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가출하승인 독감백신 물량 약 3,000만 도즈 예상
소아·어린이·임신부·노인 순차적으로 시작…맞는 백신 선택 가능해
고위험층 대상 방어력 높인 '고 면역원성' 백신 도입
12∼64세 일반 국민은 희망자 접종
[바이오타임즈]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이 시작된다. 질병관리청은 오늘(20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2024~2025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독감은 단순한 호흡기 질환을 넘어, 감염 시 만성 기저질환의 악화, 폐렴,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 보고에 따르면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폐렴 발생 위험이 최대 100배 증가하며, 독감 발생 7일 이내 급성 심근경색 발생 위험 및 뇌졸중 위험이 각각 최대 10배, 8배 높아진다.
소아∙임신부∙기저질환자∙고령자 등은 독감 고위험군으로, 독감 감염 시 입원이 필요한 중증 합병증을 일으키거나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고위험군은 독감 예방은 물론 그로 인한 합병증 및 입원 감소를 고려한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독감 예방뿐만 아니라 관련 합병증 및 입원 감소를 확인한 독감 백신이 새롭게 등장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독감 백신 예방접종에 대한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우선 접종 대상과 접종 시기는?
올겨울 독감 유행에 대비해 감염 시 중증화 위험이 큰 6개월~13세(2011년 1월1일~2024년 8월31일 출생자)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1959년 12월31일 이전 출생자) 어르신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한다.
과거 접종력이 없거나 기존에 1회만 접종받은 6개월 이상 9세 미만 어린이 등이 2회 접종 대상 어린이로 20일부터 접종할 수 있다. 2회 접종 대상 외 6개월 이상 13세 어린이 등 1회 접종 대상 어린이와 임신부는 10월 2일부터 맞을 수 있다.
65세 이상 어르신의 경우 10월 11일 75세 이상을 시작으로, 15일 70~74세, 18일 65~69세 순으로 연령대별 순차적인 접종이 이뤄진다. 고령층의 독감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되는 11일 코로나19 예방접종도 실시돼 질병청은 두 백신의 동시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접종 기관에 방문할 때는 백신 접종 대상 여부를 확인하고, 중복 접종 예방을 위해 신분증이나 본인 확인이 가능한 서류를 지참해야 한다.
◇어떤 백신을 맞게 되나?
이번 접종에는 최근 유행하는 변이에 효과적인 신규 백신인 JN.1 백신(화이자·모더나·노바백스) 755만 회분이 활용된다. 질병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는 KP.3, KP.2 등 97.6%가 JN.1 계열인 것으로 알려진다.
JN.1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일본,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 유행하는 변이에 대해서는 지난 절기에 활용한 XBB.1.5 백신보다 약 5배 높은 면역 형성 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청이 '2024~2025년 독감 NIP 사업'에서 계약한 백신은 약 1,290억 원 규모 총 1,170만 회분(도즈)이다. 지난해 1,121만 도즈였던 계약 물량보다 소폭 늘었다.
올해 국내 병‧의원에 독감백신을 공급하는 기업은 △보령 △보령바이오파마 △녹십자 △한국백신 △일양약품 △SK바이오사이언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메디팁 등 9곳이다.
올해 국가출하승인 독감백신 물량은 공공에서 소화하는 1,170만 도즈를 포함해 약 3,000만 도즈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무료 접종 대상이 아닌 경우 접종 시기는?
독감 국가예방접종 대상자가 아니어도 일선 의료기관에서 유료로 접종이 가능하다. 접종할 수 있는 지정의료기관 및 보건소는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개별적으로 독감 예방접종 비용 추가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해당 사업 시행 여부나 본인의 대상자 해당 여부는 관할 보건소에 문의해 알 수 있다.
무료로 접종할 수 있는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인들은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두 종류로 접종할 수 있다.
현재 제약사와 약가 협상이 진행 중으로, 10월 초에나 유료 접종 가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독감 예방접종 후 예방 효과는?
항체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외부 침입자에 대항하는 인체의 방어 체계로 면역 반응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백신은 바로 이러한 항체를 만들기 위해 면역 체계를 미리 훈련하는 과정이다.
독감 백신을 맞으면 2주 후 방어 항체가 형성되는데, 건강한 성인의 경우 접종으로 인해 70~90%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신 접종은 감염 예방 이외에도 중증과 사망 위험을 낮추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는 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독감 예방접종 전후 주의 사항은?
예방접종 전 반드시 의사의 예진을 받아야 한다. 특히 예방접종 전 아픈 증상이 있거나 만성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건강 상태가 좋은 날 가까운 의료기관에 예방접종이 가능한지 사전 확인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접종 후에는 20~30분간 접종기관에 머물면서 급성 이상반응 발생 여부를 관찰한 뒤 귀가한다. 접종 부위는 세균 감염 등 2차 감염 위험이 있어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접종 당일은 반나절 이상 충분히 쉬고, 음주나 지나친 운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독감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 증상과 대처 요령은?
질병청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가장 흔한 이상 반응으로 접종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르는 발적 현상과 통증이 있는데, 대부분 1∼2일 안에 사라진다. 또한 발열, 근육통, 피로감, 부종 등 여러 반응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질병청은 열이 내려가더라도 최소 24시간 이상 경과를 지켜보며 휴식을 취한 뒤 외출할 것을 권한다. 만약 증상이 심하고 장시간 지속되며 평소와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라면 바로 병원에 방문해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드물게 길랑-바레 증후군, 아나필락시스 등의 이상 증상도 보고된다. 길랑-바레 증후군은 독감 예방접종 후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신경을 공격해 근육마비 증상을 초래하는 신경계 반응이다. 갑자기 다리 힘이 약해지거나 호흡이 어려워지는 느낌을 받으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아나필락시스는 백신의 성분 중 일부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증상으로, 대개 접종 후 15~30분 이내에 발생한다. 쇼크 발생 시 접종 기관에 구비된 에피네프린으로 빠른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질병청은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의 동시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두 가지 백신을 동시에 접종해도 안전성과 효능에 문제가 없을까?
코로나19는 매년 크고 작은 유행을 통해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 돼가는 과정으로, 지난 5월 1일 위기 단계 하향 이후 인플루엔자(독감)와 함께 매년 접종이 필요한 감염병으로 관리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의 동시 접종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가 이미 국내외 다수 연구를 통해서 입증됐다.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동시 접종했을 때 각각 생긴 항체가 서로 간 백신 효과를 감소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접종 부위를 구분해 맞는 방식으로 코로나19 백신과의 동시 접종이 가능하다.
◇코로나19는 지속해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독일에서 처음 확인된 XEC로 불리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영국, 미국, 덴마크 등으로 확산하면서 지배종이 될 조짐을 보인다. 이번 백신에서는 새로운 변이 바이어스에 대한 예방효과가 확인됐나?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는 새로운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와 관련해 △65세 이상 노년층 △노인 요양원에 거주하는 사람 △생후 6개월 이상의 임상적 위험 군에 속하는 사람 △보건, 의료 및 요양원, 사회 복지 종사자 등은 예방 백신을 접종하라고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XEC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할 가능성이 크지만 백신 접종으로 중증 환자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유전학 연구소 소장인 프랑수아 발루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XEC가 기존의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약간 높을 수 있지만, 기존 백신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XEC 코로나의 증상은 고온, 피로감, 기침, 인후통 등으로 이전 코로나 바이러스와 감기 또는 독감과 비슷한 증세가 나타난다.
◇국가예방접종 시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번 절기부터는 접종자의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 사전에 집에서도 편하게 예진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전자 예진표가 도입되어 활용될 예정이다. 전자 예진표는 병원에 방문하기 전에 미리 전자기기로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에 접속해 미리 작성할 수 있다.
다만 접종 당일 작성한 예진표만 효력이 발생하며, 독감과 코로나19 백신을 동시 접종할 경우 각각의 전자 예진표를 작성해야 한다.
◇최근에는 맞춤형 독감 백신이 새롭게 등장해 예방접종 전략 시 고려할 수 있다던데?
올해 독감 국가필수예방접종 지원사업(NIP) 백신에 포함된 사노피의 독감 백신 ‘박씨그리프테트라주’는 프랑스 내 생산시설에서 원액부터 포장까지 완료해 국내 공급하는 수입 완제품이다.
소아∙임신부∙기저질환자∙고령자 등 독감 고위험군을 포함한 생후 6개월 이상 전 연령에서 1만 3,000명 이상이 참여한 총 6건의 대규모 글로벌 임상(유럽, 아시아, 남미, 오세아니아 등 4개 대륙)을 통해 면역원성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
박씨그리프테트라는 국내 4가 독감 백신 중 유일하게 18세 이상 관상동맥질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심혈관질환 합병증 예방 효능을 확인했다. 관상동맥질환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박씨그리프테트라 임상 연구에 따르면, 심근경색 또는 고위험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박씨그리프테트라주 접종 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및 심근경색증 또는 스텐트 혈전증의 복합 위험이 28% 감소했고,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과 심혈관 사건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각각 41% 감소했다.
박씨그리프테트라는 4가 독감 백신 중 유일하게 생후 6~35개월 영유아에서 독감 관련 합병증 감소 효능을 확인했으며, 임신부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해 예방접종 효능 및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 박씨그리프테트라는 지난 12일부터 전국에 공급돼 보건소 및 위탁의료기관, 전국 주요 병∙의원에서 접종 가능하다.
◇고령층이나 고위험군의 경우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져 일반 독감 백신에 대한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고 알려진다. 독감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한 대책이 마련됐나?
고령층은 면역의 노화로 백신 접종에 대한 면역 반응이 감소하기 때문에 기존 백신의 효과가 제한되는 한계가 있었다. 젊은 성인에서 백신의 임상적 효과를 70~90%로 추정하는데, 고령자에게서는 순환 바이러스주에 따라 17~53%로 고령자에서 항체반응이 젊은 성인에 비해 낮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또, 기저질환이 있으면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면역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고용량 독감백신 접종이 제기돼 왔다. 고위험군의 독감 예방접종은 유행주와 백신주가 일치하는 경우 당뇨병, 심장 질환, 폐질환 등 만성질환자의 독감 및 폐렴으로 인한 입원 또는 사망을 약 43~56%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독감 취약 계층의 면역 반응을 강화하도록 설계된 고 면역원성 독감 백신은 인플루엔자 항원 투입 시 면역세포가 더 많이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면역증강제(Adjuvant) 함유 백신, 일반 백신보다 항원 함량을 4배 높인 고용량 백신, 바이러스 유전자 조각을 재조합해 만든 백신 등이 있다.
사노피의 '에플루엘다테트라'는 표준용량 독감 백신 대비 4배 많은 항원을 포함한 고용량 독감 백신으로 주목받는다.
에플루엘다테트라는 세계 33개국에서 사용 승인받은 4가 독감백신으로, 지난해 11월 국내에서도 허가받았다. 표준용량 독감 백신 대비 4배 많은 항원을 포함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고용량 독감 백신으로, 고령자에서 강화된 면역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개발된 시니어 전용 독감 백신이다.
대한감염학회가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권고하는 고 면역원성 독감백신 중 유일하게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에서 표준용량 백신 대비 우수한 예방 효능을 입증했다. 표준용량 백신과 비교해 독감 예방 효과가 24.2% 더 높았다. 독감과 관련된 폐렴 질환 발생률을 39.8%, 심각한 심폐 질환 발생률을 17.7% 감소시켰다.
의료계 전문가는 “독감 치명성이 가장 큰 고령자를 포함한 고위험군은 일반 백신 접종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면서 "고 면역원성 백신은 독감 및 치명적인 합병증으로부터 보호하고 독감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도 감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