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허투’ ADC 돌풍 몰고 와
'항암 치료제 대세 유럽 암학회서 재확인
최근 항암 분야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모달리티는 단연 항체 약물 접합체(ADC)다. 대부분의 글로벌 빅파마는 공동개발, 물질 도입 또는 바이오텍 인수를 통해 ADC 기술을 갖추고 있고, 국내외 신약 개발사들도 차세대 항암제로 떠오른 ADC 시장 선점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는 암은 오랫동안 정복하지 못한 인류의 질병 중 하나인 만큼, ADC가 암 해결을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대세가 된 ADC 개발 현황을 알아봤다.
◇전 세계 관심 커지는 ‘차세대 항암 플랫폼’ ADC, 이유는
[바이오타임즈] ADC는 항체와 페이로드(payload), 링커(linker)로 구성돼 암세포 표면의 특정 표적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와 강력한 세포 사멸 기능을 갖는 약물을 결합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항암 치료 기술이다.
혈액암, 고형암 등 난치병을 대상으로 한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고, 정상세포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있는 세포독성항암제 및 부작용 우려가 있는 표적항암제, 환자 반응률이 낮은 면역항암제 등의 단점을 모두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대표적인 ADC 항암제는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개발한 ‘엔허투’(Enhertu)다. 엔허투는 지난 4월 암종 불문 HER2 기반 치료제로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최초로 취득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에 ADC 돌풍을 일으켰다.
엔허투는 출시 직후 블록버스터 의약품 반열에 오르면서 시장성도 입증했다. 지난해 매출이 25억 7,000만 달러(약 3조 4,000억 원)로 전년(12억 5,000만 달러) 대비 2배 이상 성장했고, 2030년에는 최대 매출액이 136억 달러(약 17조 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ADC 항암 약물의 상업적 성공에 따라 글로벌 ADC 파이프라인 개수는 1월 기준 922개에서 지난 10월 1,500개로 대폭 증가했다. 1년이 지나지 않는 시간 동안 약 60% 이상 늘어난 셈이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2029년 전 세계 ADC 시장 규모는 360억 달러(약 47조 3,0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ADC가 글로벌 항암제 시장을 견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는 향후 개발될 ADC 약물의 승패가 안정적인 링커와 균일한 약물 효과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ADC 기술은 매우 정밀한 표적 치료를 가능하게 하며, 특히 여러 암종에서 기존 치료법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강력한 치료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제2의 엔허투가 되려면 높고 균일한 약물-항체 비율, 절단할 수 있으면서도 혈장 내 안정적인 링커와 표적 단백질의 발현이 낮은 이질적인 종양 세포 환경에서도 효과를 보일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항암제 대세는 ADC…유럽암학회서 재확인
이달 열린 세계 3대 암 학회인 유럽종양학회(ESMO)에서는 다양한 ADC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항암신약 개발의 트렌드임이 재확인됐다. 글로벌 빅파마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ADC 데이터를 새로 업데이트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엔허투는 뇌 전이와 무관하게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서 무진행생존 및 전체생존기간 혜택을 입증했다.
이번에 공개된 임상은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중 뇌 전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3b/4상 ‘데스티니-브레스트(Destiny-Breast)12’ 데이터다. 임상 결과 전이가 안정적인 환자의 무진행 생존율(PFS)은 62.9%로 활동성 전이 환자 PFS(59.6%)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뇌 전이 여부와 상관없이 엔허투가 동일한 유효성 및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결과다.
MSD는 개발 중인 ‘MK-1022(파트리투맙 데룩스테칸, HER3-DXd)’에 대해 주평가지표(무진행생존기간)를 만족하는 3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MK-1022는 다이이찌산쿄와 공동 개발 중인 HER3를 표적으로 하는 ADC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이후 신성장 동력으로 ADC를 점찍고 다이이찌산쿄로부터 3개의 ADC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바 있다.
MSD 글로벌 임상개발담당 부사장인 스콧 에빙하우스 박사는 “MK-1022는 HER3 단백질을 표적으로 해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HER2 양성 또는 음성 종양 치료에서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다양한 고형암에서 중요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TROP2, 넥틴-4, CDH6, B7H3 등을 표적으로 다양한 암종에 대해 추가적인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MSD는 향후 5~6년 동안 30개 이상의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애브비는 c-Met 표적 ADC 후보약물 '텔리소-V'의 임상 1상 데이터를 통해 안전성 및 항암 억제 능력을 발표했다. 아울러 최근 백금 저항성 난소암 치료제로 미룰 FDA의 허가를 받은 엽산수용체알파(FRα) 표적 ADC ‘엘라히어’가 백금 민감성 난소암 환자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