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켐비 치료 혜택보다 부작용↑”
블룸버그, “지침 초안 단계∙∙∙변경 가능성 여전”
[바이오타임즈] 유일한 치매 치료제 ‘레켐비’가 영국으로부터 승인받았다. 하지만 영국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레켐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비싼 값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NICE, “정당하게 비용 지불할 만큼, 이점 충분치 않아”
미국 <블룸버그(Bloomberg)>는 22일(현지 시각)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MHRA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 인지 장애 또는 경증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항체 치료제로 레켐비를 승인했다.
‘레켐비’는 일본 제약사 에자이(Eisai)와 미국 다국적 생명공학 기업 바이오젠(Biogen)이 손잡고 지난해 개발한 아밀로이드 베타(Aβ) 항체 치료제다. 신경 독성을 가진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 속에서 쌓이면서 응집되는 것을 막아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국 의료기술평가기관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는 MHRA의 발표와 동시에 지침 초안을 공개하며 레켐비 사용에 급여를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국가보건서비스(NHS)를 통해 레켐비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레켐비를 사용할 때 NHS가 부담해야 하는 막대한 비용을 정당화하기에는 레켐비가 주는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레켐비를 사용하려면 비싼 값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참고로 미국 내 레켐비 연간 치료 비용은 2만 6,500달러(약 3,550만 원) 수준이다. 영국에서 레켐비가 얼마에 책정할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의 약값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NICE 헬렌 나이트(Helen Knight) 의약품평가 책임자는 “레켐비는 경증에서 중증으로 가는 알츠하이머병 진행 속도를 평균 4~6개월가량 늦춘다”면서도 “NHS에 추가 비용을 정당하게 지불할 만큼, 충분한 이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해당 지침은 아직 초안 단계”라며 “협의를 위해 지침을 공개한 것으로 승인과 관련해 변경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전했다.
◇한국 등 7개국에서 레켐비 승인∙∙∙EU는 ‘부정적’
레켐비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미국과 일본, 중국에 이어 한국, 홍콩,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까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현재 미국과 일본 중국에서는 레켐비가 알츠하이머치료제로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레켐비를 허가했고 이르면 올해 말 국내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허가에 앞서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치료제를 신속하게 사용하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 결과를 미리 공유하기도 했다.
문제는 유럽이다. 유럽연합(EU)은 레켐비 사용에 부정적인 모습이다. 영국은 유럽 국가 중 한 곳이지만, 지난 2020년 브렉시트(BREXIT)를 완료하며 EU에서 탈퇴했다.
앞서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지난달 26일 “레켐비는 인지 저하를 지연시키지만, 심각한 부작용 위험을 줄이지는 못한다”며 레켐비를 승인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레켐비의 최종 승인 여부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결정하지만, 의약품 승인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EMA의 권고를 따른다는 점에서 유럽 내 레켐비 사용 여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게 국내∙외 제약∙바이오업계의 관측이다.
한편 NICE는 공청회를 걸쳐 올해 하반기 전체 회의에서 최종 자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지 제약∙바이오업계는 레켐비 사용이 본격적으로 승인되면 7만여 명의 영국인이 레켐비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