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의 '리셋(reSET)' 허가 이후 본격 등장
개인에 최적화된 디지털 치료제 개발 필요
[바이오타임즈]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과 관리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예방의학에서는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가 1세대 합성의약품, 2세대 바이오의약품에 이어 3세대 치료제로써 주목을 받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질병을 예방∙관리하고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oftware as a Medical Device, SaMD)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송승재 회장은 “중증 만성질환자는 민간대체요법이나 잘못된 의학정보에 의지해 불필요한 의료비를 지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치료과정에서도 비교적 높은 의료비를 지출할 수밖에 없는데 디지털 치료제가 그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속도와 비용면에서 효용성 커
디지털 치료제는 법제상 의료기기이지만 기존 의약품과 유사한 효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치료제로 분류된다. 그러나 의약품과 달리 독성과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개발속도와 비용면에서도 효용성이 크다. 이는 결국 의료비용을 낮추는 데에도 일조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는 다양한 디지털 치료제가 시판되거나 개발 중에 있다. 이중 대부분은 중추신경계 및 만성질환, 신경정신과 질환과 관련된 제품이다. 이 세 분야들은 신약개발이 어려워 의료수요가 충족되지 못한다. 또 행동중재(Behavior Intervention)를 통한 치료를 하는데 그 효과가 크다. 이 분야에서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 활발한 이유다.
특히 디지털 치료제는 실사용 임상데이터(Read World Data, RWD)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집하기 쉽다. 환자 본인이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개인맞춤형 치료도 할 수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래산업기획팀 이승민 연구원은 “디지털 치료제는 환자 중심의 참여의료(participatory medicine) 실현에도 일조할 것”이라며 “예후관리에 대한 의료소비자들의 관심과 수요가 큰 암, 뇌졸중 등 중증 만성질환에서 기존 치료제를 넘어선 임상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미국 리셋(reSET), 무작위 임상시험 실시 ∙∙∙ 치료효과 23%↑
디지털 치료제는 지난 2017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의 ‘리셋’(reSET)을 최초로 허가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리셋은 오피오이드(Opioid, 마약성 진통제)를 제외한 대마초, 코카인, 알코올 등 약물중독(Substance Use Disorder, SUD) 치료에 사용되는 모바일앱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페어 테라퓨틱스는 효과 검증을 위해 399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임상시험을 실시했고 그 결과 외래상담치료와 병행할 경우 치료효과가 22.7%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리셋을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의사가 약물중독 환자에게 리셋 앱을 처방하면 환자는 스마트폰으로 해당 모바일앱을 다운로드 받기만 하면 된다. 이후 환자가 스스로 약물사용, 갈망(craving), 유발인자(trigger)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입력하면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 Therapy, CBT)를 기반으로 온라인 상담서비스를 받는다. 온라인 상담은 외래진료의 일정 부분을 대체할 수 있으며 전문 상담치료사와의 대면상담에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또 앱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와 상담내역은 외래진료에도 활용돼 기존 치료의 질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또 다른 디지털 치료제 ‘AKL-T01’(Project: Evo)은 소아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용 비디오 게임으로 지난 2017년 12월 개발사 아킬리 인터렉티브랩(Akili Interactive Lab)이 긍정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ADHD 환자가 외계인을 조종하는 비디오게임을 하는 동안 치료 알고리즘이 작동한다. 이 알고리즘은 특정 신경회로에 자극을 가해 치료하는 원리다. 현재 아킬리 인터랙티브랩은 인지결핍장애와 신경정신과 질환 등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도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디지털 치료제 솔루션 기업 볼룬티스(Voluntis)의 ‘테락시움 온콜로지’(Theraxium Oncology)는 항암치료 중인 암 환자의 증상관리를 돕는다. 난소암, 유방암 등의 치료와 관련해 로슈(Roche),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등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과 제휴를 이어가고 있다.
자가격리앱, 디지털 치료 보편화 가능성 높여
한국의 경우 자가격리 모바일앱 ‘자가격리자 안전보호’(일명 자가격리앱)가 등장하면서 국내 디지털 치료의 보편화 가능성을 높였다. 이 앱은 코로나19의 대응방식 중 하나인 자가격리를 위한 것이다. 자가격리자 본인의 건강상태를 스스로 진단하고 결과를 보건당국에 통보하는 등 모니터링 업무를 지원한다. 이후 보건당국은 축적된 데이터를 방역에 활용한다.
이외에도 뉴냅스(Nunaps Inc.), 웰트(WELT), 라이프시맨틱스(Life Semantics)가 중증신경계 질환 치료를 목표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뉴냅스의 ‘뉴냅 비전(Nunap Vision)은 VR(증강현실) 기반 뇌손상 시야장애 치료제다. 현재 치매, 만성기침 등 다양한 적응증으로의 파이프라인 확장을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웰트가 개발한 스마트벨트는 허리둘레나 걸음수, 앉아 있는 시간 등 개인의 생활패턴을 분석해 상황에 맞는 맞춤형 메시지를 전송한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암 증상 관리를 위한 스마트폰 앱 ‘에필케어’(efil Care)를 개발했다. 암을 경험했던 사람과 직접 운동, 영양, 식이 등 건강정보를 공유하고 스마트 기기로 건강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송승재 회장은 “최근 신경정신과 질환, 만성질환 중심에서 벗어나 허리디스크나 근감소증, 뇌졸중에 따른 시야장애 등 개발영역이 확장하는 추세”라며, “조기진단이 치료로 이어지지 않으면 환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큼 개인에게 최적화된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