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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 응집체, 발생 원리와 제어 기술 찾았다
파킨슨병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 응집체, 발생 원리와 제어 기술 찾았다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3.06.14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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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I-건국대 연구팀, 알파시누클레인의 아밀로이드 피브릴 형성 원리 규명 및 제어 기술개발
영국왕립학회 저명학술지 Nanoscale 6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
전하를 띤 양친매성 물질을 활용, 아밀로이드 피브릴 형성의 촉진 기전을 밝힌 세계 첫 사례
아밀로이드 피브릴 형성의 핵심인 용해도 저하 원리 규명, 파킨슨병 조기 진단 및 저해제 개발에 기여할 것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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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알츠하이머병과 함께 대표적 퇴행성 뇌 질환의 하나로 간주되는 파킨슨병은 발병 원인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뇌의 흑질 부위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어 도파민 부족으로 인해 느린 동작, 떨림, 강직 및 보행 장애 등의 운동 증상과 인지기능 저하, 정신과적 증상 등의 비운동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성 질환들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하면서 파킨슨병도 반드시 극복해야 할 질병이 됐다. 퇴행성 신경질환 중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발병률이 높은 파킨슨병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까지의 파킨슨병 치료제는 대부분 운동 증상만 조절할 수 있으며, 실제로 신경세포의 퇴행을 늦추거나 멈추게 할 수 있는 치료제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독성 단백질 응집체인 아밀로이드 피브릴의 형성 원리를 설명하는 새 모델과 조절 물질을 개발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KBSI)은 바이오융합연구부 이영호 박사 연구팀이 뇌 속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의 이상 응집체인 아밀로이드 피브릴의 형성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양친매성 물질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바이오의약학과 박주호 교수, 한국뇌연구원 김재광 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김윤경 박사, 헝가리대학교(ELTE Eötvös Loránd) József Kardos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됐으며, 영국왕립화학회(Royal Society of Chemistry, RSC)의 나노분야 저명학술지인 ‘Nanoscale’誌[논문명: An amphiphilic material arginine–arginine–bile acid promotes α-synuclein amyloid formation, IF=8.307, KBSI 린유시(공동 제1저자), 건국대 박소현(공동 제1 저자), KBSI 이영호(공동 교신저자), 건국대 박주호(공동 교신저자)]에 7일(수)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영국왕립화학회(Royal Society of Chemistry, RSC)의 나노 분야 저명 학술지인 ‘Nanoscale’誌의 6월포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사진=KBSI)
이번 연구 성과는 영국왕립화학회(Royal Society of Chemistry, RSC)의 나노 분야 저명 학술지인 ‘Nanoscale’誌의 6월포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사진=KBSI)

◇아밀로이드 피브릴 형성의 핵심인 용해도 저하 원리 규명, 파킨슨병 조기 진단 및 저해제 개발에 기여할 것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알파시누클레인(alpha-synuclein)의 응집 현상을 꼽는다. 알파시누클레인은 140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천연 변성 단백질로 생리학적 조건에서 특정한 구조를 갖지 않으나 생체막에 결합하면 헬릭스 구조를 갖게 되며, 시간 및 환경변화에 따라 올리고머나 아밀로이드 피브릴과 같은 응집체를 형성하여 파킨슨병, 치매 등 다양한 퇴행성 질환을 유발한다.

즉, 알파시누클레인은 정상일 때는 응집에 저항하지만, 돌연변이 등 특정한 조건 아래에서 응집하며, 이는 신경독소로 작용하면서 다양한 경로로 파킨슨병의 진행에 관여한다.

알파시누클레인이 스트레스, 노화, 유전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불용성 응집체인 아밀로이드 피브릴을 형성하고, 이러한 아밀로이드 피브릴이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퇴행 및 독성을 유발한다. 이에, 퇴행성 뇌 질환을 극복할 대안으로 단백질 응집체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 원인의 규명이 어려워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공동연구팀은 퇴행성 뇌 질환 연구에 필요한 단백질 응집체 연구를 획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아르기닌-스테로이드 구조의 양친매성 물질(RR-BA)을 개발했다. RR-BA는 양전하 기반의 친수성을 띤 RR 부분과 소수성을 띤 BA 부분이 결합한 나노 수준의 합성 물질이다.

연구진은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주요 인자인 알파시누클레인 신경세포를 모델로 해, RR-BA를 처리한 실험군과 미처리한 대조군을 비교하는 아밀로이드 피브릴 형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RR-BA에서 양전하를 띤 RR 부분과 음전하를 띤 알파시누클레인이 정전기 작용으로 붙으면서 결합체의 농축과 함께 용해도의 저하가 일어났다. 더불어, 물과 친화력이 낮은 소수성의 BA는 농축된 결합체에서 아밀로이드 피브릴의 변환을 가속화해 RR-BA가 미처리된 대조군 보다 아밀로이드 피브릴의 형성이 급격히 촉진되는 기전이 확인됐다.

따라서, 이번에 활용한 양친매성 물질은 파킨슨병의 잠재 위험은 있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아밀로이드 피브릴의 형성이 서서히 진행되는 체내 환경에서도 즉각적인 촉진 반응이 나타나게 돼 파킨슨병 조기 진단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RR-BA에 의한 알파시누클레인 아밀로이드 피브릴 형성 촉진 기전(사진=KBSI)
RR-BA에 의한 알파시누클레인 아밀로이드 피브릴 형성 촉진 기전(사진=KBSI)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특정한 연구목적 달성을 위해 전하를 띤 양친매성 물질을 활용, ‘정전기적 결합–소수성 농축(electrostatic binding-hydrophobic condensation)’ 모델에 기반해 아밀로이드 피브릴 형성의 촉진 기전을 밝힌 세계 첫 사례라고 설명한다.

또한, 이 연구의 RR-BA는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단백질보다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알파시누클레인에 선택적인 효능을 보임으로써, 파킨슨병 조기 진단 기술 개발에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KBSI 오창센터가 보유한 세계 최첨단 인프라인 초고자장 용액 NMR 및 단백질 응집체 분석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KBSI 이영호 박사는 “아밀로이드 피브릴 형성의 핵심인 용해도 저하 원리를 규명해,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 및 저해제 개발에 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에 규명된 원리는 알츠하이머병, 루게릭병, 이형당뇨병 등과 같은 단백질 응집 유래 퇴행성 질환 연구에 응용 가능하며, 나아가 난치성 질환 간 커뮤니케이션 연구, 우주 단백질 과학 등 한계 도전형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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