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헬스 기업, 고령화로 관련 산업 키우는 일본 ‘공략’
의료AI 산업 활성화 위한 가산 수가도 제정…성장 잠재력 커
[바이오타임즈] 최근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일본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수출은 2021년 이후 호조를 보이고 있다. 2024년 6월 누계로 의료용 전자기기의 대일본 수출액은 8,616만 달러(약 1,138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일본 정부가 사회적 문제인 고령화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도입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취하면서 일본 AI 의료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열풍’
최근 코트라(KOTRA)는 ‘일본 의료 시장 디지털화 가속, 주목할 3대 트렌드’라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에서 헬스케어와 의료 분야의 디지털화가 각광을 받으면서 빅데이터, 클라우드, AI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가 일본 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2030년까지 의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목표로 의료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민간 부문에서 여러 디지털 전환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점 등이 일본 내 의료 시장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대표적인 예로, 현재 일본은 병원을 옮길 때 종이에 의사가 직접 작성한 소개장을 제출해야 지금까지 받던 의료 서비스를 연계해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후지타 의과대학은 진료기록 등의 의료 데이터를 공유하는 정보 플랫폼을 구축해 지난 4월부터 실증에 나서고 있다. 클라우드에 정보가 공유되면 지진 등 재해로 거점 병원이 피해를 보더라도 데이터가 손실될 위험성이 낮아진다고 후지타 의과대학 측은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코트라는 일본 의료계가 디지털화돼 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설비를 확충하는 등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의료분야 DX 관련 수요가 확대될 전망인 만큼, 국내 기업들의 일본 의료기기 시장 진입이 용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대일본 주요 의료기기 수출을 살펴보면, 기타 전자식 의료기기가 최대 수출 품목이다. 이 범주에는 미용 의료기기, 전기식 진단기기 등이 포함되며, 2012년 이후 지속해서 대일본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일본의 두 번째로 큰 수입 대상국으로 성장했다. 또한 한국의 의료기기 전체 수출액에서 디지털 의료기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3년까지 4년간 늘고 있다. 소프트웨어만으로 구성된 디지털 의료기기의 수출은 2023년까지 4년간 연평균 약 311.7%의 증가율을 보이며 급성장하고 있다.
더불어 2023년 수입 규모에 비해 국내 제조(생산) 규모가 약 5배 더 큰 수준이다. 코트라는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향후에도 국산 디지털 의료기기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본 의료 시장으로의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들은 해당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AI를 활용해 개인의 유전자 정보나 의료 데이터를 해석하는 서비스 제공에 나선다고 공언한 바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일본 의료 시장을 노려볼 만하다”고 전했다.
◇성장 잠재력에 주목한 K-AI 헬스 기업, 일본 시장 ‘공략’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일본 AI 의료 시장은 2022년 기준 약 1,250억 엔(약 1조 1,504억 원) 규모에서 2027년에는 5,000억 엔(약 4조 6,017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 잠재력에 주목한 국내 의료 AI 기업들은 일본을 주요 시장으로 보고 공략에 힘을 주고 있다.
루닛(대표 서범석)은 후지필름 등 일본에서 파트너사와 함께 AI 기반 흉부 CT 판독 보조 솔루션 ‘뷰노메도 흉뷰 CT AI’ 영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루닛의 AI 기반 흉부 엑스레이 ‘루닛 인사이트 CXR’은 일본 건강보험 급여 가산 대상으로 공식 인정받았다.
코어라인소프트(대표 김진국)는 일본 오츠시에서 개최됐던 ‘15회 일본 폐기능영상학회’와 ‘제11회 폐기능영상 국제 워크숍의 공동 학회’에 참석했다. 이번 학회에서 흉부질환 동시진단 솔루션 AVIEW LCS Plus를 중심으로 한 제품 시연과 컨설팅을 진행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일본 코니카마놀타와 계약을 체결해 현지 주요 병원에서 흉부질환 동시진단을 위한 AVIEW LCS Plus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제품군을 추가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뉴로핏(대표 빈준길)의 뇌신경 퇴화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뉴로핏 아쿠아’와 PET 영상 정량 분석 소프트웨어 ‘뉴로핏 스케일 펫’ 등의 승인과 함께 일본 건강보험 급여 가산 수가 제품으로 공식 인증 받았다. 다만, 일본은 의료AI 기기가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를 통해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현지 유통사와의 협력을 통한 간접 영업 방식으로 매출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의료AI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2022년부터 CT 및 MRI 촬영 등 ‘영상진단관리 가산3’ 항목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일정 시설 조건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AI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경우 추가적인 가산 수가를 인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의료기기 전체 수출액에서 디지털 의료기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바이오타임즈=권연아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