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개인 맞춤형 화장품 개발에도 마이크로바이옴 활용할 전망
화장품 성분 따지는 ‘체크슈머’ 늘고 있어
[바이오타임즈] 한국의 뷰티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현시점에서는 시장을 확장하기보다 다양한 소비자를 아우르는 제품군의 범위를 늘리고, 소비자 교육과 부가가치 창출 등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최근 트렌드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과 비건(Vegan) 등 ‘건강하고 착한 가치’에 주목한다면 K뷰티의 난항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시장, K뷰티 관심도 떨어져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네셔널(Euromonitor International)은 ‘2018년 뷰티 & 퍼스널케어 시장 분석결과’ 및 ‘2023년 시장 규모 예측’을 발표하면서 한국 뷰티 시장의 앞날을 조망했다.
유로모니터는 당초 한국 뷰티 시장의 미래 성장률이 향후 5년간 0.5%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새로운 제품군을 선보이는 제조사들이 등장하면서 성장의 기회가 열렸다고 판단했다. 홍 연구원은 “밀레니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내 피부는 내가 제일 잘 안다’라는 인식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피부 특성을 세세히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K뷰티 전문 온라인 판매점 중 하나인 글로우레시피(Glow Recipe)는 최근 K뷰티의 행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이 천연, 유기농, 비거니즘 등 깨끗하고 건강한데다 환경까지 생각하는 제품을 선호하고, 뷰티 업계에서도 클린뷰티, 그린뷰티 등이 강세인데, K뷰티는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 원료로 활용 증가
바이오와 제약업계에서 주목받아 온 마이크로바이옴이 최근 화장품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특정 환경에서만 살 수 있는 미생물(Microbe)과 이들의 유전정보 전체를 의미하는 지놈(genome)의 합성어다. 이 용어는 더 사이언티스트(The scientist)지에서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레더버그(Lederberg)와 맥크레이(McCray)의 의해 최초로 정의되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과 피부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신체에 해로운 미생물의 침입을 차단하고 피부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중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프리바이오틱스(우리 몸에 이로운 미생물)와 포스트바이오틱스(프로바이오틱스의 대사물질)이다.
생명공학연구센터가 발표한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2019년 기준 811억 달러(약 99조 원)에서 2023년에는 1,086억 달러(약 133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 글로벌 업체와 손잡고 면역체계 연구
국내외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화장품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대표적인 해외 제품은 랑콤이 출시한 ‘뉴 어드밴스드 제니피끄’이다. 뉴 어드밴스드 제니피끄는 15년의 연구와 분석으로 얻어낸 노하우가 반영되었는데, 7개의 프리바이오틱스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안티에이징 효과가 있다.
국내의 경우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글로벌 업체인 지보단(Givaudan)과 피부 미생물 공동 연구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이번 연구의 주제는 한국과 프랑스 여성의 ‘피부 미생물 생태계’ 에 관한 것으로, 피부 건강 유지에 해답을 찾는 것이 목표다.
지보단은 세계 1위 향료업체로 마이크로바이옴 등 피부 미생물 관련 분야에서 15년 넘게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1997년부터 미생물 연구를 시작했으며, 2008년에는 아이오페가 이를 활용한 화장품을 출시한 바 있다.
다른 화장품 업체들도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화장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일리윤의 `프로바이오틱스 스킨 배리어 라인`, 이니스프리의 `그린티 프로바이오틱스 크림 ` 등 마이크로바이옴 제품이 출시됐다.
일리윤은 AP몰 내 에센스 판매 실적 2위(2018년 4월~2019년 9월 기준 조사)를 기록했으며, 이니스프리는 지난 8월에 열린 체험단 행사에서 샘플 3만 개가 반나절 만에 동날 정도로 소비자 반응이 좋았다. 이렇듯 마이크로바이옴은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주요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개인 맞춤형 화장품 개발에도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마이크로바이옴을 또 다른 가능성을 여는 열쇠로 보는 것이다.
뷰티 업계의 뉴패러다임 ‘비건’, 핵심은 착한 성분과 환경 보호
한편, ‘비거니즘’이 뷰티 업계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비건 화장품은 개발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로부터 얻어지는 원료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유기농 화장품보다 더 엄격한 기준의 친환경 제품으로 불리고 있다.
뷰티 업계가 ‘비거니즘’에 주목하는 이유는 최근 소비자들이 동물 윤리와 환경 보호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뷰티 업체들은 새로운 트렌드를 분석하고 비건 제품을 성장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비건 화장품을 표방하는 브랜드 역시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했다. 2017년 12월에는 메이크업 브랜드인 아워글래스(Hourglass)가 2020년까지 비건 화장품 업체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며, 2018년 3월에는 왕홍 뷰티 브랜드인 밀크 메이크업(Milk Makeup)이 비건에 적합한 포뮬러를 재시도했다. 또한, 2019년 8월에는 패션 브랜드인 프라이마크(Primark)도 비건 스킨케어 라인을 새롭게 출시하면서 비건 화장품을 새로운 사업모델로 삼았다.
최근 미국의 메이크업 브랜드인 커버걸(CoverGirl)도 비건 화장품 클린 프레쉬(Clean Fresh)를 선보였다. 클린프레쉬는 비건 레시피와 천연 원료 사용을 셀링 포인트로 삼고 있다. 또한, 도브(Dove)와 캐나다의 뷰티 브랜드인 누드스틱스(Nudestix)는 중국에서 생산 중인 제품을 동물 테스트가 필요 없는 비특수용 화장품으로 분류했다.
한편, 국내에서 최초로 비건 전문 브랜드를 론칭한 언리시아(Unleashia)가 주목받고 있다. 언리시아는 비건 인증 글리터 전문 브랜드로 국제 동물보호 단체인 페타(PETA)로부터 비건&크루얼티 프리(Vegan & Cruelty-free) 브랜드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언리시아 브랜드 담당자는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브랜드인 만큼 동물 보호 단체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비건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며, 올해 안으로 생분해가 가능한 글리터 라인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다” 라고 설명했다.
비건 화장품, 2025년에 23조 규모로 성장 전망
지난 2018년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글로벌 비건 화장품의 시장 규모가 연평균 6.3%씩 성장해 2025년에는 208억 달러(약 23조 2,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사실상 뷰티 분야에 완벽한 비건을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 피부에 직접 닿기 때문에 제조과정에서 실험을 배제하면 위험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동물성 원료가 함유되면 효과가 좋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전 세계 화장품 기업들은 착한 화장품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 비건에 주목하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기농과 천연 미용이 떠오르고 있는 만큼 독창적이고 인체에 유익한 성분을 사용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중국은 화장품 성분을 꼼꼼히 살펴보고 구매하는 트렌드가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이제는 믿고 사는 ‘성분’을 앞세운 브랜드 중심으로 세대교체 바람이 일고 있다. 성분을 따지는 ‘체크슈머’ 들이 늘고 있는 만큼, 니즈에 부응하는 상품 발굴에 총력을 다해야 할 때다.
[바이오타임즈=나지영 기자] jyna19@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