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바이오마커 발굴로 향후 정밀항암의료 수요 높아질듯
미국 콜로라도 의과대학 암센터 연구진이 PD-1 단백질에 작용하는 면역관문억제제(ICI)의 효능을 개선할 수 있을만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나 옵디보(니볼루맙)와 같은 면역관문억제제는 암 치료에 혁명을 일으키고 면역항암제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항상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며, 지금까지 왜 그런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의 콜로라도대학 암센터 연구진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히스톤-디아세틸라아제(HDAC) 억제제와 PD-1을 함께 사용했을 경우 면역관문억제제의 항암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미국암학회(AACR) 발행 저널중 하나인 면역항암연구(Cancer Immunology Research)에 발표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종양이 면역세포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면역조절기구인 면역관문을 타겟으로 한다. 이 면역관문을 억제시켜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원리다. 종양은 PD-L1이라 불리는 표면 단백질을 갖고 있다.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는 PD-1이라는 표면단백질을 갖고 있다. 암세포는 PD-L1을 사용해 면역세포에 있는 PD-1으로 하여금 암세포를 인지하지 못하게 작용한다. 대표적인 면역관문억제제인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PD-1에 작용하여 암세포가 면역체계에 발각되도록 만든다.
연구원들은 B세포 림프종의 마우스 모델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서 항-PD1 치료에 종양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HDAC 억제제라고 불리는 또 다른 약물을 첨가했다.
징 왕(Jing Wang) 콜로라도대학 의과대학 부교수는 "이 조합은 분명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원리는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로 불리는 또 다른 단백질과 관련이 있다. MHC단백질은 작은 단백질 조각들을 세포 내부에서 표면으로 이동시켜 T세포에 의해 ‘보여질’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T세포가 MHC 단백질을 통해 항원을 인식하면, PD-1/PD-L1 상호작용에 의해 T세포가 비활성화되지 않는 한 암 세포를 공격한다. 그러나, 암세포에 MHC 단백질이 없다면, PD-1/PD-L1 상호작용은 일어나지 않는다. 암세포가 면역체계에 대한 항원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이다.
왕 교수는 "T세포는 MHC와 관련하여 항원을 인식한다"며 "MHC가 없으면 항원을 인식할 수 없다. 그리고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의 약 60%는 MHC를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MHC 단백질을 낮추는 암에서는 항-PD1 면역치료가 작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작용기전은 HDAC 억제제로 알려진 약물이 MHC를 강화하거나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는 온큐어테라퓨틱스(OnKure Therapeutics)가 개발한 실험용 HDAC 억제제 오케이아이-179(OKI-179)를 통해 입증했다. B세포 림프종 모델 실험에서 항-PD1 치료에 내성을 보인 반면 OK-179는 치료에 반응했고 T세포는 암세포를 죽였다.
현재 OKI-179는 콜로라도대학 암센터에서 임상 1상 시험 중이다.
이것은 면역관문 억제제가 작용하거나 작동하지 않는 이유와 방법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계로 보이며, 잠재적으로 연구와 암 치료의 또 다른 길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암에 MHC 단백질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암 검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보다 많은 표적면역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왕 교수는 이 면역 효과가 매우 중요하다며 “논문은 HDAC의 면역 작용을 강조한다. HDAC 억제제가 PD-L1을 활성화 시킨다면 단독으로 작동하도록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PD-1을 차단하면 HDAC 억제 효과가 훨씬 성공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HDAC 억제제를 활용한 면역관문억제 요법은 이전부터 연구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신닥스 파마수티컬스(Syndax Pharmaceuticals)는 이미 지난해 5월 자사의 HDAC1 억제제 엔티노스태트(entinostat)와 머크의 키트루다 병용요법으로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임상 1b/2상 시험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미국종양학회(ASCO)에서 임상에 실패했다는 논문 초록을 발표하며 임상 중단을 선언했다.
현재 PD-1이나 HDAC와 같이 적절한 바이오마커를 찾아 암을 퇴치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제약사들은 바이오마커 발굴을 통해 적절한 환자에게 보다 효과적인 항암치료를 할 수 있는 정밀항암의학 분야로 발전하는 모양새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미소 교수는 지난 20일 대한항암요법연구회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오마커 전략을 사용해 일부 암 환자에서 획기적인 생존율 향상이 있었다”며 “전이암 환자에서 새로운 바이오마커의 발굴과 이를 토대로 연구가 지속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출시된 대표적인 면역관문억제제는 PD-1를 억제하는 옵디보(니볼루맙),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리브타요(세미플리맙)와 PD-L1에 작용하는 티센트릭(아테졸리주맙), 바벤시오(아벨루맙), 임핀지(두루발루맙) 그리고 CTLA-4에 여보이(이필리무맙) 등이 있다.
<기사출처_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