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 적용 의료제품 특성을 반영한 규제 체계 ‘마련’
디지털 치료기기 본격화‥.한국형 규제체계 정립과 작동 ‘기대’
[바이오타임즈]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디지털의료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를 위한 디지털의료제품법 하위규정을 마련했다. 디지털의료제품 특성에 맞는 규제 체계를 마련한 것은 한국이 세계 최초다.
◇디지털 의료제품 특성 반영한 ’디지털의료제품법’ 하위규정
지난 31일 식약처는 디지털 의료제품의 특성에 맞는 허가·관리와 발전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번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은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디지털의료제품법’의 하위법령으로, 위임한 세부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디지털의료제품법 하위규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디지털의료기기의 특성에 따라 허가시 ▲소프트웨어의 검증 ▲유효성 ▲전자적 침해행위 보호 ▲사용적합성 등에 대한 항목을 중점적으로 심사한다. 또한 빠르게 발전하고 융합하는 디지털 기술의 특성에 맞춰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새롭게 도입하는 ‘구성요소 성능평가’제도 등 세부 내용을 포함한다.
디지털의료기기 임상시험 등 합리적 규제도 갖췄다. 인체에 접촉하지 않고, 데이터를 이용하는 임상시험 등 위해도가 낮은 임상시험에 대해 식약처의 임상시험계획 승인 없이 임상시험기관의 승인만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
이어 임상시험기관이 아닌 기관의 임상시험 참여를 승인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임상시험기관 외의 기관에서 수집·분석되는 데이터를 임상시험에 활용하는 경우 고려해야 할 사항 등을 제시한다. 안전 및 임상시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임상시험계획의 경미한 변경은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디지털 의료기기의 임상시험 규제를 합리적으로 운영한다.
특히 소비자 안전 부분을 강화했다. 전문가용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의 경우, 의학·약학 등 전문매체에만 광고를 허용하고 전문가 대상으로만 판매하게 한다. 또한 신제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 제품은 허가·심사 결과를 공개하고, 학습데이터 등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도록 한다.
한편, 식약처 오유경 처장은 “디지털의료제품법 제정은 디지털 헬스의 큰 틀 안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의료기기, 의약품, 건강지원기기의 융합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제품 특성에 맞는 규제 체계를 세계 최초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디지털의료제품을 공급해 국민 건강 증진과 환자의 치료 기회 확보에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의료제품법’ 입법예고 후 한국형 규제체계 정립 '기대'
국회입법조사처의 '디지털 치료기기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활용을 위한 정보통신기술(ICT)의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기기(software as a medical device, SaMD)의 등장으로 소프트웨어로 질병을 치료하는 시대가 시작됐다. 다만,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과 이용이 아직은 시작 단계에 있어 환자, 의료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모두에게 새롭고 도전적인 과제다.
건강관리를 위해 ICT를 활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달리, 디지털 치료기기는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라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료기기 규제를 받고, 의사의 처방을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의료보험도 적용된다. 또 전자적 장치·부품이 핵심 요소로 포함되는 전자약과 달리, 디지털 치료기기는 앱 게임 메타버스와 같은 ‘소프트웨어’로 구현돼 독자적으로 효력을 발생시킨다.
정리하자면 디지털 치료기기는 소프트웨어 형태이지만 ‘의료기기법’의 적용을 받는 ‘의료기기’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의료기기 등급분류 및 지정을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임상시험도 거쳐야 한다.
이외에도 디지털 치료기기가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개인의료데이터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 정보 또는 민감정보에 해당해 정보 주체의 동의가 있어야 활용할 수 있다.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유출되면 원래 상태로 회복하기 어려운 개인정보의 특징을 고려했을 때 엄격한 사전동의는 필수적이다.
디지털 치료기기에서 수집된 정보가 환자의 질병 관리에만 사용되지 않고 디지털 치료기기의 개선 및 의료데이터 분석 등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개인 정보의 목적 외 이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보 주체가 목적 외 이용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관행적으로 비동의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으로 인해 디지털 치료기기 발전과 의료 연구 및 인공지능 발전에 필요한 데이터를 쌓아 놓고도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정부에서는 디지털 의료제품의 특성에 맞는 허가·관리와 발전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환자에게 개인 정보 활용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 환자가 원하는 경우 본인 의료데이터를 활용기관에 전송하는 '의료마이데이터' 도입 등이 필요하다”며 “개인 의료데이터의 정제, 거래 조정, 가격 산정과 같은 유통·거래 기반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력과 참여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지털 치료기기에 적합한 한국형 규제체계를 정립하고 작동시키는 것”이라며 “이러한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 명확한 정책 방향,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기준, 책임있는 거버넌스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오타임즈=권연아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