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수집된 데이터 보유
글로벌 확장 진행 중∙∙∙지난해 미국 법인 설립
[바이오타임즈] 디지털 치료제란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근거 기반 치료제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기존의 알약이나 주사제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한다.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신약보다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독성이나 부작용 없이 뛰어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특히 정신건강 관련 영역에서 활용성이 높다.
다양한 리서치 기업들은 현재 시점부터 2028~2032년까지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연평균 성장률 16%~31.5%로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국내∙외 여러 기업에서 디지털 치료제 연구∙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하이(HAI)는 ‘모든 사람이 건강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기여한다’는 미션 아래 디지털 바이오마커로 치매, 뇌졸중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진단∙모니터링∙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MP 인증 획득 및 디지털 치료제 확증 임상을 진행 중이다.
김진우 대표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다양한 웰니스 서비스 및 디지털 의료기기 서비스 개발
김진우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로 2016년 12월 하이를 교원 창업했다. 그는 1994년 국내에 인간-컴퓨터 상호 작용(Human Computer Interaction, HCI)을 도입하고 30년간 해당 분야에 매진해왔다. 현재 하이에서 비전 및 주요 방향성 설정 역할을 맡고 있다.
하이는 초반에는 고령자용 반려(Companion) 로봇을 만들었다. 이후 김진우 대표의 제자가 수행하던 프로젝트 인수인계를 계기로 디지털 메디슨 분야로 전환했다.
김진우 대표는 “제자가 고혈압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 제자와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김건하 교수가 수행 중인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며 “해당 서비스는 현재 하이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AI 챗봇 및 인지 강화 훈련 서비스 ‘새미톡’”이라고 소개했다.
하이는 ▲정서 장애와 관련한 정신건강 진단∙평가 서비스 ‘마음검진’ ▲기업형 임직원 마음검진 서비스 ‘마음첵’ ▲정신건강 치유∙개선 등 관리 서비스 ‘마음정원’ ▲두뇌 검사와 훈련이 통합된 치매 예방 토탈 솔루션 ‘새미랑’ 등 여러 라인업의 웰니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들은 모두 앱 서비스 형태로, 일반 소비자도 이용할 수 있다. 이중 한국의학연구소(KMI)에 공급된 마음검진 서비스는 현재 누적 9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는 다양한 기관과 사용자에게 웰니스 서비스에 대해 홍보하고 있다.
웰니스 서비스에서 나아가 하이는 ▲불안장애 치료제 ‘엥자이렉스’ ▲뇌졸중 후 마비말장애 치료제 ‘리피치’ ▲비대면 치매 진단∙치료 서비스 ‘알츠가드’ ▲근감소증 진단∙치료 서비스 ‘리본’ 등 다양한 디지털 의료기기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범불안장애 디지털 치료제인 엥자이렉스는 확증 임상시험 승인을 받고 올해 7월에 임상이 종료됐다”며 “기대 이상의 결과로 올해 하반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 획득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엥자이렉스는 하이의 1호 치료제로 준비 중이며, 내년에 병원에서 불안장애 환자들에게 처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최근 국내에 정신건강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하이의 디지털 치료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편적 의료 복지 제공 목표
하이는 2022년 11월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동화약품을 비롯해 KB증권, CJ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획득한 투자금은 국내∙외 임상 시행 및 준비를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하이가 2~3년가량 준비해온 마비말장애 치료제 리피치는 이번에 하버드 의대 MGH 병원을 통해 확증적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했다. 이외에도 추가적인 1건의 해외 임상을 고려하고 있다.
하이는 세계 최초로 치매 치료제 승인을 받은 한국에자이에 라이선스 아웃을 했다. 2021년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GMP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글로벌 확장에도 주력해서 보스톤에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매사추세츠대학교애머스트(UMASS) 등과 임상시험을 통한 미국 내 허가를 목표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하이의 차별점으로 ‘디지털 바이오마커 기반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꼽았다. 디지털 표적 치료제는 디지털 바이오마커와 AI 에이전트(TAI)로 구성돼 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심박 변이도, 시선 추적, 음성 신호를 활용해 환자의 상태를 측정한다. AI 에이전트는 환자에 적합한 치료제를 투여한다.
김 대표는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의학연구소에 기본 검진으로 채택된 마음검진 데이터는 90만 건에 이른다”며 “치매 관련 디지털 바이오마커와 연결된 PET∙MRI 데이터는 합쳐서 500명 이상, 마비말장애 관련 음성 데이터는 600시간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다른 강점으로 ‘내부의 우수한 역량을 가진 풍부한 인적 자원’을 꼽았다. 현재 하이에는 전반적인 운영을 총괄하는 김호영 최고운영책임자(COO), 하이의 제품 개발을 책임지는 정훈엽 최고기술경영자(CTO), AI 관련 업무를 총괄 중인 김동한 최고정보책임자(CIO)가 함께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의료기관의 전문가들과 함께 디지털 치료제 및 디지털 바이오마커 플랫폼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 AI 전문가와의 협업으로 데이터 수집, 분석, 모니터링, 리포팅 등을 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김 대표는 “하이는 우수한 개발팀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모두 자체 개발했다”며 “치료제 개발 시 요구사항이나 시범 서비스 후 제기된 다양한 이슈를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는 현재까지 디지털 의료기기 임상 1개를 완료하고 올해 하반기에 2개의 확증 임상을 시행할 예정이다. 오는 2025년에도 2개의 임상을 더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3~4종의 신규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시리즈 B 브릿지 투자를 준비 중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2~3년 내로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하이가 개발∙서비스하는 모든 제품을 통해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편적 의료 복지를 제공하고 싶다”며 “보편적 의료 복지는 가격뿐만 아니라 사용의 접근성, 이용의 편의성까지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현장까지 접근이 어려운 외지나 시골, 의료 현장이 열악한 국가 등에 의료 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제공하고 싶다”며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일상 속 디지털 치료제로 고립되고 소외된 사람을 치유의 장으로 이끌겠다”고 전했다.
[바이오타임즈=신서경 기자] ssk@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