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I 의료 진단 기업, 신기술로 美 빅테크에 맞선다
전문가들 “AI 의료영상 판독, 선택 아닌 필수 시대 도래”
[바이오타임즈] 최근 글로벌 의료 인공지능(AI) 시장 규모가 10년 뒤에는 32배 규모로 성장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2034년 글로벌 의료 AI 시장 규모는 약 6,130억 1,000만 달러(약 830조 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3년 192억 7,000만 달러(약 26조 원)의 31.9배에 해당되며, 향후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37%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내 AI의료 진단 기업들은 신기술을 무기로 미국 빅테크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AI 진단 시장, 급성장…주도권 잡기 위한 기업 경쟁↑
글로벌 의료AI 시장의 성장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의료비 절감과 양질의 환자 관리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의료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을 채택하는 것이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는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다양한 만성 질환의 급증과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인해 환자가 계속 증가하는 사실에 주목했다. 환자 증가로 인해 매일 대량의 환자 건강 데이터가 생성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AI 도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AI 알고리즘은 환자 기록 및 유전 정보를 포함한 방대한 양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이런 효율성 덕분에 의료 전문가는 상태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AI 진단 시장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다. 상용화 사례도 늘고 있어 시장 성장성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의료 진단용 AI 시장 규모는 2020년 6,500억 원에서 2026년 9조 6,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전망 속에서 국내 토종 AI 의료진단 기업들은 신기술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뷰노(대표 이예하)는 지난 8월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AI 기반 뇌 정량화 의료기기를 미국 시장에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가 하면, 폐질환과 심정지 예측 등의 AI 기술을 보유한 루닛(대표 서범석) 역시 지난 5월 뉴질랜드 현지 AI 진단 기업과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이어 제이엘케이(대표 김동민)는 지난 6월 전립선암 AI 진단제품이 FDA 허가를 받으며, 미국 진출을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재 제이엘케이는 미국 진출을 위해 3개 뇌졸중 AI 솔루션의 FDA 신청을 마쳤으며, 올해 2개의 솔루션을 추가 신청하고 내년까지 11개의 모든 솔루션 신청을 마칠 예정이다.
AI 진단 시장을 놓고 중견기업에 이어 대기업까지 참전하면서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기술 경쟁은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AI 의료영상 판독, 선택 아닌 필수…법 체계 마련 ‘과제’
최근 국내에서는 AI가 의료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는 한국에서는 만성적인 의사 인력 부족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의료영상 판독 기술은 질환을 진단하는 데 필수적인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의 업무를 확실히 경감시켜주는 동시에 단순, 반복 작업이 줄어들면서 전문의들은 더 고도의 의료행위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기술이 가장 민첩하게 적용되고 있는 영상의학 분야에서 의사들은 단기적으로는 AI가 분석한 정보를 확인하고 통합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절약한 시간을 활용해 더 정밀하고 유의미한 의료행위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가운데, 독일 정부는 최근 국가가 운영하는 폐암검진 사업에서 의료영상을 판독하는 데 AI의 필수적인 활용을 독려하는 조례를 발표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폐 결절 유무 등 질환을 판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저선량흉부컴퓨터단층촬영영상(LDCT)과 관련해 AI 의료영상 판독 프로그램이 1차 판독을 하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확인과 보완 작업을 거쳐 최종 판독을 하는 방식이다. 판독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도 지급한다.
참고로 독일의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의료영상 판독 과정에서 폐암의 징후를 놓치는 경우는 전체 판독 사례 중 약 10%다. AI가 실시한 1차 판독에선 폐암 사례를 놓치는 경우가 20% 수준이다. 1차 판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 오진율은 양호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AI가 1차 판독을 빠르게 진행한 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빠르게 보완하는 방식으로 최종 판독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와 같은 흐름속에서 국내 의료현장에서는 “AI 영상 판독 프로그램의 기술은 아직 보완돼야 할 부분도 많지만,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이미 유럽 전역에선 독일과 같은 정책을 시행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AI 영상 판독 프로그램은 앞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전문가들은 AI 영상 판독 프로그램이 임상현장에서 자리를 잡기 위한 과제로는 촘촘한 법 체계의 마련을 꼽았다. AI가 관여한 판독에 오진 등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 책임의 소지를 정하는 합리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AI의 도움을 받아 판독한 영상의학과 전문의에 대한 면책조항이 있다.
[바이오타임즈=권연아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