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엔에이(DNA) 조각인 텔로미어를 만드는 효소인 텔로머라아제가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음을 증명한 논문이 국제학술지에 게재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 나타리 바루크 교수팀은 퇴행성 뇌질환 연구에 사용하는 텔로머라아제를 증가시키는 화합물(AGS)을 통해 'TERT 유전자'와 'TERT 단백질' 발현이 증가한 현상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TERT가 신경세포 성장과 분화, 생존에 중요한 신경영양인자(neurotrophic factors)를 향진시키고, 인지 기능을 망가트리는 아밀로이드-베타에 의한 신경세포 독성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텔로머라아제 유전자와 단백질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 치매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치매에 걸리면 인지 기능이 점차 떨어지고 기억 감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명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노화 현상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화 현상을 설명하는데 중요한 텔로머라아제와 치매 기전과의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이뤄져왔다.
이번 논문 발표로 국내 신약개발업체 젬백스앤카엘의 치매 신약후보물질인 '지브이텐오원'(GV1001)에도 관심이 쏠린다.
GV1001은 인간 텔로머라아제(telomerase)에서 유래한 16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peptide)이다. 텔로머라아제는 염색체 끝부분에 존재하는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해주는 기능을 한다. 텔로미어는 항암 및 항염 효과가 있으며, 세포가 분열할수록 길이가 짧아지다가 완전히 없어진다. 이로 인해 세포가 사멸하게 된다.
젬백스앤카엘은 신경세포를 손상시킨 뒤 GV1001을 투약했을 때 비교물질인 생리식염수보다 세포를 재생하는 효과가 5배 우수한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사람 뇌는 독성물질인 아밀로이드-베타가 쌓이면 서서히 기능을 잃어가고 10~20년 뒤 치매가 발병할 위험이 높아진다.
회사 관계자는 "GV1001 효능으로 연결할 수 있는 유사한 연구들이 다른 기관에서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 임상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젬백스앤카엘은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GV1001 임상2상을 승인받았다.
한편 젬백스앤카엘은 4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콘퍼런스(CTAD)에서 GV1001 임상연구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