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센서와 광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
국내 연구진, 염증성 장질환 치료 효과 밝혀내
[바이오타임즈] 양자점(quantum dot)은 1980년대 초 미국 벨연구소의 루이스 브루스(Louis Brus) 박사와 알렉세이 아키모프(Alexei Ekimov) 박사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두 박사는 아주 작은 반도체 결정을 ‘화학물리학저널’에 발표했다. 이후 예일대 마크 리드(Mark Reed) 교수가 이 반도체 결정에 '양자점(quantum dot, QD)'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양자점은 지난 30여 년간 괄목할만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래핀 흑연 이용해 전자이동성과 전도성 높아
양자점은 10nm 미만 크기의 반도체 결정체다. 양자점은 전도띠끝(conduction band edge)과 원자가띠끝(valence band edge)에서 에너지값의 불연속성을 보인다. 이 불연속성은 크기가 작아지면서 더 심해지고, 이후 에너지 밴드갭(Energy Band-Gap)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양자점의 밴드갭이 증가하면서 전도띠끝과 원자가띠끝 간의 천이(Transition)로 인해 발광 파장이 변하게 된다. 여기서 양자 제한 효과(Quantum Confinement Effect)를 나타내는 정도는 보어반지름(Excitonic Bohr randius)에 따라 달라진다. 양자 제한 효과란 양자점과 같이 입자가 수십 나노미터 이하인 경우에서 전자가 공간 벽에 의해 불연속적인 에너지 상태를 형성하며, 공간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전자의 에너지 상태가 높아지고 넓은 띠 에너지를 갖게 되는 현상이다. 또한, 이보다 더 작은 크기의 양자점은 강한 양자 제한 효과로 입자의 크기에 따라 다양한 발광 파장을 발생한다.
양자점의 광 발광(Photoluminescence) 현상과 전계 발광(Electroluminescence) 현상을 이용한 기술은 주로 디스플레이 분야에 적용된다. 광 발광은 광자 흡수 후의 모든 형태의 물질로부터의 발광이며, 전계 발광은 반도체 따위의 물질에 전기장을 가하면 발광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광 발광 효과를 이용한 제품은 2013년에 나노시스(Nanosys)와 3M에 의해 LCD(Liquid Crystal Display)의 백라이트유닛(Back Light Unit, BLU) 색 변환과 휘도를 향상하는 기능으로 상품화되었고, 2017년 삼성전자에서 양자점 LED를 이용해 LED TV 88인치 Q9F, 75인치 Q8C TV를 공개했다. 이외에도 많은 글로벌 기업이 양자점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과 협업해 양자점 대량생산과 이를 이용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양자점은 납과 카드뮴 등 환경과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 재료를 이용하는 데다 공기 중의 산소와 수분에 취약해 생산과 이용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단점으로 안전한 양자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한편, 그래핀(Graphene)이라는 신소재가 주목받고 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의 sp² 결합으로 이루어진 탄소 동소체로, 벌집 모양의 육각형 그물이 층으로 쌓여 있는 구조다. 그래핀은 축구공 모양의 풀러렌과 원기둥 모양의 탄소나노튜브, 다층구조의 흑연과 함께 나노 탄소 동소체의 한 종류다. 그래핀은 2004년 영국 멘체스터 대학의 안드레 가임(Andre Geim) 박사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Konstantin Novoselov) 박사에 의해 소개되었으며, 스카치 테이프를 사용해 흑연으로부터 박리시킨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두 박사는 그래핀의 독특하고 뛰어난 물성(물리적 특성)을 확인했고, 이후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다양한 응용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핀 양자점, 생체적합하고 안정성 갖춰
그래핀의 전자 이동성은 반도체 소재의 주원료인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높고, 전기 전도성 역시 구리보다 100배 이상 높다. 인장 강도는 강철의 200배 이상이며, 신축성까지 좋아 10% 이상 면적을 늘리거나 구부려도 전기 전도성가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열 전도성은 현존하는 물질 중 열 전도성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높다.
그래핀의 가장 작은 형태인 그래핀 양자점(Graphene Quantum Dot, 이하 GQD)은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디스크 모양의 이 그래핀은 탄소 원자 하나의 두께로 수십 나노미터 이하의 지름을 가진다. 이론적으로 볼 때 그래핀 양자점의 밴드갭은 0 eV로 그래핀의 기본 구조인 벤젠의 밴드갭까지 조절할 수 있다. 그래핀 양자점은 높은 용해성, 낮은 독성, 형광 안전성 등 장점을 고루 갖춰 기존 양자점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체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핀 양자점의 제조 방식은 탄소를 포함한 큰 물질을 작은 물질로 쪼개는 톱다운(top-dowm) 방식과 분자 단위의 탄소 용액을 크게 성장시키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나뉜다. 바텀업 방식은 합성할 때 물을 사용해 다른 양자점보다 쉽고 안전하며 생산성도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순수한 그래핀 양자점 추출에는 한계가 있어 사실상 그래핀 양자점 보다는 카본 양자점에 가깝다. 반면, 톱다운 방식은 천연 상태의 흑연을 사용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합성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제조과정에서 알칼리나 강산 등의 해로운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위험하고 생산성도 떨어진다.
그래핀 양자점은 흑연으로 제작돼 인체에 해가 없는 친환경 소재다. 따라서 광센서, 바이오센서, 바이오 이미징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융기원 그래핀 융합 기술 연구 센터, 염증성 장 질환 치료법 개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융기원)의 주영창 원장은 5월 7일 그래핀 융합 기술연구센터의 공동 연구팀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와 질병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그래핀 양자점’이 염증성 장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융기원 입주 벤처기업 바이오 그래핀 연구팀은 강경선 교수 연구팀, 홍병희 교수 연구팀과 진행했던 이번 공동 연구에서 그래핀 양자점이 장 속에 염증을 제어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장 조직의 섬유화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또한, 그래핀 양자점은 질병이 꽤 진행된 상태에서도 효과를 보였으며, 발병 초기에 증상을 약화하는 예방 효과도 검증되었다.
연구진은 약리 작용 분석 과정에서 그래핀 양자점이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인자인 염증성 싸이토카인(cytokine)을 생산하는 Th1, Th17 세포의 생성과 분화를 막아 과도한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한, 그래핀 양자점은 체내 면역을 담당하는 탐식 세포 유형 M1을 M2로 전환해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조절을 담당하는 T세포가 장내에 스며드는 것을 돕는 역할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그래핀 양자점이 독성이나 특이적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며, 소변을 통해 원활하게 배출된다는 것이다.
연구를 총괄한 강경선 교수는 이번 연구가 “꿈의 소재인 그래핀을 나노 입자화해 인간 질병에 대한 생체 현상의 조절을 제시한 학문적인 성과”라며,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자가면역 치료제의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홍병희 교수는 “바이오 벤처 기업인 바이오 그래핀으로 이전된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유효성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전임상을 진행하고 2021년 이후 글로벌 임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4월 30일(한국시각)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Science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IF=12.5)에 게재됐다.
국내의 그래핀 양자점을 활용한 LED 과학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으며, 이에 저비용 효율적인 자가 면역 치료에 대한 가능성을 여는 등 여러 응용 분야에서의 활용이 기대된다.
[바이오타임즈=나지영 기자] jyna19@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