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 임상 실패 및 개발 중단의 위험으로 불확실성 매우 커
개인투자자 보호하기 위해 공시 체계 개편 필요
[바이오타임즈] 길고 길었던 신라젠 사태가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와 경영진에 대해 유죄가 선고됨으로써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한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1,900억 원 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가 1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350억 원을 선고받았다.
문은상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3월 실질적인 자기 자금 없이 신라젠 대표이사이자 대주주로서 ‘자금 돌리기’ 방식에 의한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주도함으로써 신라젠과 시장에 심각한 피해와 혼란을 일으켰다. 또한, 특허 대금을 부풀려 신라젠 자금 29억 3,000만 원 상당을 관련사에 과다하게 지급하고, 지인 5명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뒤 매각이익 중 38억 원가량을 돌려받았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다만 재판부는 부당이득으로 인정되는 금액은 신주인수권 인수 당시 가액인 350억 원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신라젠, K-바이오 신화의 몰락...17만 개인 주주들, 1년 넘는 거래정지로 극심한 피해 호소
신라젠은 2006년 설립되어 2016년에 코스닥에 상장한 항암 바이러스 기반 면역 항암치료제 연구개발 기업이다. 신라젠은 상장 이후 한때 시총 10조 원을 돌파하며 시총 2위에까지 오를 정도로 ‘K-바이오 신화’를 주도했으나, 2019년 항암 신약으로 개발 중이던 ‘펙사백’의 임상 3상이 실패하면서 상장폐지 위기까지 갔다.
당시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는 임상 3상의 실패를 미리 알고도 공시 전에 주식을 불법 매도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기소 됐었다.
현재 신라젠은 새 주인을 맞아 경영정상화에 나선 상태다. 지난 7월 철강 제품 제조업체 엠투엔이 최대 주주로 올라선 후 최근 엠투엔 출신 김상원 대표가 선임되며, 거래 재개 및 경영 정상화를 선언했다. 새로운 경영진은 사명도 공모를 통해 바꾸고, 올해 안으로 거래 재개를 위해 9월부터 거래소와 미팅에 나선다고 밝혔다.
17만 명에 달하는 신라젠 개인 주주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죄 확정된 모든 행위가 상장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한국거래소가 불법 행위를 묵과하고 상장을 묵인했고, 전 경영진들이 유죄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되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관계기관이 거래 중지라는 월권을 행사하여 자신의 책임을 주주들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은 “1년이 넘는 거래 정지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해 일어난 극심한 재산상의 손해와 정신적인 피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해줄 것과 관련 책임자 문책, 즉각적인 주권 정상화를 위해 성의 있는 태도로 임할 것을 주문한다”라고 밝혔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 임상 실패 및 개발 중단의 위험으로 불확실성 매우 커
제약·바이오는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산업이다. 신약 개발에 평균 15년이라는 시간과 1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임상에 성공해 상용화되는 성공률은 10%에 불과하다. 또한, 임상시험 실패 소식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다.
헬릭스미스 역시 임상 실패로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본 대표적 사례다. 서울대 사내벤처로 시작한 헬릭스미스는 2019년 9월 당뇨병성신경증 신약인 VM202-DPN의 임상 3상이 실패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게다가 3번의 유상증자와 부실 사모펀드 투자 등 극단적 오너 리스크로 시장의 신뢰를 잃어 고점 31만 원에서 현재 2만 6,000원대까지 떨어져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컸다.
이와 같은 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이 바이오 분야를 가장 선호하는 이유는 규모가 작은 기업이라도 기술력을 인정받거나 신약 개발 이슈들로 단기간 100% 이상 상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코스닥 시총 10위권 내 4개의 바이오기업(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알테오젠, 씨젠)이 포진해있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가 20위 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상훈 선명법인 변호사는 “제약·바이오주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동학개미'라 불리는 신규 개인투자자들이 제약·바이오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 기업 투자는 임상 실패 및 개발 중단의 위험으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라며 “금융감독원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약·바이오 기업이 산업 특유의 투자위험 요소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법정 공시의 사업보고서에 대해 모범 사례(2018년)를 제시하고, 거래소 공시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2020년)을 마련했다. 개인은 공시된 사업보고서 등 정보를 면밀히 확인하고 해당 산업의 고위험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고 바이오 기업 투자 시 주의해야 할 사항에 관해 설명했다.
◇개인투자자 보호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보완 마련, 공시 체계 개편 필요
그동안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 공시정보를 보고 투자위험을 알기가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어왔다. 임상시험 공시 후 최종 신약 승인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성공 확률도 낮은데,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낙관적 기대로 투자를 하게 된다.
이에 금융위는 올해 2월 ‘제약·바이오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공통으로 발생하는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명확한 공시기준을 제시하고, 투자자 보호 강화에 나섰다.
주요 경영활동은 임상시험과 품목허가, 기술도입·이전계약, 국책과제, 특허권 계약 등으로 구분했고, 분류별로 공시해야 할 항목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임상시험의 경우 임상시험 계획 신청(변경신청) 및 결과, 임상시험 중지, 의약품 등의 사용금지 조치, 임상시험 종료 및 임상시험 결과 등으로 공시 항목을 세분화했다.
또한 모범 공시사항을 제시해 중요정보를 누락하지 않도록 했고, 투자위험을 명확히 안내하는 주의문구도 명시했다. ‘임상시험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받을 확률은 통계적으로 약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등의 문구를 통해 투자위험 판단을 도우라는 것이다.
반대로 투자 판단에 혼란을 주는 불확실한 정보는 공시는 제한된다. 첫 임상 환자를 등록했다거나, 단지 대면 회의를 한다는 식의 홍보성 정보의 공시는 제한된다. 또한, ‘임상’시험 관련 무용성 평가 결과 확인‘ 등의 어려운 제목을 지양하고 쉬운 제목을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이상훈 변호사는 “기업공시제도는 투자자들이 투자 판단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로써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투자위험을 감소해준다. 현재 자본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공시제도와 시스템이 지속해서 개선됨에 따라 공시정보의 양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투자자들이 공시정보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공시체계를 개편하고 교육해야 하며, 기업에는 공시 부담이 경감될 수 있도록 시장영역, 회사 규모별로 달리 적용해야 한다. 또한, ESG 책임투자 추세에 맞추어 기업들의 ESG 정보 공개를 촉구하며, 공시 사각지대를 좁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기술특례상장제도, 객관적이고 신뢰성 갖춘 기술평가 되어야
이와 함께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개편도 거론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제도는 증시 상장 요건은 충족되지 못하나, 기술력과 잠재력을 인정받은 기업들이 적자 상태라도 예외적으로 상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미래가치가 있는 기업으로서는 투자를 유치할 수 있으나, 기술 가치가 불분명한 기업들이 증시에 들어오면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 바이오·제약, 의료업종에 속하는 기업이 76%를 차지한다. 업종 특성상 임상 실패 등 위험요인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중심의 투자 비중이 높아,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신라젠과 헬릭스미스가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또한 바이오 기업의 가치 평가에 중요한 전문 평가 기관의 평가 내용은 해당 기업에만 통지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고, 나중에 임상 결과가 뒤집혔을 때 책임을 물을 근거도 마땅치 않다.
이상훈 변호사는 “특례상장제도를 통해 거래소시장에 진입한 제약·바이오 기업의 재무 성과는 대부분 저조한 상태다. 또한 기술특례상장을 위해 전문기관의 ‘기술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평가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다”라고 지적하며 “자금 조달이 필요한 혁신기업의 발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자 및 증권사, 거래소, 감독기구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감독기관은 일관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기관의 양성과 수수료의 현실화를 통해 객관적이고 신뢰성을 갖춘 기술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