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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마다 항생제 반응 다른 이유? “신호 전달 과정의 반응 속도 제한 단계 달라서”
세포마다 항생제 반응 다른 이유? “신호 전달 과정의 반응 속도 제한 단계 달라서”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2.03.21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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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김재경 교수 연구팀, 수학 모델로 세포 간 이질성 유발 원인 제시
큐잉 모델 개발, 신호 체계를 분석할 수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실제 대장균의 항생제에 대한 반응 세기를 측정한 시계열 자료로부터 검증
항생제 내성 세균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향후 항암 치료 효과 개선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세포는 항생제, 삼투압 변화, 산성 변화 등 다양한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신호 전달 체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신호 전달 체계는 세포가 외부 환경과 상호 작용하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같은 외부 자극을 세포들에 가했을 때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약물에 대한 이질적인 반응과 약물 내성이 강한 존속성 세균(Persister Cell)이 발생한다. 이러한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의 이질성은 항암 치료 시 화학 요법을 적용할 때 암세포의 완전 사멸을 막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유발하는 세포 간 이질성의 원인을 찾기 위해 그간 많은 시도가 있었다. 특히, 신호 전달 체계를 이루는 많은 중간 과정들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제안됐으나, 실험적으로 모든 중간 과정을 직접 관측하는 것이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기에 난제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항생제와 같은 동일한 외부 자극에도 개별 세포마다 반응하는 정도가 다른 근본적인 원인을 밝혔다.
 

김재경 교수(중간), 김대욱 박사(좌), 홍혁표 박사과정(우)(사진=KAIST)
김재경 교수(중간), 김대욱 박사(좌), 홍혁표 박사과정(우)(사진=KAIST)

◇KAIST 김재경 교수 연구팀, 수학 모델로 세포 간 이질성 유발 원인 제시

KAIST는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의생명수학 그룹 겸임) 연구팀이 외부 자극에 대한 세포 간 이질성(Cell-to-cell Heterogeneity)의 크기가 세포 내 신호 전달 과정의 반응 속도 제한 단계(Rate-limiting Step)의 수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KAIST 김대욱 박사와 홍혁표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3월 18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논문명: Systematic inference identifies a major source of heteogeneity in cell signaling dynamics: the rate-limiting step number)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의 이질성의 원인으로는 수용체의 개수 차이, 세포 분열 주기에서의 위상 차이, 비대칭적인 세포 분열 등이 기존에 밝혀져 있었다. 이러한 원인 외에도 신호 전달 체계를 이루는 중간 과정들의 본질적인 무작위성이 이질성을 유발한다고 제안됐으나, 실험적으로 중간 과정을 모두 관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수리 모형을 이용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가 미비하여 해결되지 못한 채로 남아 있었다.

김재경 교수 연구팀은 이 난제 해결을 위해 세포 내 신호 전달 체계를 묘사하는 큐잉 모형(Queueing Model)을 개발했다. 큐잉 모형은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의 수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속도에 따라 매장에서 손님이 머무르는 시간, 기다리는 손님의 수 등을 기술하는 수학적 모형이다. 다양한 신호 처리 체계를 기술하는 데에 응용될 수 있다.
 

세포 간 이질성과 세포마다 다른 약물에 대한 반응성(사진=KAIST)
세포 간 이질성과 세포마다 다른 약물에 대한 반응성(사진=KAIST)

◇항생제 내성 세균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향후 항암 치료 효과 개선 기대

연구팀은 개발된 큐잉 모형을 바탕으로 통계적인 추정 방법론인 베이지안 모형(Bayesian Model)과 혼합 효과 모형(Mixed-effects Model)을 결합해 신호 체계의 중간 과정에 대한 관측 없이도 신호 체계를 분석할 수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MBI; Moment-based Bayesian Inference Method)를 개발했다. 베이지안 모형은 관심 있는 모수에 대한 기존의 정보와 새롭게 관측된 자료로부터 오는 정보를 함께 활용하여 모수를 추정하는 통계적 모형이며, 혼합 효과 모형은 통계적 추정에 있어서 전체 자료가 여러 소집단으로 나누어져 있을 때 각 소집단의 특징을 추정에 반영하는 통계 모형으로 이질성이 있는 세포 집단의 특징을 기술할 때에 응용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세포 간 이질성이 신호 전달 체계를 구성하는 속도 제한 단계의 수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즉, 신호 전달 체계에 관여하는 수많은 중간 과정 중 가장 느린 속도로 일어나서 전체 신호 전달 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속도 제한 단계의 수가 커질수록 반응 신호의 세포 간 이질성이 커진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김재경 교수 연구팀은 속도 제한 단계와 반응 신호 세기의 세포 간 이질성이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실제 대장균(E. coli)의 항생제에 대한 반응 세기를 측정한 시계열 자료로부터 검증했고,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나아가, 신호 전달 체계에서의 세포 간 이질성 연구를 돕기 위해 신호 전달 체계에서의 음성 피드백을 묘사하는 더 정교한 모델로 결과를 확장했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MBI; moment-based Bayesian inference method)를 개발하여 공개했다. 이를 통해 세포 간 이질성의 원인을 더 자세히 규명하고, 화학 요법 등의 항암 치료 효과를 개선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항생제 투여 후 시간에 따른 대장균 반응 신호의 세기를 측정한 자료(사진=KAIST)
항생제 투여 후 시간에 따른 대장균 반응 신호의 세기를 측정한 자료(사진=KAIST)

김재경 교수는 “신호 전달 체계를 이루는 속도 제한 단계의 수가 늘어날수록 유전적으로 같은 세포 집단일지라도 전달하는 신호가 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하며 “항암 치료 시 중요하게 고려되는 세포 간 이질성에 대한 이해를 수리 모델을 통해서 높인 연구로, 이번 성과를 통해 항암 치료 개선 방안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ˮ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항생제 내성 세균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향후 항암 치료 효과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편 김재경 교수는 수학자이지만 의약학·생명과학 실험실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다양한 일주기 리듬과 수면 관련 문제들을 수학을 이용하여 해결하여 Science, Molecular Cell, Nature Communication, Nature Chemical Biology, Current Biology, PNAS 등에 우수 논문들을 게재했다. 대한수학회 상산 젊은 수학자상(2015), 한국을 빛낼 젊은 과학자 30인(2016), 한국산업응용수학회 젊은 연구자상(2017), Human Frontier Science Program Young Investigator Award(2017), J. Shelton Horsley Research Award (2019), 올해의 최석정상(2021)을 수상한 바 있다.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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