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7:25 (금)
비만이 치매에 영향을 준다고?... “치매 발병률 31% 높아져”
비만이 치매에 영향을 준다고?... “치매 발병률 31% 높아져”
  • 나지영 기자
  • 승인 2020.10.16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만은 치매 요인…복부 비만 주의 필요
치매 위험 인자 파악하고 예방하는 것이 최선
치매 가족 부양자의 45% 정신적 고통 호소

[바이오타임즈] 전 세계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는 암보다 무서운 병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 모든 국가에서 치매를 심각한 질병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직/간접적인 사회적 피해도 매우 크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12분마다 한 명씩 치매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60분마다 치매 환자가 한 명씩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 사회의 최우선 과제인 치매 극복이 가능할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치매 연구, 치료에서 예방과 관리로 관점 변화

현재 세계 각지에서는 근원적인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제 개발이 지연되면서 최근 들어서는 치매에 대응하는 관점이 치료에서 관리로 옮겨가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치매 위험 인자를 규명하는 연구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치매에 치명적인 요인을 알아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 인자는 크게 ▲유전적 위험 인자 ▲사회인구학적 위험 인자 ▲생활습관 및 환경적 위험 인자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 등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치매를 발생시키는 건 아니지만 치매 유병률을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최근에는 신체적 요인 중 비만이 치매에 위협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만의 경우, 직접적으로는 사이토킨(세포 신호 전달 단백질)과 지방 세포가 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미치고, 간접적으로는 혈관 질환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과다한 지방은 대사 경로와 혈관 경로를 막아 치매의 원인이 되는 뇌의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을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비만이 오히려 치매를 방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연구 가설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50대 이상 영국인 6,500여 명을 대상으로 장기 추적 관찰 연구를 진행한 결과, 비만은 치매에 위협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들은 정상인보다 치매 발병률이 31% 높으며, 같은 조건일 때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위험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위험… 복부 비만 여성 치매 발병률 39% ↑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6월 23일(현지 시각) ‘국제 역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에 치매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영국 종단적 노화 연구(English Longitudinal Study of Ageing)’에 참여한 만 50세 이상 영국인의 의료기록 등을 토대로 평균 11년간 추적해 연구 데이터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비만과 치매의 상관관계를 밝혀낸 것이다.

연구 결과, 체질량지수(이하 BMI)를 고려했을 때 비만인 피험자(BMI 30이상)는 정상인 피험자(BMI 18.5~24.9)보다 치매 발병률이 31% 높게 나타났다. 또한, 허리둘레를 함께 고려했을 때는 비만인 피험자가 정상인 피험자보다 28% 높게 나타났다.

특히 비만과 치매의 상관관계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욱 위협적이었다. 연구 결과 복부 비만인 여성은 정상인 여성보다 치매 발병률이 3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부 비만 여성의 치매 위험은 나이, 혼인 상태, 교육 수준, 흡연 여부, 유전적 요인(APOE ε4 유전자 보유 여부), 당뇨병, 고혈압 등과 상관이 없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도 치매 위험 인자로 비만에 주목

국내에서도 비만을 치매의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비만과 치매의 상관관계에 대한 조금 다른 시각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구로병원 내분비내과 류혜진 교수팀은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65세 이상 노인 87만 2,082명을 7년간 추적 관찰했는데, 몸무게와 상관없이 복부 비만만이 치매 발병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같은 체중이라도 복부 비만인 노인이 정상인 노인에 비해 치매 발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남녀 간 수치도 달랐는데, 남성은 15%, 여성은 23% 높았다. 류혜진 교수는 이 연구가 노화와 치매의 상관관계에서 단순히 비만보다도 허리둘레를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치매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처럼 치매 발병의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시점에서는 다양한 위험 인자를 파악하고 예방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따라서 수면, 심장박동, 미세먼지,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등 기존에 치매 위험 인자로 규명됐던 요인들에 대해서도 추가 연구가 꾸준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실질적 도움과 사회적 지원 필요

이렇듯 현재 상황에서는 치매 유병률을 증가시키는 요인들을 찾아내고 하나둘씩 관리해나가는 게 최우선이다.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치매는 환자 본인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2018년 치매 노인 유병률 조사에서는 치매 노인 가족 부양자 중 73.6%가 환자를 돌보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이 중 45%는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세계 각국은 치매와 관련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실질적인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8년 수립한 제1차 국가 치매관리종합계획을 시작으로 치매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현재는 제3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부터 진행된 제3차 치매관리종합계획에서는 치매 관리에 초점을 맞춰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 진단, 돌봄 가족 부양 부담 경감 등 폭넓은 관리계획을 하고 있다.

이제는 국가가 치매를 관리해야 하는 시대다. 국내에서는 2017년 말부터 치매 국가 책임제를 도입해 치매와 관련한 서비스를 통합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치매 안심센터가 설치되었다. 하지만 국가 자원이나 인력이 아직 치매 검진과 치매 관리 체계 구축에만 집중되어 있어 치매 환자나 부양자의 고충을 실질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치매 환자 가족의 부담을 국가가 나서서 덜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 올바른 복지 국가를 실현할 수 있으며, 이는 인간의 기본권 보호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연극학 교수이자 노인학자인 앤 배스팅(Basting) 박사는 얼마 전 TED 강연에서 치매 환자들에게 과거의 일을 묻는 대신, 창의적이고 정답이 없는, 열린 질문을 던지라고 조언했다. 이것만이 치매 환자와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물론, 배스팅 박사가 제시한 새로운 접근 방식은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치매라는 질병은 인간 삶의 총체적인 영향을 주고 주변인들 또한 그 영향을 받는 만큼, 우리는 좀 더 창의적인 치매 대응 방법을 고안해낼 필요가 있다.

[바이오타임즈=나지영 전문기자] news@biotime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