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3N2, 독감 바이러스 중 가장 독성이 강한 균주
코로나와 동시 감염 땐 사망률 6배
영유아 감염속도 빨라…성인으로 확대
4가 백신 접종…한 번 접종으로 네 가지 독감 바이러스 감염 예방
[바이오타임즈]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유행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올해 유행할 인플루엔자(독감)가 가장 강력한 'A형 H3N2'로 알려지면서 다시 바이러스에 대한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올해 독감 가장 강력해…코로나와 동시 감염 땐 사망률 6배
질병관리청은 지난 달 16일 3년 만에 독감 유행 주의보를 발령했다. 질병청이 9월에 독감 유행 주의보를 발령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방역 당국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독감까지 유행할 경우, 증상이 유사해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 감염되면 중증도가 올라갈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2020년 영국 공중보건국 조사에 따르면, 동시 감염자들의 사망률은 미감염자의 6배, 코로나19만 감염된 환자의 2.3배로 나타났다. 또 이스라엘에서 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도 코로나19에만 감염됐을 때보다 동시 감염 시 사망 위험이 1.6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독감 바이러스 각각 특성 달라… 'A형 H3N2’ 독성 강해
올해 독감 유행을 주도할 우세종으로 예상되는 'A형 H3N2'는 독감 중에서도 독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감 바이러스는 A형(H1N1·H3N2)과 B형(야마가타·빅토리아) 등 크게 4가지로 나뉘는데 코로나19처럼 모두 특성이 다르다.
A형 H3N2는 독감 바이러스 중 가장 독성이 강한 균주로 꼽힌다. 1968년 홍콩에서 유행이 시작된 일명 '홍콩독감'의 후손으로 이듬해인 1969년까지 전 세계에서 1억 명 이상을 감염시켰다. 이 가운데 100만명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계에서는 A형 H3N2의 중증 질환을 일으키는 위험도가 또 다른 독감 바이러스인 'A형 H1N1'보다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A형 H1N1은 '스페인독감'의 후손이다.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도 A형 H1N1에 속한다.
◇독감 의심 환자 유행기준인 4.9명 충족…영유아 감염속도 빨라
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39주차(9월18~24일) 독감 의심환자 분율(외래환자 1,000명당 의심환자 수)은 유행주의보 기준인 4.9로 전주(4.7) 대비 소폭 올랐다. 전국에 독감 유행 주의보가 발령된 9월 16일의 5.1명보다는 다소 내려간 수치다. 하지만 여전히 유행기준인 4.9명을 충족하는 상태다.
특히 자연감염 이력이 적고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항체도 사라져 독감에 취약한 영유아의 감염 속도가 빠르다. 통상 독감은 영유아 사이에서 먼저 퍼진 뒤 성인으로 유행이 확대되는 사례가 많다.
39주차 독감 의심환자 분율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1~12세의 수치가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6세 7.9명, 7~12세 6.4명으로 50~64세 3.3명과 비교해 두배 이상 높았다.
1~6세 연령대로 한정하면 7.9로 역시 전체 연령대보다 높았고 1주 전(6.0)보다 평균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봐도 2019~2020 절기(6.3)보다 높고 2018~2019 절기(3.7)보다는 2배 이상 증가했다.
◇어린이·임신부 독감 예방접종 시작…다음주 고령층 접종
올해 독감 국가예방접종 대상자는▲생후 만 6개월~13세 이하 어린이(2009년~2022년 8월31일 출생자) ▲임신부 ▲만 65세 이상 고령층(1957년 12월31일 이전 출생자)이다.
지난달 21일 생후 만 6개월~9세 미만 어린이 중 생애 처음으로 독감 백신을 접종받는 2회 접종 대상자부터 접종이 시작됐다. 지난 5일에는 생후 만 6개월~13세 이하 어린이와 임신부로 확대됐다.
만 75세 이상 고령층은 오는 12일, 만 70~74세는 17일, 만 65~69세는 20일부터 각각 접종이 가능하다. 접종 기한은 오는 12월 31일까지다.
국가 예방접종 지원 대상자가 아닌 만 14~64세(1958~2008년생)는 백신 물량이 있는 동네 병·의원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접종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신 독감 백신은 왼팔, 코로나19 백신은 오른팔에 접종하는 식으로 접종부위를 구분해야 한다.
◇접종에는 어떤 백신이 사용되나
올해 독감 접종에는 계란을 배양해 생산하는 유정란 백신과 세포를 이용한 세포배양 백신이 사용된다. 모두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4가 백신이다. 4가 백신은 4가지 독감 바이러스에 모두 대응하는 백신을 말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가가 지원하는 무료 예방접종에 사용되는 백신은 국내외 7개 제조사가 만든 9종이다.
녹십자(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보령바이오파마(보령플루백신 Ⅷ테트라, 보령플루백신Ⅴ테트라), 보령제약(비알플루텍Ⅰ테트라), 일양약품(테라텍트), 한국백신(코박스인플루4가, 코박스플루4가), 글락소스미스클라인(플루아릭스테트라), 사노피파스퇴르(박씨그리프테트라) 등이 있다.
방역 당국은 국산과 수입산 모두 백신 성분 차이는 없기 때문에 맞게 될 백신 상표를 굳이 따질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동일한 정보와 성문을 갖고 백신을 생산하므로 성분이 동일하고 백신의 효과나 효능에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질병청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백신과 의료기관에서 접종할 때 맞는 유료 백신의 종류가 다르지 않다"며 "독감 백신 중 일부는 국가가 조달구매해 배포하고, 일부는 위탁의료기관에서 제조사를 통해 직접 구매하는 차이만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방역당국은 "겨울철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할 경우 고위험군의 위중증률이 올라갈 수 있다며 백신 접종에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독감 백신 효과 극대화를 위해 늦어도 10월 초까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