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된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코스닥 상장 문턱은 높아져
[바이오타임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바이오기업들에 대한 관심으로 IPO 시장이 뜨겁다.
지난해 총 22개의 바이오기업이 상장했으며, 평균 기업 가치만 3,000억 원을 상회했다. 아울러 기업공개(IPO)에 나선 제약 바이오기업 2곳 중 1곳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2배 이상 뛰었고, 그 중 박셀바이오와 SK바이오팜의 열풍이 거셌다.
이러한 분위기는 2021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대 IPO 시장 기대주로 꼽히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네오이뮨텍, 뷰노, 디앤디파마텍, 레몬헬스케어, 프리시젼바이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제이시스메디칼, 바이오디인, 엑소코바이오 등 신약 개발 기업과 헬스케어 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바이오기업은 올해 1분기 IPO 출격을 준비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다. 지난해 SK바이오팜의 광풍을 재현할 주인공으로 점쳐지고 있다.
◇ 3대 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HK이노엔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케미칼이 지분 98%를 보유한 바이오의약품(백신) 전문 기업으로, 특히 글로벌 백신 기업으로 나서면서 몸값을 올리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위탁생산을 함께 추진해왔으며, 장티푸스, 소아 장염, 폐렴구균 백신 등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 체결에 이어 8월 노바백스의 위탁개발생산(CDMO) 협약을 맺었으며, 올 1월 노바백스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코로나19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해 유통 및 판매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몸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주관사들은 올해 1분기 안으로 공모가를 책정할 계획인데, 조 단위 대어급 중에서 가장 먼저 상장에 나서기 때문에 수요 분산에 대한 우려도 없고 상장 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올해 IPO 첫 주자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내일(5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인 이 회사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바이오시밀러 및 항체의약품 신약 개발 회사다.
수요 예측 결과 공모가가 희망 밴드 상단인 3만 2,000원으로 확정됐으며, 공모금액은 4,909억 원으로 공모자금은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와 더불어 글로벌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회사가 보유한 파이프라인은 8개의 바이오시밀러와 2개의 First-in-class 항체의약품이며, 허셉틴 바이오시밀러(HD201)의 경우 품목허가에 필요한 임상 3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현재 유럽에서의 판매 승인을 준비하고 있다. 또 췌장암 항체신약(PBP1510)은 혁신 신약(First-in-class) 지위 획득을 목표로 국내와 유럽에서 임상 1/2a상 시험 개시를 앞두고 있다.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 역시 올해 상장 가능성이 높은 대어로 꼽힌다. 지난 2018년 HK이노엔을 인수한 한국콜마는 연내 IPO를 목표로 HK이노엔의 기업 가치 극대화에 힘쓰고 있다.
2019년 출시한 국내 제30호 신약 ‘케이캡’의 국내외 시장 지배력 확대에 역량을 모으는 한편, 혈액암, 고형암 분야 차세대 세포유전자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연구·개발(R&D)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자궁경부암, 대상포진 등 MSD 백신 7종의 국내 유통을 담당, 백신 시장 확대에 나선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HK이노엔의 시가 총액은 1조 3,000억 원에서 2조 원 정도다. HK이노엔 측은 구체적인 IPO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연내 상장을 목표로 전문의약품과 HB&B 사업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 코스닥 상장 입성을 노리는 바이오기업들
의료 인공지능(AI) 선도기업 뷰노는 지난해 12월 18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공모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공모 희망가는 1만 5,000~1만 9,500원으로 수요예측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 제약사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역시 26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3월 성장성 추천특례로 코스닥 상장 준비를 본격화한다. 주당 공모 희망가는 8,700원~12,400원이며, 이번 공모를 통해 약 639억 원(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 기준)을 조달한다.
암 조기진단 장비 제조기업 바이오다인도 3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지난달 19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100만 주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희망 공모가는 2만 2,500~2만 8,700원으로 최대 287억 원을 조달한다. 아직 이익을 내는 회사는 아니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을 앞세워 공모가 기준 1,77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계획이다.
T세포 차세대 면역 항암 신약을 개발하는 네오이뮨텍은 2월 코스닥 상장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3주가량 지연되면서 3월에 진행될 전망이다. 기술특례 상장으로 코스닥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네오이뮨텍은 제넥신에서 분사했으며, 미국 델라웨어주에 기반한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이다.
코스닥 상장사 제넥신이 최대주주로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으며 JK 바이오파마(8.46%), 유한양행(6.04%) 등 제약사들이 주요 주주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5,400~6,400원이며, 공모금액은 810억~960억 원이다.
디지털 헬스 전문기업 라이프시맨틱스도 사업모델 특례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헬스케어 분야 기술 플랫폼 제공, 비대면 의료와 디지털 치료기기 등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과 공급 등을 하는 회사로, 총 공모주식은 100만 주다. 공모 희망가는 9,000∼12,500원, 공모 예정 금액은 90억 원∼125억 원이다.
이외에도 국내 최초 자동화 암 진단 액상세포 검사 장비와 시약 개발 특허를 보유한 ‘바이오다인’, 엑소좀 분리·생산에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엑소좀 관련 최다 특허 보유 기업 ‘엑소코바이오’, 종합병원 애플리케이션 등 의료 솔루션 플랫폼 ‘레몬헬스케어’, 임상 전문 CRO ‘에이디엠코리아’, 유산균 건강기능식품 업체 ‘에이치피오’ 등이 상장 청구서를 제출하고 IPO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브메타파마바이젠셀, 차백신연구소, 보로노이, 샤페론, 에이디엠코리아, 제노스코, 지아이이노베이션 등도 상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툴젠도 코스닥 상장에 다시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개선된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상장 문턱 높아져
한편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 중 3곳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바이오기업들의 기술특례상장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기술특례상장은 수익성과 매출에 대한 평가를 생략하고 기술성‧사업성이 우수한 기업이 기술평가기관 평가를 통해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최근 5년간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진입한 기업 85곳 중 70%에 해당하는 60곳이 바이오기업일 정도로, 중소 바이오기업들의 주된 상장 루트이기도 하다.
한국거래소는 올해부터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기술 평가를 위해 개선된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시행했다. 기술특례상장 평가항목이 늘어나고 세분화되는 등 심사기준이 다소 까다로워졌다.
실제 디앤디파마텍과 오상헬스케어는 최근 코스닥 시장 상장위원회로부터 상장 예비심사 결과 미승인 결론을 통보받았고, 이니스트에스티는 상장 예비심사가 길어지면서 자진 철회했다.
기술력과 성장성이 담보되지 못한 기업들까지 IPO 시장에 뛰어들면서 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의 평가 기준을 강화해 사전에 과열 분위기를 차단하고, 상장 주관사를 맡는 증권사들은 기업의 가치평가를 보다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상장인 바이오기업들로서는 상장을 위한 더욱 철저하고 세밀한 준비가 요구되는 올해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