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발병 원인 모르지만, 가족력 영향 가능성 커
최근 신약 개발 활발... 예방 어렵지만 ‘맵고 짠 음식 피하기’ 등 도움돼
[바이오타임즈] 전후 최연소(52세), 역대 최장수(8년 8개월) 총리 등 일본 정치사를 새로 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장기 집권에 종지부를 찍은 건 이름조차 낯선 난치병이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큰창자) 안쪽 점막에 궤양이 생기는 병으로 만성 지속, 만성 재발, 급성 3가지로 나뉜다. 95% 환자가 만성 지속에 해당하며 복통, 발열, 혈변 등을 동반한다.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 격인 일본 후생노동성은 궤양성 대장염을 ‘난치성 질환’으로 지정하고 있다.

발병 원인 모르고, 완치 힘들어
궤양성 대장염은 발병률이 높은 질환은 아니다. 10만명당 6~8명꼴이다. 다만 생활 방식, 식습관 변화로 몇 년 전부터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한국인의 궤양성 대장염 유병률은 10만명당 30.87명 수준으로 서구(70~150명)보다 양호하지만, 낮다고 보기도 힘들다. 궤양성 대장염은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골고루 발생하며 남성(1)보다 여성(1.1~1.3)의 유병률이 더 높다.
궤양성 대장염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있다고 짐작할 뿐이다. 특히 가족력은 발병에 확실히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질본에 따르면 부모가 궤양성 대장염 환자인 사람은 일반인보다 발병률이 14.2배 더 높다.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1.6~2%는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궤양성 대장염은 재발은 쉽고, 완치는 어렵다. 아베 총리도 2007년 궤양성 대장염으로 사퇴한 뒤 신약 도움을 받아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10년 만에 재발하며 총리직을 내려놨다. 치료 선택지도 몇 없다. 특히 중증 이상 환자는 ‘종양괴사인자(TNF) 억제제’가 거의 유일한 옵션이다. TNF 억제제는 궤양성 대장염 외에도 크론병, 베체트 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제로 쓰인다. 만약 TNF 억제제 등 각종 치료에도 반응이 없을 땐 대장 적출까지 고려된다.

‘대장암’ 연관성은 미미... 신약 개발 활발
궤양성 대장염과 대장암의 연관성에 대해선 전문가 입장이 엇갈린다. 질본에 따르면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의 대장암 추정 누적 발생비는 0.5%로 미미한 수준이다. 확실한 건 두 질환이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궤양성 대장염이 심해지며 나타날 수 있는 ‘섬유화 현상’이 문제다. 장 섬유화는 장이 점점 딱딱해지는 것으로, 대장암 위험률을 높인다. 이외에도 병변 범위가 넓거나 10년 이상 앓았을 경우 대장암 발병률이 올라갈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최근 신약 연구가 활발한 분야다. 국내 기업인 브릿지바이오의 ‘BBT-401’, LG 화학의 ‘LC51-0255’가 대표적이다. BBT-401은 미국에서 임상 2상, 중국에서 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LC51-0255는 지난 5월 국내에서 임상 1상을 마치고 2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셀리버리는 면역치료제 ‘iCP-NI’의 2차 적응증에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을 포함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효과를 본 신약은 야누스 키나아제(JAK) 억제제인 ‘젤잔즈(성분명 토파시티닙시트르산염)’로 알려졌다. 젤잔즈는 세계 첫 경구용 JAK 억제제로 2018년 9월 국내에서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승인을 받았다. 원래는 류마티즘성 관절염 치료를 위해 개발됐지만, 궤양성 대장염에도 효과를 보이면서 2차 적응증으로 인정받았다.

예방법은 없나
안타깝게도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정확한 예방법도 없다. 다만 식습관 조절이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이 증상을 감경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조언하는 건 ‘맵고 짠 음식 피하기’다. 맵고 짠 음식은 궤양성 대장염이 아니더라도 소화기관에 부담을 준다. 음식을 짜게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발병률이 최대 80%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맵고 짠 음식은 점막 내 염증을 유발하는 데다, 매운 음식에 많이 든 캡사이신은 ‘암세포 천적’ NK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흡연’과 궤양성 대장염의 상관관계다. 일부 연구에서 흡연이 증상을 완화한다는 결과가 보고된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한 유명 의학 드라마에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 흡연을 권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엔 반대 내용의 연구 결과도 많고, 설령 완화에 도움이 돼도 다른 피해가 훨씬 더 커 의미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2019년 김주성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국내 흡연자들의 궤양성 대장염 발병률은 일반인보다 오히려 1.83배 더 높았다.
[바이오타임즈=양원모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