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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만 명 게놈 프로젝트 완료, ‘맞춤형’ 신약 가능해진다
한국인 만 명 게놈 프로젝트 완료, ‘맞춤형’ 신약 가능해진다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1.04.27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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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UNIST 주관, 2016년부터 1만 44명의 한국인 게놈 정보를 수집 및 해독
한국인 게놈 지도 완성으로 암이나 희귀병 치료 가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한국인 만 명의 게놈을 해독하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5년 만의 성과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울산시가 주관한 ‘한국인 만 명 게놈 해독 프로젝트’는 2016년부터 시작해 건강한 사람 4,700명과 환자 5,300명 등 총 1만 44명의 한국인 게놈 정보를 수집, 해독한 것이다. 예산만 해도 현재까지 180억 원 이상이 투입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초대형 바이오 데이터 구축이다. 참여자들로부터 얻어진 생활습관 정보, 의료 정보,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한 한국인 게놈 지도가 완성되면 한국인이 잘 걸리는 암이나 희귀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질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유전자 지도도 작성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 사례는 질환자의 게놈 정보를 수집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자발적인 참여를 원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행됐다.

​게놈(Genome·유전체)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한 생물체가 갖는 유전정보의 총합을 말한다.

사람의 게놈이 인간게놈인데, 그 구성단위인 4종류의 염기서열을 해독하고 분석하면 생명체 본질 이해부터 질병 치료, 노화 극복 등 궁극적인 생명체의 기능 이해와 조절이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게놈은 ‘바이오산업의 반도체’로 알려졌으나 국내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나마 울산시가 관련 연구를 가장 먼저 시작했고, 정부도 지난해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3개 부처가 공동으로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시범 사업’ 추진에 나섰다.

울산과학기술원과 울산시가 주관한 ‘만 명 게놈 프로젝트’는 산‧학‧연‧관 협력 사업으로 추진됐다. 울산대학교병원, 울산병원, 울산중앙병원, 보람병원, 동강병원 등 지역 내 병원과 경상대, 경희대, 충북대, 가톨릭대, 서울대, 고려대, 한의학연구원 등 대학, 연구소, UNIST 1호 벤처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클리노믹스를 비롯한 기업이 참여했다.

이렇게 해독한 만 명의 게놈 정보(Korea10K)는 한국인의 표준 유전자 변이정보 데이터베이스로서 그 가치가 크다. 지금까지 1만 명 이상의 자국민을 대상으로 게놈 지도를 완성한 국가는 영국·미국·중국 등에 불과하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끈 박종화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게놈은 바이오산업의 반도체로 많은 나라가 개개인의 해독된 게놈 정보를 핵심 공공데이터로 구축해 바이오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유전적 다형성을 정밀하게 지도화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26일 UNIST에서 열린 한국인 만명 게놈 해독 완료 선언식에서 기증자 대표들이 핸드프린팅 기념식을 하는 모습. 각 연령별 대표와 송철호 시장(왼쪽부터 3번째), 이용훈 총장(왼쪽부터 4번째), 박종화 교수(오른쪽부터 2번째)(사진= UNIST)
26일 UNIST에서 열린 한국인 만명 게놈 해독 완료 선언식에서 기증자 대표들이 핸드프린팅 기념식을 하는 모습. 각 연령별 대표와 송철호 울산시장(왼쪽부터 3번째), 이용훈 UNIST 총장(왼쪽부터 4번째), 박종화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오른쪽부터 2번째)(사진= UNIST)

◇ 한국인 게놈 지도 완성으로 ‘한국인 맞춤형’ 약과 의료기술 개발

이번 게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사업성과는 ▲한국인 만 명의 게놈 정보(Korea10K)와 ▲국내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팅 분석 인프라 구축이다.

Korea10K는 한국인의 표준 유전자 변이정보 데이터베이스로서 그 가치가 크다. 이번 사업에서는 혈액, 타액 등을 통해 게놈, 전사체, 외유전체 등 오믹스 정보와 건강검진 정보, 임상 정보, 생활습관 정보 등이 종합적으로 구축됐다. 때문에 차세대 게놈 사업의 핵심인 ‘다중 오믹스 빅데이터’로 활용될 수도 있다. 다중 오믹스 분석은 통합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질병 원인과 변화를 찾는 것으로 한층 정밀한 유전적 질환 분석이 가능하다.

아울러 국내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팅 분석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도 큰 성과다. 대량의 게놈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초고성능, 고집적 연산 전자장비와 대용량 저장 공간이 필요하다.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KOGIC)는 빅데이터의 효율적 분석을 위한 장비 구축과 자체 기술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자동화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천 명의 전장 게놈 기초 분석이 가능하다.
 

울산 만명 게놈 프로젝트 추진 과정(사진=UNIST)
울산 만명 게놈 프로젝트 추진 과정(사진=UNIST)

​​UNIST 연구진은 지난 2020년 5월 한국인 천명 게놈에 대한 분석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해 주목받은 바 있다. 

연구진이 한국인 천명 게놈에 대한 분석 결과를 2003년 영국과 미국에서 완성한 표준 게놈과 비교한 결과, 모두 3,902만 5,362개의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표준 게놈은 서양인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라 인종별 특징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특히 ‘Korea1K’에서 발견된 염기 돌연변이 중 34.5%는 한국인에게서 한 번만 발견되는 독특한 것으로 확인됐다.

‘Korea1K’는 한국인의 암과 관련 있는 체세포 유전변이 예측에서 기존 표준게놈보다 높은 정확성을 보였다. 한국인 암 환자의 유전정보를 전 인류 정상 집단과 비교했을 땐 돌연변이가 발생한 부분이 암과 연관성이 낮다고 판단됐다. 하지만 Korea1K의 한국인 정상 집단과 비교했을 때는 연관성이 높다고 나타났다. 이는 보다 정확하게 ‘한국인 맞춤형’ 약과 의료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천 명 게놈 분석 데이터는 영국 MRC센터, 케임브리지, UC버클리, UCLA, 서울대, 연세대 의대, KAIST 등 국내외 23개 연구기관에 분양돼 연구에 활용 중이다. Korea10K도 곧 게놈규제자유특구를 통해 상용화 연구를 본격화 할 예정이다.

이용훈 UNIST 총장은 “1만 명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된 데이터, 인프라와 노하우는 바이오 헬스 분야의 혁신적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 헬스케어, 정밀의료, 신약 개발 등 첨단 바이오분야를 선도해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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