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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게 늙는 기술] 대통령마저도 용한 누군가의 말씀을 따르고 싶다
[더디게 늙는 기술] 대통령마저도 용한 누군가의 말씀을 따르고 싶다
  • 상선약수(上善若水)
  • 승인 2022.02.28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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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들어가는 말) 상선약수는 의사도 아니고 관련된 학위도 없습니다. 다음의 글은 한의학과 카이로프랙틱, 요가의 세계관에 기반하고 있으나, 문헌적 근거는 없습니다. 늙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나 늦추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상식에 기반한 가설의 세계를 펼쳐나가겠습니다. 그럴싸하다 싶으시면 따라할 수는 있겠으나, 본 칼럼이 그 결과에 책임지지는 않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병을 고치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왜 병에 걸렸는지 따져보는 일이다. 원인에 맞게 처치를 하는 것이 합리적인 절차인데, 실제 그렇게 하는 사람은 드물다. 원인보다는 증상에만 관심을 갖거나, 별생각 없이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한다. 아이들은 증상만 잡아줘도 병이 낫지만, 어른은 경우가 다르다. 원인은 그냥 둔 채 증상에만 조치하다 보면, 몸은 꾸준히 나빠진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원인을 따지지 않는 마음’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꽤 큰 규모의 비즈니스를 하는 대표들도 역술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건희 회장도 살아생전에는 면접할 때 관상가를 대동했다고 한다. 중요한 일이니까 그르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당연한 일인데, 그래도 이상한 일이다. 회장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직업인데,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인사 문제를 남의 판단에 의지하다니.

회장만 그런 게 아니다. 자식의 결혼을 앞두고 사주를 따져보는 부모들, 자식의 평생을 결정할 학업을 학원에 의지하는 사람들, 투표를 앞두고 대세가 누구인지 관심 갖는 사람들. 이들의 공통점은 사소한 일은 내가 직접 따져보고 결정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일은 내가 결정하지 않으려는 자세다.

사람은 본래 합리적이지 않다. 그런데, 사람이 합리적인 것을 전제로 한 관행도 많다. 민주주의가 대표적이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정책을 따져보고,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에 적합한 사람을 고를 것이라 기대하고 만든 제도인데, 현실은 인기 투표로 변한다. 일을 잘할 사람을 뽑기보다는 인기 좋은 사람이 뽑힌다. 이런 현실을 놓고 생각해보면, 민주주의는 모두가 꾸준히 노력해서 달성해야 할 목표로 보는 것이 알맞을 것이다.

경제학 교과서에는 <합리적 기대가설>이라는 이론이 있다. 경제주체가 다들 합리적이기 때문에 케인즈의 경제 정책은 도무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은 그럴싸하나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 세계의 이야기인데, 이게 노벨상도 받고, 많은 경제학자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도 이와 비슷한 사고를 한다는 게 문제다.

집단으로 잘못된 생각을 하다 보니 금융시장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의 의사결정은 일정한 패턴을 갖기 마련인데, 조지 소로스는 이런 약점을 역이용해서 돈을 번다. 요컨대, 경제학 전공자들은 판타지에 가까운 세계관을 근거로 행동하는데, 조지 소로스는 실제 세계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고타마 싯다르타가 말한 ‘붓다’라는 현상에 관해 나는 ‘실제 세계를 보이는 대로 보고,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싯다르타가 출가한 계기는 생/노/병/사의 네 가지 고통에서 벗어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함인데, 우리 칼럼은 그 사고(四苦) 중에 노, 병, 사에 관한 것이다 보니, 싯다르타에 관해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

붓다는 출가 후 한동안 요가 수행을 했는데, 나는 붓다가 그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을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80세에 돌아가실 때까지 건강하게 활동했고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명석했다. 오후 불식이라는 불교 수행의 원칙도 그분의 요가수행 경험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보이는 대로 세상을 보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사람이 실제로 있다고 해도 평범한 사람들은 알아볼 수가 없다. 본인이 세상을 있는 대로 보지 못하는데, 자신과 다르게 세상을 파악하는 사람을 보고 그가 제대로 파악했는지 여부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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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은 직후에 그의 깨달음을 세상에 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굶어 죽을 뻔한 순간에 어떤 소녀의 도움을 받고 나서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최대한 알기 쉽게 세상에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겠노라고.

드라마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내가 목숨 걸고 얻은 깨달음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라는 대목을 들으면 긴장감이 생긴다. 저 이야기는 영영 못 듣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싯다르타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이 대목이 가르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각색인지, 아니면 실제로 싯다르타가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알아듣기 어려운 이야기라서 그랬을 것 같다는 점에서 그럴 법하다고 생각한다.

마음 챙김 명상에 관한 책을 보면 싯다르타는 가르침을 그렇게 전했다고 한다. “내가 이리저리 수행해 보니, 어느 순간 내가 내 마음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런 경험을 했지만,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나처럼 한 번 노력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런 조심스러운 마음가짐이 세상을 실제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자세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성리학에서 말하는 경(敬)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내가 의학에 대해 기본적으로 갖는 생각은 그렇다. 매사 인과관계를 따져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한의학은 인과관계를 나름의 이론 체계 속에서 따지는데, 서양의학은 인과관계를 따지는 일이 드물다고. 이것은 의학에 대한 나의 의견인데, 과연 이런 내 의견이 맞을지 병을 앞둔 사람들도 따져보면 좋겠다. 건강검진에서 내 병에 대해 뭔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를테면 혈압이 높다거나 당뇨가 있다거나 암세포가 발견되었다거나 할 때, 구글에서 검색을 시도해 보면 좋겠다. ‘고혈압의 원인’ 또는 ‘고혈압 한의학’ 등의 단어를 갖고 몇 번의 검색을 시도하면, 나름대로 원인을 알 수 있고, 병원의 처방에 대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

병원의 처방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서양의학은 원인을 규명하기보다는 증상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경우가 더 많다. 병원은 일종의 기업이기에 일정 규모의 매출을 유지해야 한다. 의사는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그 문제의 인과관계를 아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의학이나 병원, 의사에게 나쁜 의도가 있어서, 또는 무능하거나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입장이 그래서, 문제해결과 무관한 처방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종교 수행자들은 성욕이란 마음속에 심어진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성욕이 동기가 되어 움직이는 것은,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의 프로그램이 내 몸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수행자들이 성욕을 이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누군가 전문가가 있겠지, 그 전문가가 내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주겠지’라는 생각은 마음 속에 심어진 프로그램이고, 허황된 욕심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의사들 판단을 믿고 목숨을 맡기기 전에 잠시 검색을 해볼 수 있을 테니까.

통념과 모순된 지식을 대하는 마음에 관해 이야기했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의학에 대해 말해도 될 것 같다. 한의학이 서양의학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지식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구조에 대해서 다음 칼럼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_ 상선약수(baungg@gmail.com)

한의학과 요가에 관심이 많고, 흑백 필름 사진 개인전 한 번과 장편 상업 영화 한 편의 연출 경험이 있다. 생업으로 인테리어 디자인을 잠깐, 그리고 방송사에서 콘텐츠 기획을 오랫동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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