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뇌 흑질과 해마로 뻗는 MCH 신경 경로가 각각 존재함을 규명
파킨슨병의 운동과 비운동 증상 동시 조절을 위한 새로운 타깃 발굴
[바이오타임즈] 우리나라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대표적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의 침 치료에 관한 과학적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경희대학교(총장 김진상) 한의과대학 박히준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상 오상록) 뇌과학연구소 남민호 박사 공동 연구팀이 파킨슨병 모델에서 침 치료의 효과를 설명하는 새로운 신경회로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뇌 신경회로를 중심으로 침 치료의 기전을 신경과학적으로 밝혀낸 것은 세계 최초의 사례다. 연구 성과는 융합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IF: 14.3)에 게재됐다.
파킨슨병은 대표적 퇴행성 뇌 질환 중 하나로 안정 시의 떨림, 경직, 서동 보행장애 등 특이적 운동이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대다수의 파킨슨병 환자는 운동 증상 외에도 기억력 저하 등의 비운동 증상으로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겪는다. 한의 임상에서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침 치료는 흔한 치료법이었지만, 명확한 과학적 메커니즘이 밝혀진 바 없었다.
운동 관련 질환 개선을 위한 침 치료에서는 주로 ‘양릉천(GB34, 무릎 아래 족양명담경의 경혈)’을 자극한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생쥐 모델에서 양릉천 자극이 운동기능과 인지기능의 동시 회복에 효과적임을 확인했다. 여기서 나아가 시상하부의 멜라닌 응집 호르몬(MCH) 분비 신경세포를 중심으로 신경 회로 수준의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신경과학 실험을 설계·시행해 양릉천 침 자극에 의한 치료 효과가 감각 신경 전달을 통해 시상하부의 MCH 신경세포가 활성화된 결과임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MCH 신경세포가 최소 두 군집으로 나뉘며 각각 중뇌 흑질과 해마로 축삭돌기를 뻗어 신호를 전달함을 확인했다. 중뇌 흑질 치밀부(SNpc)로 뻗는 MCH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MCH는 MCH 수용체(MCHR1)에 붙어 도파민 신경세포를 보호해 파킨슨병의 운동 증상이 회복됐다. 침 자극에 의해 해마로 뻗는 MCH 신경포도 활성화됐는데, 해마에서 분비되는 MCH는 시냅스 가소성을 증진해 기억력을 회복시켰다.
침에 의한 운동과 비운동 기능 개선 효과는 침 치료 외에도 화학유전학적으로 MCH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킬 때도 동일하게 재현됐다. 이를 활용하면 새로운 치료 기술의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민호 박사는 “연구를 통해 중뇌 흑질과 해마로 뻗는 MCH 신경 경로가 각각 존재함을 규명했다. 또한 침 치료에 의해 활성화되는 각각의 MCH 신경 경로에 의해 운동기능과 인지기능의 동시 회복을 유도할 수 있음도 확인했다”라며 “이 결과는 세계 최초로 침 치료의 분자, 세포 및 회로 수준의 메커니즘을 확인한 점에 의의가 있다”라고 밝혔다.
박히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의학의 전통 이론인 침 치료(경혈)의 다기능 조절 원리를 최신 신경과학적 지식을 이용해 규명했다는 점과 파킨슨병의 운동과 비운동 증상 동시 조절을 위한 새로운 타깃을 발굴한 점에 의의가 있다”라며 “향후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도움되는 치료법 개발로 연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