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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칼럼] 사업 성공 전략 ‘고객의 미충족 니즈(Unmet Needs)’를 파악하라
[이창수 칼럼] 사업 성공 전략 ‘고객의 미충족 니즈(Unmet Needs)’를 파악하라
  • 이창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2.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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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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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지 못할 토론토 여정

[바이오타임즈] 한국은 12월에 겨울이 오고 2월, 늦어도 3월이면 겨울이 끝난다. 그리고 강설량도 많아야 20~30mm로 눈이 쌓여도 차량을 운행하는 데 그리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북미의 겨울은 상황이 다르다. 내가 2년간 거주한 미국 위스콘신은 11월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3, 4월은 되어야 추위가 물러가니 겨울이 6개월은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눈이 한 번 내리면 3~4일간 지속해서 내리는 경우도 많아 눈을 치우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면 밖으로 난 출입구를 열 수도 없고, 밖에 주차한 자동차의 문도 열기가 어려울 정도이니 겨울의 강설량과 눈보라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 온 첫해 겨울방학에 토론토에 있는 형의 초청으로 위스콘신 매디슨에서 토론토까지 가족여행을 하게 됐다. 형은 꼭 커다란 양초와 담요, 비상식량을 준비해서 오라고 했는데 나는 형의 조언을 무시하고 두꺼운 옷만 챙겨서 토러스 왜건(Taurus Wagon)을 몰고 아내, 뱃속의 딸아이와 여행을 떠났다. 위스콘신에서 일리노이, 미시간을 거쳐 토론토로 가는 여정이었는데, 미시간에서 캐나다 국경을 넘으면서부터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고 많은 차들이 고속도로 밖에 퍼져 있었다. 주행 중에는 대형 카고 트럭이 옆으로 지나갈 때면 회오리가 몰아쳐 차량이 흔들렸고 눈보라에 자동차 와이퍼 블레이드를 아무리 고속으로 작동해도 자동차의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나는 그제야 어째서 형이 커다란 양초와 담요, 비상식량을 준비하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우여곡절을 겪고 토론토의 형네 집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고난의 여정을 형에게 무용담 늘어놓듯이 펼쳐놓았다. 그런데 이 전설의 무용담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돌아오는 여정에서는 와이퍼 블레이드가 얼어 와이퍼가 닦기 기능을 못 했다. 설상가상으로 와이퍼가 고장이 나서 잠시 운행하다가 멈추어서 장갑으로 전면 유리를 닦고 다시 운전을 재개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아! 정말 미국과 캐나다의 겨울에 대한 무지가 생명의 위협으로 다가온 여행이었다. 여행은 즐거웠으나 돌아오는 여정은 정말 다시는 경험하기 싫은 운전이었다.

◇ 고객의 첫 번째 미충족 니즈에서 출발한 신제품 개발

그러나 이 경험은 내게 새로운 사업에 대한 확신을 가져다주었다. 고객의 미충족 니즈를 그날의 여행에서 발견한 것이다. 북미, 특히 캐나다의 겨울은 아무리 와이퍼 블레이드의 닦기 성능이 좋아도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어 시야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눈이 온 후에 낮에 햇빛을 받아 녹았다가 추위가 몰려오면 와이퍼의 연결 부위인 리벳이 얼어 닦기 성능이 낮아지고, 심지어는 전혀 닦이지 않아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다.

눈이 많이 오고 겨울이 긴 캐나다에서 와이퍼의 리벳 부위가 얼어 닦기 성능이 낮아지고 고무도 고유의 닦기 성질이 약화돼 닦기 성능이 더 낮아지므로 이를 해결할 신제품 개발 및 사업성에 대한 확신을 주었다. 이때, 내가 속해있던 회사는 프레임이 어는 현상을 개선하는 신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다.

기존의 일반 와이퍼는 리벳(Rivet)과 요크(Yoke)를 이용한 다층 구조의 금속 프레임으로 유리면 형상에 맞도록 고른 누름압을 만들어주어 다양한 곡면의 앞 유리에 적합한 밀착 성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겨울에 눈으로 리벳 부위가 얼 경우 고른 누름압을 만들기 어려워 닦기 성능이 나빠졌다. 그래서 신개발 제품은 플랫 와이퍼로 진행했다. 플랫 와이퍼는 일체형 금속 프레임으로 리벳 없이 하나의 금속 프레임에 고무 블레이드(Blade)를 삽입하여 눈이 오더라도 프레임이 어는 현상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일정한 압력을 유지할 수 있어 닦기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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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빨리’ ‘세계 최초’로 플랫 와이퍼를 개발, 론칭하다

회사에서 만들고자 한 플랫 와이퍼는 단일 철판으로 프레임을 만들고 프레임의 가운데에 프레스로 구멍을 뚫어 고무를 끼우는 방식이었다. 나는 여기에 일본인 코팅 전문가가 경영하는 코팅 전문업체를 협력업체로 선정하고 동사가 신규로 개발한 발수 코팅을 세계 최초로 제품에 적용했다. 발수 코팅은 발수 코팅 물질을 고무에 보관했다가 이를 앞 유리로 전달해 유리면에 도포하는 기술이라 계절에 상관없이 닦기 성능을 향상할 수 있고 눈, 비가 올 때 와이퍼의 작동이 없어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기존 제품보다 훨씬 우수한 성능을 제공했다. 나의 토론토 여행에서 사업 성공의 확신을 갖게 된 발수 코팅 플랫 와이퍼는 마침내 캐나다 1등 마트 체인  Canadian Tire에 리플렉스(Reflex: ‘Canadian Tire의 Brand)’라는 상표로 세계 최초로 론칭했다. 판매가격은 일반 와이퍼의 3~4배로 높아 수익성이 좋았으며, 총매출액도 첫해에 100억 원에 이르렀다. 회사의 1년 매출액이 100억대 초반인 것을 감안할 때 정말 대단한 히트 상품이 됐다.

이 신제품 개발로 내가 얻은 교훈은 따로 있다. 바로 사양 제품은 없다는 것이다. 기술과 고객의 취향 변화에 따라 제품이 변화할 뿐이지, 사양화되는 제품은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의 제품에 고객의 변한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해 해결하는 신기술을 탑재한다면 신제품을 얼마든지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도 더불어 얻은 교훈이다.

제품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Canadian Tire 또한 동제품을 ENE(Exotic, New, Exciting) Project(매년 1, 2개의 새로운 제품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로 선정해 금형비 포함 개발비를 지원했고 Canadian Tire의 중심 진열대에 진열, 판매하고 TV 광고를 통한 홍보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나와 함께 Reflex를 담당한 직원은 성공에 대한 보상으로 승진했다. 그 당시 Reflex 담당 직원과 광고 콘셉트를 어떻게 잡을지, 차량과 모델은 어떻게 정할지 등 서로 협의 진행했다. 당시 그랜드 체로키 지프가 유행이어서 초콜릿 컬러의 동 차량을 선정했으며, 광고모델은 연예인이 아닌 회사 직원들로 선정해 대중적인 콘셉트에 맞추어 비가 오는 날 Water Repellent Reflex(발수 코팅 플랫 와이퍼인 리플렉스)는 단 몇 번의 와이핑으로도 선명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광고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대박 상품이 됐다. 지금도 도로에서 그랜드 체로키 지프를 보면 그때의 개발 과정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친다.

이창수 소장(도전경영연구소) bcc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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