 걷고 있다.

퓨쳐켐은 방사성 의약품의 원천기술인 펩타이드 제조 기술과 동위원소 표지 기술, 자동 합성 장비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손꼽힌다.

국내와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물질 'FC705'를 개발 중으로, 최근 해당 물질의 중국 기술수출을 위한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글로벌 임상 2상까지 진행 중인 국내 방사성 의약품 기업은 퓨쳐켐이 유일하다.

특히 FC705는 임상 1상에서 노바티스가 개발한 ‘플루빅토’ 대비 적은 용량으로 더 높은 유효성을 입증해 주목받고 있다. 플루빅토 객관적 반응률(ORR)이 29.8%인데 반해 FC705는 64.3%를 기록했다.

플루빅토는 현재 글로벌 1타 전립선암 치료제다. 퓨쳐켐은 방사성 의약품의 원천기술인 펩타이드 제조 기술과 동위원소 표지 기술, 자동합성장비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손꼽힌다.

전국 12곳에 방사성의약품 센터를 둔 듀켐바이오는 전신 암 진단용 방사성 의약품 'FDG'와 전립선암 재발·전이 진단용 'FACBC', 파킨슨병 진단용 'FP-CIT'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유방암과 치매 진단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듀켐바이오는 암과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진단용 방사성 의약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업체다.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방사성 의약품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고 시장 점유율도 가장 높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 진단 방법은 방사성 의약품이 유일한데, 듀켐바이오가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평가된다. 

FACBC는 재발 또는 전이가 의심되는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진단용 방사성 의약품으로,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어 2017년 유럽의약품(EMA) 인증을 받아 현재 전 세계 19만 6,000명의 전립선암 재발 환자에게 사용됐다.

업계에서는 방사성 의약품 시장이 큰 규모의 암 진단과 치료 시장으로 인해 지속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짧은 반감기, 까다로운 생산 공정 등은 현재 방사성 의약품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으로 남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암 시장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됨에 따라 방사선 의약품 시장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하지만 방사성 의약품은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하기 전에 환자에게 도달해야 하는 특성상 생산시설의 위치, 운송 방식 등을 철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덧붙여 “이는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과 투자를 위한 정부 지원이 원활히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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