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 맞이…실버 헬스케어로 눈 돌린 기업 ‘증가’
에이징테크 필요성 증가…디지털 문해력 낮은 소비자 교육 ‘관건’
[바이오타임즈] 최근 인공지능(AI), 기후위기, 인구감소 등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우리나라 또한 대전환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AI를 포함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비롯해 기후위기, 선진국형 인구감소 등으로 기업은 다양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령화율이 2012년 11%에서 10년 새 17%로 늘어 초고령화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처럼 초고령화시대 진입이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스마트 의료 열풍이 맞물리면서 ‘실버 헬스케어’로 눈을 돌린 기업들이 ‘의료AI’ 활성화에 나섰다. 국내 기업들은 앞다퉈 기술과 의료AI를 접목시켜 제품·솔루션·서비스 등의 형태로 선보이는 모양새다.
◇실버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든 국내 기업 ‘급증’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부터 건보재정의 40%가 65세 이상에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22년 전체 진료비도 전년 대비 9.5% 증가한 102조 4,27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이 늘어나면서 노인 진료비가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가운데, 초고령화 시대와 의료AI가 맞물리며 ‘실버 헬스케어’가 부상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의료 인프라 개선, 복지제도 마련 등을 논의할 때 기업들은 기술의 발전을 통해 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스마트 의료 기술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주 타깃층은 노년층인 ‘실버 헬스케어’에 기업들의 관심이 쏠린다.
치매에 주목한 세븐포인트원(대표 이현준)은 VR 기술을 활용한 인지 개선 솔루션 ‘센텐츠’(SENTENTS)를 개발했다. 과거의 추억을 회상해 뇌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원리다. 이현준 대표는 “경상북도 안동시 4개 경로당에서 100여 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어르신들의 우울감 수치가 67% 떨어지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븐포인트원은 치매 고위험군 스크리닝 솔루션 ‘알츠윈’(AlzWIN)을 개발했다. 1분 동안 대화를 통해 AI는 언어 유창성과 의미 기억력을 측정·분석해 치매 고위험군을 판별해낸다. 실제로 경기도 스마트인지검사 시스템에 공식 선정돼 치매 고위험군을 7개월 만에 7000명 이상 발굴해 도내 치매안심센터로 연결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박사 3명이 뭉쳐 창업한 회사 딥메디(대표 이광진)는 카메라에 손가락을 대면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정확도가 98%에 이르며, 2022년 혈압분석 소프트웨어로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올해는 ‘안색’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용 소프트웨어 2등급 허가를 획득했다. 카메라로 얼굴을 촬영하면 맥파 신호를 측정하고 분석해 심박수, 심박변이도, 이상심박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스마트미러를 ‘CES 2024’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또한 딥메디는 최근 NHN(대표 정우진)의 시니어 케어 전문 자회사 ‘와플렛’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와플렛 플랫폼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탑재했다. 이 밖에도 보험사, 노인복지관, 대기업 등에 기술을 제공하며 본격적으로 실버 헬스케어 산업을 공략 중이다.
제론엑스(대표 김운봉)도 ‘늘 케어’로 실버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고령 환자의 위험도를 분석·예측해 사고 예방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수면 중 돌연사나 심근경색 등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 위험도를 AI 알고리즘을 통해 예측·예방하고, 위험 지역 출입, 고음 발생, 낙상 등의 특수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위험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을 지원한다. 또 ‘늘 케어’를 위한 통합 플랫폼에는 AI뿐 아니라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 등 첨단기술이 집약됐다. 확장성이 고려된 설계로써 멀티 디바이스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할 수 있다.
이외 셀바스AI(대표 곽민철)는 지난 1월 의료기기 기업 ‘메디아나’를 품으며 본격적으로 의료AI 시장 공략에 나섰다. 셀바스AI는 이번 인수를 통해서 실버 헬스케어와 더욱 가까워졌다. 최근 출시한 체성분분석기 ‘BC380 플러스’에 이전 모델보다 고도화된 측정 모듈을 탑재, 측정 가능 항목을 더욱 늘렸다. 의료 현장, 스포츠·피트니스 시설뿐만 아니라, 근감소증 등 노인성 만성질환 검사 및 관리 기능 또한 강화돼 실버 헬스케어 시장에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이징테크 중요성↑…생태계 선순환 위한 교육 및 지원 ‘필요’
실버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에는 ‘기술’이 있다. 고령 인구를 대상으로 돌봄, 안전,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기술을 ‘에이징테크’ 또는 ‘실버테크’라고 한다. AI(인공지능), 로봇, 모바일, IoT(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을 기반으로 하면서 젊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발전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에이징테크’(Aging Tech)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국내 에이징테크는 고령자 돌봄 기술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돌봄 로봇이 대표적이며,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로 ‘효돌’을 들 수 있다. 챗GPT를 장착한 효돌은 식사와 수면, 복약 등을 챙겨주며, 어르신과 음성 대화 및 정서적 교감을 한다. 효돌은 인공지능 노인 돌봄 로봇 ‘효돌AI’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현재 에이징테크는 고령자 돌봄 기술에서 고령자 자립생활 기술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디지털뉴에이징연구소 조사 결과, 2022년 55세 이상 고령자는 가장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기술 1순위로 이승 보조기술(14.3%)을 꼽았다.
이 가운데,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는 아직 노인에게 적용되는 ‘테크’라고 하면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내 복지용구를 떠올리고, 단순한 기술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제는 경제·기술적으로 고급 기술이 가능한 생태계가 형성됐다”며 “2028년에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전체 노인의 56%가 되면서 내수시장이 확대될 전망이고, 자신에게 필요한 건 돈을 내고 지불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공급과 수요가 맞물리면서 에이징테크의 필요성이 증가할 것”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술이 개발된 후 실증을 해야 하고, 디지털 리터러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가 낮은 이들을 위해 교육·훈련 단계도 필요하다”며 “그래야 생태계 선순환이 이뤄진다”면서 에이징테크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오타임즈=권연아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