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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좀’의 놀라운 신분 상승, 바이오 업계 관심 한 몸에 받는 이유는
‘엑소좀’의 놀라운 신분 상승, 바이오 업계 관심 한 몸에 받는 이유는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2.01.21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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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조 개의 인체 내 세포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지름 50~200㎚(나노미터)의 동그란 입자
줄기세포 치료제에 비해 보관이 편리하고 대량생산 가능, 부작용도 적어
암 진단과 치료제 개발 위한 차세대 항암 물질로 주목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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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생체분자들을 주변 세포에 전달하는, 나노입자 크기의 작은 세포 소포체 ‘엑소좀’(Exosome)이 이슈다.

30년 전에 처음 발견된 엑소좀의 역사는 나름 드라마틱하다. 처음에는 세포에서 노폐물을 제거하는 메커니즘으로 인식됐다가, 10여 년 전에는 몸 안을 돌아다니면서 단순히 면역 반응을 조절한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약물 전달체로서의 특성이 점차 밝혀지면서 몸값이 올라갔다.

엑소좀은 약 60조 개에 이르는 인체 내 세포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지름 50~200㎚(나노미터)의 동그란 입자다. 엑소좀은 체내 다양한 체액에 존재하는데, 세포 내부의 단백질, 핵산, 지질, 펩타이드, miRNA 등 여러 가지 활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엑소좀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생리학적 현상들에 관련된 미세 운반 물질(Nanocarrier)이다. 엑소좀은 DNA, mRNA, miRNA나 단백질 등을 세포에서 세포로 운반하여 전달받은 세포의 생물학적 변화를 유도한다.

◇줄기세포 치료제에 비해 보관이 편리하고 대량생산 가능, 부작용도 적어

엑소좀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체내에 있는 세포에서 유래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안전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존의 세포치료제는 부작용뿐만 아니라 보관이나 이동 문제로 좀처럼 상품화하기 힘들었다. 이에 비해 줄기세포 엑소좀을 활용한 치료제는 줄기세포 치료제와 효과는 유사하지만, 보관이 편리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 수백만 원에 달하는 줄기세포보다 효율적인 데다가 부작용 우려도 적다.

이러한 장점들로 인해 엑소좀은 세포치료제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 항노화와 항염증, 조직 재생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엑소좀 시장은 2030년 약 2조 6,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역시 2022년 새로운 모달리티(Modality)로 세포․유전자치료제, 항체 약물 접합체(ADC), 마이크로바이옴과 더불어 엑소좀을 꼽는다.

아직 상용화된 엑소좀 치료제는 국내외적으로 없다. 전 세계 여러 바이오 기업들이 엑소좀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품질관리와 대량생산이 어려워 진입 장벽이 높다.

하지만, 본격적인 연구가 최근에서야 활성화됐다는 점이 시장 선점의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엑소좀 관련 산업은 대기업이 아직 발을 뻗지 않아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거의 없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치료단계가 가장 앞선 회사는 미국 코디악 바이오사이언스(Codiak BioSciences)와 영국 에복스 테라퓨틱스(Evox Therapeutics) 등으로, 아직 임상 1상 단계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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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좀, 암 진단과 치료제 개발 위한 차세대 항암 물질로 주목

암 치료를 위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최근 엑소좀에 주목하고 있다. 세포 간의 정보를 전달하는 엑소좀의 기능 때문이다.

모든 세포 유형에서 분비되는 엑소좀은 혈액뿐만 아니라 타액이나 소변 등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엑소좀을 활용하면 항암치료 외에도 당뇨,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 세포의 문제로 생기는 질병은 모두 조기 진단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암 치료에서는 엑소좀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로 목표 세포를 알아서 찾아가는 엑소좀의 성질 덕분이다. 특정 암세포로 가는 면역세포 엑소좀에 항암제를 탑재해 투입하면 다른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특정 암세포에만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장점을 모두 지닌 항암치료제라는 뜻이다.

바이오 기업들은 엑소좀을 활용한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특정 암세포가 정상 세포보다 엑소좀을 더 많이 분비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엑소좀을 추적하면 체액이나 혈액에 포함된 특정 질병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체내에 살펴보기 어려운 위치에 서식하는 질병 인자가 엑소좀을 분비할 경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췌장은 꺼내는 과정에서 주변 혈관과 조직이 손상을 입기 쉬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쉽지 않아 생존율이 10% 미만일 정도로 치명적인 암이다. 하지만 혈액 내 엑소좀 테스트로 췌장암 엑소좀을 발견한다면 췌장암을 조기에 진단해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는 엑소좀을 이용한 암의 조기 진단, 암 재발의 조기 진단, 암 치료의 모니터링이 소량의 혈액채취로 손쉽게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엑소좀을 활용한 항암 기술은 ‘플랫폼’ 기술로 다양한 항암물질과 의약품에 적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특히 엑소좀의 활용으로 특정 세포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만 있으면 효과가 뛰어나지만 독성이 너무 강해 다른 정상세포에도 치명적이었던 항암물질들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사진=프로스테믹스)
(사진=프로스테믹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엑소좀 기반 치료제 임상 돌입하는 기업은?

엑소좀은 국내 바이벤처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로, 많은 기업이 이미 엑소좀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올해는 이들 기업 중 엑소좀 기반 신약후보물질에 관한 임상에 진입하는 곳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월 호주에서 세계 최초로 엑소좀 기반 염증 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ILB-202’에 대한 임상 1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임상 1상이 끝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미국에서 임상 2상 신청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일리아스의 ILB-202에는 엑소좀 기반 치료제에 대한 핵심 원천기술인 ‘EXPLOR’이 적용됐다. EXPLOR는 고분자 물질인 치료용 단백질을 광가역적 결합 단백질 모듈을 통해 엑소좀 내부에 탑재하는 기술이다. 일부 치료용 단백질은 세포 안에 전달돼야 치료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분자량이 많아서 기존 기술로는 세포 안으로 전달시키기 어려웠다.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는 치료용 단백질을 엑소좀 막에 고정하지 않으면서 엑소좀 안에 탑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한국과 미국 등에 특허 등록됐다. 전임상을 통해 패혈증, 조산, 급성신손상에서 염증 억제 효과도 입증했다.

프로스테믹스는 올 상반기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엑소좀 기반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PSI-401’ 의 해외 임상 1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회사는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엑소좀 기반 신약의 임상 진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프로스테믹스의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엑소좀은 경구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IL-6 등 염증성사이토카인을 억제하고, 손상된 장기 회복으로 비임상에서 경쟁 약 대비 뛰어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올해 1분기 식약처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고 한국인과 코카서스인(백인) 대상 임상 1상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서의 임상 2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브렉소젠도 아토피피부염 치료 후보물질 BRE-AD01에 대해 오는 5, 6월 중 미국에서 임상시험계획을 낼 예정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임상 신청 전 사전 미팅을 앞두고 있다.

브렉소젠은 자체 개발한 ‘BG-Platform’을 통해 엑소좀 활용 신약을 개발 중이다. BG-Platform은 질환 특이적 유효성분이 함유된 엑소좀 생산이 가능한 기술로, 엑소좀 생산 특화 고효율·고기능 세포주 확립, 타깃 질환별 엑소좀 내 유효성분 조절, 고순도 엑소좀 분리·정제 등이 가능하다.

브렉소젠은 앞으로 3년간 해마다 후보물질 1개씩을 임상에 진입시키겠다는 계획이며, 2024년 상반기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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