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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뎅기열 급증… AI로 ‘모기 잡는다’
말라리아·뎅기열 급증… AI로 ‘모기 잡는다’
  • 김가람 기자
  • 승인 2023.09.05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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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 발생, 5년 만에 최다
뎅기열 해외 감염 사망 사례도…재감염 시 치명률 5%’
전 세계 최초 ‘AI 모기 감염병 관리’ 나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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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모기가 옮기는 감염병인 말라리아와 뎅기열 발생이 국내외에서 늘고 있다. 해외 여행 증가와 더불어 기온상승, 강수량 증가 등 이례적인 기후변화도 감염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질병청이 '세계 최초'로 AI를 기반으로 한 모기분류감시장비를 개발해 이목을 끈다.

◇말라리아 누적 환자 600명 임박…치명률 낮지만 재발 위험 있어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이 말라리아 경보 체계를 지난달 초 전국에 발령했다. 말라리아 경보체계 도입은 올해가 처음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말라리아 환자 수가 575명으로 나타났다. 국내 발생은 전년 대비 115.7%, 해외 유입은 225.0%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말라리아 환자 수는 258명으로 올해 2배를 넘긴 수치를 기록했다. 6∼8월 기준, 국내에서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 수는 445명으로 전체의 77.4%를 차지한다. 최근 10년간 여름철 말라리아 환자 수와 비교하면 최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환자 574명 중 522명은 국내에서 감염됐다. 지역별 발생의 경우 경기 339명, 인천 86명, 서울 70명, 강원 21명 등으로 경기 북부와 인천, 강원 등에 집중돼 있다. 이 중 84.9%는 남성이며 평균 연령은 38.2세로, 감염자 중 108명이 현역 또는 제대군인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말라리아가 발생 지역과 인접한 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 사례도 이미 13명이다.

말라리아는 모기가 좋아하는 덥고 습한 환경에서 더욱 퍼지는 특성을 보인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가 계속된 가운데, 태풍과 이상기온 등이 이어지고 있어 환자 수가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 말라리아'로 오한, 구토, 고열, 발한 등이 주요 증상이다. 빈혈, 혈소판 감소, 비장 이상 증대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감염 시 항 말라리아제 복용으로 증상 완화가 가능하고 치명률도 극히 낮다. 다만,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삼일열 말라리아는 감염 후 12∼18일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발현된다"며 "통상 48시간 주기로 증상이 나타났다가 호전되기를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아직 백신이 없어 말라리아 위험 지역 방문 시 항 말라리아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장했다.

◇뎅기열 재감염 시 치명률 5%... 치료제 없어 예방이 최선

말라리아 외 또 다른 모기 매개 감염병인 뎅기열도 증가세다. 지난달 26일까지 환자 수가 107명으로, 지난해 전체 환자 수 3배를 넘어 2019년(273명) 이후 최다 수준이다. 감염 환자 전체가 해외 유입으로 주로 필리핀,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매개 모기(이집트숲모기, 흰줄숲모기)에 물려 감염된다. 5~7일 잠복기 후 발열, 두통, 오한,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감염병이다. 아직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모기물림 방지 등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뎅기열은 재감염 시 치명률이 급격하게 높아진다. 뎅기열 감염력이 있거나, 유행 지역에 자주 방문하는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뎅기 바이러스는 총 4개의 혈청형이 있다. 재감염 때 다른 혈청형에 감염되면 중증 뎅기열(뎅기출혈열, 뎅기쇼크증후군 등)로 진행될 수 있다. 이 경우 치사율은 약 5%에 달한다.

지난달 23일 기준, 전 세계 70개 국가에서 뎅기열 환자가 약 370만 명 이상에서 발생했다. 이 중 약 2,000여 명이 사망했으며, 방글라데시에 방문한 한국인 뎅기열 사망 사례도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올해 방글라데시의 뎅기열 우세 혈청형이 바뀌면서(DENV3→DENV2) 재감염으로 중증 사례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늦여름에도 모기 감염병 비상…원인과 대응책은?

전문가에 따르면 올해 말라리아, 뎅기열 등의 모기 매개 감염병이 늘어난 데에는 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으로 해외여행을 비롯한 전반적인 이동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기온 상승과 강수량 증가 등 기후변화도 전 세계적으로 모기 매개 감염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이례적인 강수량 증가로 기온과 습도가 높아짐에 따라 동남아(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및 서남아(방글라데시, 인도 등) 지역에서 매개 모기 밀도가 급증했다. 이로 인해 환자와 사망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모기 매개 감염병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뎅기열과 같이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경우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방역 당국은 이들 감염병 위험지역에 갈 때는 밝은 색의 긴 옷과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등의 철저한 대비를 하고, 모기에 물린 후 의심 증상이 있으면 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7월부터 11월까지 주요 국립검역소에서 무료로 뎅기열 선제검사를 제공하고 있다"며 "입국 시 현지에서 모기에 물린 기억이 있거나 발열 등 증상이 있어 뎅기열이 의심되거나 우려되는 경우,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권고드린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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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가 모기 감염병도 관리한다

모기가 옮기는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매년 70만 명이 넘는다. 효과적인 모기 방제에 전 세계가 애쓰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모기 발생량을 비롯해 그 종류까지 실시간으로 자동 분석하는 장비가 개발됐다. 현장 활용을 위해 만든 장비는 전 세계 최초다.

질병청은 AI를 기반으로 감염병 매개모기를 확인하는 '인공지능 기반 자동모기분류감시장비 (AI-DMS)’를 개발해 이달부터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시범 운영을 거친 뒤, 전국으로 운영을 확대하는 한편, 충남대 등 공동 개발 기관들과 함께 수출도 모색할 방침이다.

AI-DMS는 질병청이 충남대, 이티앤디와 함께 개발한 장비다. 이산화탄소로 유인해 포집한 모기를 촬영한 영상을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감염병 매개모기를 찾는 방식이다.

기존 모기 발생 감시는 포집기로 모기를 채집해 수거한 뒤 사람이 직접 육안이나 현미경으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분류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AI-DMS는 신속하게 각 모기 종의 발생 현황을 채집 지역·지점별, 월별로 파악할 수 있다..

얼룩날개모기(말라리아), 작은빨간집모기(일본뇌염), 흰줄숲모기(뎅기열) 등 주요 감염병 매개모기에 대해 94.7%의 분류 정확도가 확인됐으며, 머신러닝으로 AI의 분석 능력이 향상되면 정확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잘병청에 따르면 모기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에 따른 질병 전파 가능성도 높다는 것으로, 이 장비를 통해 기초 데이터를 확보해 모기로 인한 감염병에 대한 선제 대응이 가능하다.

질병청은 "AI를 활용한 모기 분류장비가 현장에서 활용되는 것은 전 세계 최초"라고 밝히며 "모기 다발생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살충제 오남용 문제를 개선해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방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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