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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난치성 뇌전증, 돌연변이 규명으로 유전자 진단 80%까지 가능해졌다
소아 난치성 뇌전증, 돌연변이 규명으로 유전자 진단 80%까지 가능해졌다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3.02.15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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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 연구팀, 난치성 뇌전증 80%까지 유전자 진단 성공
mTOR 경로의 발현 이상을 갖는 뇌 신경세포만 선택해서 수집, 기존 진단 방법의 한계 극복
난치성 뇌전증 병리 이해에 기반한 본질적인 치료제 개발 초석될 것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뇌전증은 간질이라고도 불리는 대표적 신경질환의 하나로, 뇌신경 세포의 과도한 전기적 방전으로 인하여 갑자기 경련, 의식 소실, 이상 행동 등 다양한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병이다.

사회적 편견뿐만 아니라 심하면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질병이기에 의학 및 신경과학 분야에 걸쳐 활발하게 연구되어 왔다.

뇌전증 유병률은 약 0.5~1%로,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명이 넘는 환자가 있고, 국내에서는 30~40만 명 정도로 치매, 뇌졸중 다음으로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병원을 찾은 뇌전증 환자는 14만 8,293명이었으며, 그중 20세 미만 소아 청소년 환자가 전체 약 20%를 차지한다.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FDA(미국 식품의약국)에서 허가받은 항경련제가 20개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발작이 조절되지 않아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비율이 전체 뇌전증 환자의 30%에 이른다. 기존 항경련제는 뇌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해 발작 증상을 예방, 조절할 뿐, 질환의 원인과 질환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뇌전증 발생 원인은 유전적 요인, 뇌염, 뇌종양 등 다양하지만 아직도 뇌전증 환자의 과반수 이상은 정확한 원인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소아 난치성 뇌전증은 발작이 조절되지 않으면 뇌 손상으로 이어져 정신지체, 발달장애로 인해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가야 할 수 있으며, 그들을 케어할 사회적 비용 또한 높아 치료제 개발이 절실하다.

뇌전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한데,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FCD(Focal Cortical Dysplasia, 국소피질이형성증)로, 대뇌피질이 비정상적인 구조를 띈다. 태아 상태에서 두뇌가 성장하는 도중 신경세포(뉴런)가 두뇌 피질의 각 영역으로 이주(Migration)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소아 난치성 뇌전증 질환인 국소피질이형성증 난치성 뇌전증은 평균 4살 때 첫 발작이 일어나는 병으로 치료제가 없다. 뇌 절제술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치료법이지만, 수술 후에도 재발하는 환자 비율이 30~40%로 높고, 수술을 할 수 없는 환자도 적지 않다.

그런데, 국내 연구팀이 국소피질이형성증의 발생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치료의 초석이 될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팀은 소아 난치성 뇌전증인 국소피질이형성증 환자 뇌 조직 연구를 통해 극미량의 뇌세포에 존재하는 돌연변이 검출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내용은 세계적 신경의학 학술지 ‘신경학 연보(Annals of Neurology)’에 지난 1월 26일 字 게재됐다.
 

환자 뇌 조직에서 극미량의 뇌세포에 존재하는 돌연변이 검출 방법 모식도. 왼쪽은 뇌수술 받은 환자 조직에서 엠토르 활성화된 일부 뇌 세포 사진. 오른쪽은 뇌수술 받은 환자 조직에서 엠토르 활성화된 일부 뇌 세포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과정 모식도(사진=KAIST)
환자 뇌 조직에서 극미량의 뇌세포에 존재하는 돌연변이 검출 방법 모식도. 왼쪽은 뇌수술 받은 환자 조직에서 엠토르 활성화된 일부 뇌 세포 사진. 오른쪽은 뇌수술 받은 환자 조직에서 엠토르 활성화된 일부 뇌 세포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과정 모식도(사진=KAIST)

◇mTOR 경로의 발현 이상을 갖는 뇌 신경세포만 선택해서 수집, 기존 진단 방법의 한계 극복

연구팀은 기존에 전혀 원인을 알지 못했던 국소피질이형성증이 엠토르(이하 mTOR, 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신호전달 단백질) 경로 관련 유전자들에 뇌세포 특이적으로 돌연변이가 생겨 발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2015년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세계 최초로 보고한 바 있다. 국제뇌전증협회(ILAE)는 이를 반영해 국소피질이형성증의 새로운 진단 기준을 2022년 개정했다. 그러나 기존 뇌 돌연변이 분석 방법으로는 약 50%의 환자에게서만 유전적 진단이 가능하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 연구에서 전체 뇌세포의 1% 이하에 해당하는 극미량의 뇌세포만 해당 유전변이를 가져도 뇌 전체 발작 활성도를 변화시켜 발작을 초래한다는 것을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이에 착안해 연구팀은 기존 뇌 조직 유전자 진단에서는 음성이 나온 환자 뇌 조직에서 mTOR 경로의 발현 이상을 갖는 뇌 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진단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기존방법으로 원인을 찾지 못한 국소피질이형성증 19명 환자 뇌 신경세포의 mTOR 활성화 신호를 표시하여 유세포 분석기를 통해 수집했고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진행했다. 이 중 30%의 환자는 극미량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으며, 20%의 환자는 mTOR의 억제 유전자인 GATOR1 복합체의 생식세포 돌연변이를 갖고 있음을 밝혔다. 네덜란드 뇌 은행으로부터 공여받은 3명의 환자 뇌 조직에서 연구팀의 방법을 통해 3명 모두에서 유전적 진단이 가능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진단적 접근이 기존 방식과 비교해 돌연변이를 약 34배까지 민감하게 검출하고, 전체 국소피질이형성증 환자의 유전적 진단율을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는 국소피질이형성증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난치성 뇌전증의 치료에 주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성과는 KAIST 교원 창업 기업인 소바젠㈜을 통해 국소피질이형성증 환자의 정확한 유전자 진단을 돕고 해당 환자에서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밀 타깃하는 혁신 RNA 치료제 개발에 이용될 예정이다.

이정호 교수가 CSO(최고과학책임자)로 있는 소바젠은 소아 희귀 난치성 뇌전증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졸업생으로 현재 서울 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에 근무하고 있는 의사과학자인 논문의 제1 저자 김자혜 박사는 “극미량의 체성돌연변이를 검출하는 새로운 접근을 통해 국소피질이형성증 발생의 정확한 원인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작은 발판이 되길 바란다ˮ라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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