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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메닥스, ‘꿈의 암 치료 기술’ 붕소 중성자포획치료 국내 첫 임상 개시...원리는?
다원메닥스, ‘꿈의 암 치료 기술’ 붕소 중성자포획치료 국내 첫 임상 개시...원리는?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2.12.28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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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용 치료 위한 임상 돌입
5년 생존율 5% 최악의 암 ‘교모세포종’, 붕소 중성자포획치료 임상 국내 첫 개시
붕소 약물 주입 후 중성자 쏴 선택적으로 암세포 사멸
산자부 정책과제로 7년여 국내 기술로 첨단 입자가속기 개발 쾌거
단 1회 치료로 환자의 고통 최소화 기대... 난치암 위주로 적응증 확대할 것
붕소 중성자포획치료의 치료 원리(사진=다원메닥스)
붕소 중성자포획치료의 치료 원리(사진=다원메닥스)

[바이오타임즈] ㈜다원시스(대표 박선순·068240)의 자회사 ㈜다원메닥스(대표 유무영)가 지난 27일 국내 최초로 교모세포종(뇌종양) 환자의 임상 1상 붕소 중성자포획 치료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에 이어 세계 2번째로 상용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으로 2023년 두경부암에 대한 IND 신청에 이어 피부 흑색종, 간암, 폐암 등 다른 난치성 암의 임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꿈의 암 치료 기술’, ‘제5의 암 치료법’이라 불리는 붕소 중성자포획치료(Boron Neutron Capture Therapy, 이하 BNCT) 시스템은 다원메닥스가 국내 최초로 개발, 세포 및 동물효력시험서 종양 억제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 붕소 약물 주입 후 중성자 쏴 선택적으로 암세포 사멸

붕소 중성자포획치료란 암 환자에게 중성자와 잘 반응해 방사선을 발생시키는 붕소 약물(BPA)을 주입하고, 의료용 가속기에서 발생한 중성자를 쏴 정상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암 치료 기술을 말한다.

다원메닥스의 설명에 따르면 뇌종양의 일종인 교모세포종은 뇌 신경계를 구성하는 신경교세포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뇌의 교세포에서 발생한 다른 종양과는 다르게 세포와 조직 사이사이에 촘촘히 뻗어 있어 성장 속도와 전이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에 기존 치료법으로 치료가 어려운 가장 고난도 암으로 꼽힌다.

2005년 교모세포종의 치료로 테모졸로마이드와 방사선을 동시에 치료하는 항암 방사선 병행요법의 임상적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평균 생존율은 7개월을 넘지 못했다. 항암 방사선 병행요법이 시행되면서 평균 생존율이 약 11개월로 높아지면서 현재까지 교모세포종의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지만, 면역항암제 시대로 진입하면서 생존율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다른 암종과 달리 교모세포종의 치료는 뇌의 구조적 특이성으로 치료가 어려워 2005년 이후로 현재까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특히 항암 방사선 병행요법을 한번 진행한 환자는 방사선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재발 시 추가적인 방사선 치료가 제한적이고, 대안 치료가 부족해 교모세포종은 5년 생존율이 5%에 머물 정도로 최악의 난치성 암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2020년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일본 연구 그룹이 교모세포종이 재발한 환자 27명의 붕소 중성자포획치료 결과를 발표해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재발한 교모세포종은 현 과학 수준에서는 치료법이 제한적이어서 평균 생존 기간이 6~8개월인데 비해, 붕소 중성자포획치료는 1년 평균 생존 기간이 18.7개월이라는 고무적인 결과를 보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 대상 환자 모두 항암 방사선 병행요법을 받고 난 후에도 재발한 교모세포종 환자였다는 점이다.
 

다원메닥스 붕소중성자포획치료 시스템(사진=다원메닥스)
다원메닥스 붕소 중성자포획치료 시스템(사진=다원메닥스)

◇ 산자부 정책과제로 7년여 국내 기술로 첨단 입자가속기 개발 쾌거

다원메닥스는 2016년도 산업통상자원부 정책과제로 시작해서 7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독자적인 기술로 선형가속기 기반의 붕소 중성자포획치료 시스템을 개발했다. 붕소 중성자 포획 치료는 치료원리의 혁신성으로 차세대 암 치료법으로 주목받았으나, 의료용 가속기에서 중성자를 조사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필요하고 막대한 개발비가 소요되어 민간기업에서 개발하기 어려운 사업이었다.

붕소 중성자포획치료는 치료용 중성자 조사 장치, 붕소 의약품 및 치료계획시스템(TPS)이 적용된 융복합치료 기술이다. 따라서 치료 시스템에는 300평 규모의 중성자 가속·조사기, 붕소 약물, 치료 소프트웨어 3가지가 필요하다.

회사는 인천 송도의 BNCT센터에 국내 최초로 장비를 제작 설치했으며, 2020년 식약처로부터 기술에 대한 혁신성을 인정받아 국내 2번째로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받은 바 있다.

해당 시스템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들을 선형가속기를 통해 빛의 속도로 가속시켜 중성자로 변환시키고 환자치료에 적합한 속도로 중성자를 감속시킨 후 체내에 투여된 붕소 의약품과 반응하게 하는 것이 핵심기술로서 방사선, 물리, IT, 의료가 융합된 첨단 대형의료기기이다. 

붕소 화합물은 화학적 특성으로 인해 항암 치료 등에 쓰이는 물질이다. 붕소는 중성자와 만나면 반경 9㎚로 폭발이 일어나는데, 이 반경은 세포 내의 DNA 결합을 끊을 수 있는 반경이다. 붕소가 정상세포에 흡수되는 양과 암세포에 흡수되는 양이 보통 1대 4~1대 10으로, 붕소를 흡수한 암 발병 부위에 중성자 빔을 쏘면 1대 4~1대 10 비율로 암세포가 죽게 된다.

붕소 중성자포획치료는 이 원리를 이용해 붕소 약물을 환자에게 주입한 후 낮은 에너지의 중성자를 쬐게 하면 세포 단위의 초소형 핵반응이 발생해 암세포가 사멸된다. 양성자 치료를 비롯해 기존 방사선 치료는 15회~30회 치료해야 하지만, 붕소 중성자포획치료는 단 1회 치료함으로써 환자의 고통을 최소화해준다. 또한 X선, 양성자 치료법보다 정상조직의 피폭 위험성이 낮고, 병원 내 300평 내외의 작은 공간 활용만으로 설치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붕소 중성자포획치료가 새로운 암 치료로 주목받는 이유는 치료 원리상 붕소 의약품이 흡수되는 세포 단위까지 치료할 수 있어 눈에 보이는 암 덩어리(고형암)의 치료만 가능한 기존 방사선, 입자 치료에 비해 개별 세포까지 작용하여 침윤성 암, 미세 암, 분산 암뿐만 아니라 재발 암의 치료도 가능하고 1회 치료 진행을 원칙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일본에서 2020년 3월 붕소 중성자포획치료의 품목허가를 획득해 치료 효과로서의 검증은 완료됐으며, 다원메닥스의 임상 개시로 태동기에 있는 붕소 중성자포획치료 시장의 선점을 위해 일본과 기술력을 경쟁하는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판단된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다원메닥스는 붕소 중성자포획치료 효과에 관해 지난 2019년 유럽 종양학회에서 발표한 바 있다. 수술이 불가능한 재발성 두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1회 치료를 한 결과 △무진행 진행률(PFS) 70.6% △전체 생존율(OS) 94.7%라는 획기적인 치료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치료 방법은 암세포와 결합하는 붕소 화합물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치료의 범위에 대해 특별한 제한은 없으나, 특히 두경부암과 같이 외과적 수술이 어려운 부위나 현재 의료기술로는 치료가 어려운 악성 뇌종양, 피부 흑색종, 재발성 암 등에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됐다.
 

붕소 중성자포획치료의 특장점(사진=다원메닥스)
붕소 중성자포획치료의 특장점(사진=다원메닥스)

◇ 단 1회 치료로 환자의 고통 최소화 기대... 난치암 위주로 적응증 확대할 것

이번 임상시험은 송도 BRC센터(길병원 뇌질환센터) 내 BNCT 의원에서 진행됐다. 환자는 ▲입원한 병원에서 치료를 위한 검사와 사전 치료계획(CT-sim등)을 수립하고 BNCT 의원으로 이동해 중성자 치료 한 시간 전 붕소의약품을 정맥주사하게 된다. ▲이때 주사된 붕소 의약품은 작용기전 상 암세포에 선별적으로 섭취된다. ▲이후 환자는 치료실로 이동해 치료대에 누워 중성자 빔이 나오는 포트에 환부를 대고 한 시간 동안 중성자 빔을 조사하게 된다. 환자는 치료 후 기본 검사를 받고 퇴원해 3개월 단위로 경과를 지켜보게 된다.

이번 임상시험 개시는 불모지와 다름없는 국내 의료기기 시장 현실에서 향후 의료기기 산업 첨단화와 경쟁력 제고에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의료기기는 해외 수입의존도가 62%에 이르고 MRI(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나 CT(컴퓨터 단층촬영), 양성자, 중입자치료기 등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대형의료기기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실제 단일 품목의 장비 및 설치에 필요한 시설 등의 규모가 수천억에 달하기도 한다.

다원메닥스는 선형가속기 기반의 붕소 중성자포획치료 시스템을 국내에서 개발하고 임상시험까지 도달하기까지는 ▲정부와 민간분야에서의 대규모 투자(464억 원) ▲새로운 기계의 임상시험 수행을 위해 별도 의원설립이 필요했던 ‘중성자포획치료 의원(일명 BNCT 의원)을 감사원, 인천광역시, 보건복지부의 적극 행정을 통해 회사소속 의사가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 ▲혁신 의료기기 기업 및 품목 지정을 통해 새로운 평가 기준과 방법을 사전에 신속히 마련한 것들이 개발의 핵심 동력이 됐다고 설명한다.

다원메닥스 유무영 대표는 “이번 붕소 중성자포획치료 임상시험 시작이 깊은 터널에 있는 환자분들께 좋은 치료 대안을 제공할 수 있는 점에서 큰 책임감을 느끼며, 나아가 난치 암 위주로 적응증을 확대하여 환자와 가족분들께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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