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시 '환자와 시장 중심'으로 목표 재설정해야
임상개발임원과 임상시험 운영 전문가 필요
[바이오타임즈] 전문가들 사이에서 흔히 거론되는 바이오 스타트업 성공 요인은 과학(Science), 투자유치(Financing), 사람(People) 이렇게 세 가지다. 바이오 관련 투자자들은 투자처를 선택할 때 보통 바이오 스타트업 기업이 보유한 물질이나 기술의 과학성을 고려한다. 기업보다는 과학에 투자하는 쪽에 가깝다. 따라서 해당 과학이 미래에 유망한지, 아닌지를 가장 먼저 본다. 바이오 스타트업 회사들도 이러한 투자 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의 물질이나 기술에 대한 과학적 증명을 내세우는 것이다.
바이오 스타트업 핵심 성공 요인은 ‘사람’
바이오 관련 투자는 해당 과학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가치를 고려한다. 글로벌 R&D 시장에서 ‘개발’은 연구의 결과로 얻어진 객관적인 이익(benefit)과 시장 매출로 전환되는 과정을 말한다. 그렇다면 바이오산업에서 개발은 어떤 의미일까? 바이오산업에서는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잠재적 시장을 확보하는 과정이 모두 개발에 포함된다.
개발의 성공 요인 중 가장 중요한 핵심은 결국 바이오 스타트업의 세 번째 성공 요인인 ‘사람’이다. 제아무리 미래 유망한 과학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 스타트업이라 할지라도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금 유치에 실패할 수도 있다. 바이오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연구 이후 개발로 이어지는 시기에 ‘과학 중심’에서 ‘환자와 시장 중심’으로 빠르게 목표를 재설정할 수 있는 CEO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오 스타트업의 CEO는 현재 자신의 회사가 보유한 과학 물질이나 기술이 환자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의료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위 그룹 환자가 얼마나 있는지, 현재 개발 중인 약물이 기존의 약물이나 미래에 출시될 약물과 어떤 비교우위를 가지는지 등 심도 있는 지식과 통찰을 갖춰야 한다. 또한, 이를 토대로 성공적인 개발 전략도 세울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CEO의 덕목은 ‘기초 과학’이 아닌 ‘임상 과학(Clinical Science)’과 ‘개발 과학(Drug Development Science)’의 접점에서 나온다. 따라서 CEO는 능력과 경험을 갖춘 중개연구 전문가 및 임상 개발 전문가와 함께 개발전략을 세워야 한다.
전문성을 가진 임상개발임원 확보가 중요
현재 대다수의 바이오 스타트업 회사와 중소제약사는 직접 임상 개발을 거쳐 시판허가를 받아내는 걸 목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회사가 보유한 물질이나 기술의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여 더 큰 개발사에 이전시키고, 기술의 가치를 올려 기업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뛰어난 물질이나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미리 잘 계획된 개발 전략에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벤처캐피탈들은 대부분 자신이 투자한 스타트업에 강한 내부 전문성 인력 확보를 요구한다. 해외 투자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이 ‘시리즈A’투자를 받으면 가장 먼저 임상개발임원(Clinical Development Officer)을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바이오 스타트업의 임상개발 인력 확보에는 여러 걸림돌이 있다. 커넥트클리니컬사이언스의 지동현 대표는 이러한 걸림돌의 원인을 총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국내는 신약개발의 역사가 짧아 인력을 구하기 힘든 현실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많은 바이오 스타트업이 임상시험 운영(Clinical Operation)과 임상 개발(Clinical Development)의 차이를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고용한 인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이외에도 연구소 출신인 바이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임상 개발의 모든 책임과 지휘권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자주 지적되고 있다.
CRO나 프로젝트매니저를 관리할 임상시험 운영 전문가도 필요
CRO나 프로젝트매니저들을 관리할 임상시험 운영(Clinical Operation) 전문가는 임상개발인력만큼이나 중요한 인력이다. 임상 운영 경험이 부족한 바이오 스타트업이나 중소제약사가 임상시험을 외부에 맡기더라도 SOP 개발, 직무 기술서, 임상시험 예산 및 계획, 분석 업체를 포함한 CRO 등 위탁기관 총괄 등은 내부에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회사가 도출된 임상 데이터에 대해 신뢰성을 가질 수 있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회사를 보호할 수 있다.
이 같은 사례 외에도 바이오 스타트업이나 중소제약사가 전문가 확보에 소극적인 이유는 다양하다. 개발 경험과 임상 과학에 대한 지식을 동시에 갖춘 전문가를 고용하기엔 파이프라인이 없거나,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힘든 회사들도 많다.
한편, 벤처캐피탈 등 스타트업의 가치를 높이는 투자자들은 기술 평가와 투자 심의 외에도 바이오 스타트업의 개발전략이나 관리, 시스템 등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만약 투자할 회사가 개발전략 수립과 임상시험 관리 시스템에 필요한 전문가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적절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도록 요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바이오타임즈=나지영 전문기자] jyna19@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