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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마이크로니들’, 안구나 뇌 조직의 목표 신경세포에도 도달 가능
진화하는 ‘마이크로니들’, 안구나 뇌 조직의 목표 신경세포에도 도달 가능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1.12.21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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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연구원, 다양한 길이의 신경 전극 다발을 한 번에 제작
목표하는 신경층에 정확히 위치하면서도 삽입 시 조직 손상 최소화
뇌, 망막, 말초 신경 섬유 다발과 같은 미세 3차원 구조의 신경조직에 응용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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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수백 마이크로미터 길이 이내의 미세바늘로 백신이나 의약품을 투여하는 약물전달시스템인 마이크로니들의 진화가 거듭되고 있다.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 초미세 신경 전극 다발)은 기존의 주사기 효능과 패치의 편의성을 결합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화장품, 의약, 백신의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약물 전달 방법으로 개발되고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복잡한 굴곡이 있는 뇌, 망막 같은 3차원 조직 내 여러 층에 분포하는 신경세포들로부터 오는 신호를 동시에 기록하는 한편, 원하는 위치의 신경세포만 자극하기에 기존 마이크로니들 기술로는 한계가 있었다.
 

제각각 다른 깊이의 신경세포를 자극하기 위한 마이크로 니들 개념도 서로 다른 여러 길이의 초미세전극들이 배열된 마이크로 니들은 신경섬유 다발, 망막, 뇌와 같이 굴곡진 조직의 서로 다른 깊이에 존재하는 신경세포 가운데 표적하는 세포에만 가까이 접근하여 신경신호를 효과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고려대학교 노현희 학생연구원)
제각각 다른 깊이의 신경세포를 자극하기 위한 마이크로 니들 개념도 서로 다른 여러 길이의 초미세전극들이 배열된 마이크로 니들은 신경섬유 다발, 망막, 뇌와 같이 굴곡진 조직의 서로 다른 깊이에 존재하는 신경세포 가운데 표적하는 세포에만 가까이 접근하여 신경신호를 효과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 (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고려대학교 노현희 학생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포토마스크 이용해 다양한 길이의 신경 전극 다발을 한 번에 제작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광복)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임매순, 이병철 박사 연구팀(노현희, 윤영준, 박진수, 강동현 등)이 다양한 길이의 미세전극이 촘촘히 배열된 마이크로니들을 제작할 수 있는, 더욱 단순한 반도체 공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신진연구지원사업과 차세대지능형반도체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재료과학 및 나노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마이크로 레터즈(Nano-Micro Letters)’에 12월 9일 게재(온라인)됐다.

인체 조직 내 여러 깊이에 존재하는 신경세포들에 가까이 다가가 이들의 신호를 기록하고 선택적으로 자극하기 위해서는, 기존에는 길이가 서로 다른 신경 전극을 개별로 제작하고 조립하는 복잡하고 반복적인 방식을 거쳐야만 했다.

연구팀은 길이가 다른 신경 전극을 각각 따로 제작하는 번거로움 없이 원하는 길이 배열 정보를 담은 포토마스크 디자인을 이용해 다양한 길이의 신경 전극 다발을 한 번에 제작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또, 끝을 뾰족하게 하면서 종횡비를 높여 목표하는 신경층에 정확히 위치하면서도 삽입 시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마이크로 니들의 균일도와 생쥐모델 뇌조직에의 삽입력 측정결과. 포토마스크 디자인 변경만으로 다양한 길이의 초미세 전극들이 배열된 마이크로 니들을 한 번에 제작할 수 있다. 표적하는 조직이나 세포에 최적화된 길이 배열을 디자인하고 제작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또한, 끝을 뾰족하게 하면서 종횡비를 높게 만들어 조직 삽입시 원하는 세포만 표적하기에 유리하다.(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고려대학교 노현희 학생연구원)
마이크로 니들의 균일도와 생쥐모델 뇌조직에의 삽입력 측정결과. 포토마스크 디자인 변경만으로 다양한 길이의 초미세 전극들이 배열된 마이크로 니들을 한 번에 제작할 수 있다. 표적하는 조직이나 세포에 최적화된 길이 배열을 디자인하고 제작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또한, 끝을 뾰족하게 하면서 종횡비를 높게 만들어 조직 삽입시 원하는 세포만 표적하기에 유리하다.(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고려대학교 노현희 학생연구원)

◇목표하는 신경층에 정확히 위치하면서도 삽입 시 조직 손상 최소화

임매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는 “미세전극 어레이를 굴곡이 있는 구형의 안구 벽에 효과적으로 삽입하여 망막의 신경세포를 균일하게 자극하는 것은 인공 망막(인공 시각) 분야의 오랜 고민이었다. 특정 종류의 신경 세포들만 선택적으로 자극하려면 3차원 신경 전극을 정교하게 삽입해야 하는데, 기존 신경 전극 제작 방법은 단점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연구에서 공정 조건에 따라 미세전극 어레이의 길이와 단면 모양을 다양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 큰 성과다. 포토마스크 디자인 변경만으로도 3차원 미세전극 어레이의 길이를 제각각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임상적 필요에 따라 적합한 신경 전극 길이 분포를 쉽게 디자인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안한 것이다. 실제 쥐 뇌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삽입력이 매우 작게 측정됐다”라고 설명했다.

날카롭고 얇은 압정과 못이 벽에 더 부드럽게 잘 박히는 것과 같은 원리로, 연구팀이 실제 제작한 마이크로니들은 기존 연구 대비 100배가량 작은 힘으로도 생쥐 뇌에 삽입될 수 있었다. 이는 애벌레 가시털이 생쥐 피부를 뚫는 힘과 비슷한 정도이다.

아울러 단위 면적당 625개까지 미세전극을 아주 촘촘히 배열함으로써 신경 신호를 대량으로 읽어낼 수 있어 복잡한 신경망의 기능적 연결 관계를 밝히는 것에 유용하도록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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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망막, 말초 신경 섬유 다발과 같은 미세 3차원 구조의 신경조직에 응용 기대

연구팀은 이번 성과에 대해 개발한 다양한 길이의 미세전극 어레이를 뇌, 눈의 신경조직인 망막, 말초 신경 섬유 다발과 같은 미세 3차원 구조의 신경조직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해당 신경조직들은 계층화되어 있어 특정 깊이에 비슷한 종류의 신경 세포들이 특정 기능을 수행한다. 굴곡진 외부 구조에 제작한 신경 전극을 삽입하면, 원하는 패턴으로 깊이별 신경 신호를 측정하거나 해당 깊이의 신경세포를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가능하다.

고밀도 신경 신호 기록은 뇌과학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신경 자극은 뇌 질환 치료를 위한 전자약 개발을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노현희 학생연구원은 “실명한 동물 안구 내에 소자를 이식하고 망막을 전기적으로 자극하여 인공 시각을 구현하는 전자약 실험도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개발한 공정 방법의 최적화 및 소자의 생체적합성, 전기적 특성을 평가할 계획이며, 이번 연구 결과를 이용한 고밀도 신경 신호 분석이 뇌의 효율적 동작 원리 규명 등을 위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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