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까지 억제, '21세기 만병통치약' 시대 여나
비만치료제 테마주 일제히 상한다…증권가 ‘주목’
국내 기업도 앞다퉈 임상 진행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10월 국내 출시 예정인 가운데, 비만치료제 관련 기업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위고비가 비만 치료뿐 아니라 노화까지 늦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품귀현상까지 빚어지는 만큼, K-비만치료제의 개발 현황에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열풍 선두 주자 ‘위고비‘ 국내 출시 임박…’노화도 억제’ 연구 결과에 강세 지속 전망
[바이오타임즈]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오는 10월 한국에 위고비를 출시하기로 하고 품질관리·유통을 담당할 협력 업체들과 관련 절차를 준비 중이다.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미국, 덴마크, 영국, 독일 등에 이어 9번째 출시 국가가 된다.
위고비는 노보노디스크가 1998년 개발한 전문 의약품으로,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해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식욕을 억제한다. 당초 제2형 당뇨병치료제(오젬픽)로 개발됐으나 체중감량 효과가 확인돼 비만치료제 위고비로 시판되고 있다.
2021년 6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첫 번째 비만치료제로 출시되자마자 높은 관심을 받았고 현재도 여전히 선풍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비만은 당뇨병, 심장병, 신장병 등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만큼, 치료가 중요한 질병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질환까지 치료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며 '기적의 치료제'로 불리고 있다.
GLP-1 약물이 뇌 속 미세아교세포를 타깃으로 퇴행성 뇌 질환의 주요 발병 원인 중 하나인 신경염증 반응을 차단하는 메커니즘이 밝혀지면서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 질환 분야에서 활발한 글로벌 임상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노화를 늦춰 여러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를 입증해 그야말로 ‘비만치료제 시대’를 열고 있다.
국제 공동 연구진은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한 환자들 사망률이 대조군 환자보다 19% 낮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관절염, 알츠하이머, 암, 코로나19 등 훨씬 더 광범위한 질병에 영향을 미쳐 사망률을 전반적으로 낮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할란 크럼홀츠 미국 예일대 의대 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는 우리가 처음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광범위한 이점이 있었다”며 “단순히 심장마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증진한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건강을 개선하면 실제로 노화 과정이 지연된다”고 말했다. 벤저민 스키리카 하버드대 교수는 “비심혈관 사망, 특히 감염 사망의 강력한 감소는 놀라운 일”이라고 전했다.
◇비만치료제 테마주 일제히 상한다…증권가 ‘주목’
위고비의 국내 출시 소식에 비만치료제 매출 성장세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최근 증권가에서는 주목할 테마로 비만치료제를 꼽는다.
실제로 블루엠텍, 사폐론, DXVX, 디앤디파마텍, 대봉엘에스, 인벤티지랩, 펩트론, 한국비엔씨, 삼천당제약, 한독, 고바이오랩 등의 비만치료제 관련주 대부분이 상승세를 보인다.
특히 비만치료제 개발사에 투자자의 관심이 모인다. 글로벌 제약사가 최근 비만치료제 매출을 바탕으로 호실적을 거두며 기업가치를 높여온 탓이다.
대표적인 비만치료제 개발사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글로벌 제약사 시가총액 1, 2위를 차지하며 초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올해도 여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오젬픽과 위고비 성장세에 올해 매출 증가률을 상향했으며, 일라이릴리는 비만과 당뇨병 치료제의 수요·공급 증가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기도 했다.
비만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양사는 최대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하반기 공급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어 실적이 기존 전망치를 상회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비만치료제는 의약품 시장을 뒤흔들 정도의 파장을 미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미국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무려 135조 원(1,000억 달러)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비만치료제 개발 현황은?
시장의 급성장세 전망에 글로벌 제약시장에서는 비만치료제 개발이 뜨겁다. 시장 점유율을 5%만 가져와도 연간 6조 8,000억 원(50억 달러)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도 시장 경쟁에 가세해 자체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모습이다.
한미약품은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체 중 비공개 파이프라인으로 개발해 온 ‘신개념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의 타깃 및 비임상 연구 결과를 11월 미국비만학회(ObesityWeek)에서 처음 공개한다.
체중 감량 시 근육 손실(감량 체중의 최대 40%)을 동반하는 기존 치료제들의 한계를 극복하는 해당 물질은 인크레틴과는 전혀 다른 작용 기전으로 체중 감량 시 근육을 증가시키는 ‘신개념 비만치료제’로 디자인됐다. 해당 비공개 파이프라인의 경우 인크레틴 병용은 물론 단독요법으로도 체중 감량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DXVX는 최근 경구용 비만치료제의 두 번째 신약후보물질 특허를 출원하며 비만·대사질환 신약 개발 속도를 내고 있다. 출원한 두 건의 특허는 저분자 GLP-1RA(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각기 다른 화합물 구조와 작용 기전으로, 차별화된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펩트론은 펩타이드(아미노산 화합물) 신약 개발에 힘 쏟고 있으며, 특히 1개월 이상 지속형 당뇨·비만 치료제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핵심 경쟁력은 장기지속형 기술이다. 펩트론은 약효 지속성 의약품의 설계 및 제조에 대한 독자적인 기반 기술 ‘스마트데포(Smart Depot)’를 구축했다. 스마트데포는 반감기가 짧아 자주 주사하는 펩타이드 약물을 현재 주 1회 주사보다 투여 주기를 늘릴 수 있는 기술이다.
샤페론이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NuBesin®(누베신)’은 차세대 억제제 중 하나로 이미 2022년에 비만을 적응증으로 1차 동물 유효성 확인을 완료했다. 대부분 비만치료제는 GLP-1 기반 치료제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강하 기전에 기반하고 있지만, 샤페론의 누베신은 비만 원인 중 염증과 관련된 부분을 타깃으로 해 비만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차별성을 갖는다. 샤페론은 국내를 비롯해 일본과 인도 등에서 누베신의 특허 등록을 완료했으며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는 출원을 완료한 상황이다.
디앤디파마텍은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 기술인 ‘오랄링크(ORALINKTM)’를 활용해 개발 중인 차세대 경구용 GLP-1 계열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DD02S’, ‘DD03’, ‘DD14’을 보유하고 있다. 경구화 플랫폼 기술 오랄링크는 약물이 장에서 더 효과적으로 흡수되도록 설계된 기술로, 체내 반감기를 늘리고 생체 이용률을 높여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디앤디파마텍이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 치료제 DD02S는 리벨서스와 비교했을 때 비글견 기준 최대 12.5배 높은 경구 흡수율을 달성했다. 또한 DD02S는 위가 아닌 장에서 흡수되는 메커니즘을 통해 음식물, 물섭취량에 따른 영향이 적어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젠은 미국계 제약사 라니테라퓨틱스와 함께 1주일에 한 번 복용하는 경구용 제형으로 비만·당뇨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신약후보 물질 ‘PG-102’는 최근 식품안전의약처로부터 국내 2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프로젠은 MASH, 신장 질환, 심혈관 질환 등으로 적응증 확대에도 나설 방침이다.
뉴로바이오젠은 최근 독자적인 기전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티솔라질린’ 임상 2상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글로벌 임상도 계획 중이다. 회사는 현재 FDA에 알츠하이머 치매 및 비만적응증 임상 2상 IND 승인을 위한 Pre-IND 작업 및 심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절차가 마무리되면 총 75명 피험자 대상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순차적으로 임상을 진행한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