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우디, 바레인, 영국 등에서 급여 적용으로 카스게비 사용 가능
버텍스, “카스게비 접근성 보장∙∙∙역사적 순간” 자평
NICE, “460여 명 잠재적 혜택 예측∙∙∙이점 등 확신 못해”
[바이오타임즈] 영국 내 460여 명의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 빈혈 환자는 유전자 편집 치료제 ‘카스게비’를 급여 적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
미국 <블룸버그(Bloomberg)>는 8일(현지 시각)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와 미국 제약사 버텍스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 이하 버텍스)가 ‘카스게비’(Casgevy)를 급여 적용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카스게비는 사용이 적격한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 빈혈’ 환자에게만 급여 적용된다.
앞서 영국 의료기술평가기관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는 적격한 환자에게 카스게비를 사용할 때 급여 적용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NICE는 또 다른 혈액질환인 겸상 적혈구 빈혈에 대한 카스게비의 비용 효율성 평가를 일시 중단하고 버텍스가 제출한 합병증과 관련된 정보를 평가하고 있다”며 “앞선 가이드라인 초안에서 NICE는 해당 약물을 권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스게비’란?
‘카스게비’는 3세대 유전자 교정 도구 크리스퍼(CRISPR)-카스9(Cas9)이 적용된 유전자 편집 치료제다. 2015년 버텍스가 스위스 바이오 기업 크리스퍼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 AG)와 공동 개발했다.
카스게비는 혈액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질환인 ‘겸상적혈구질환’(SCD)과 ‘지중해 빈혈’(Thalassemia) 환자의 줄기세포를 꺼낸 다음 크리스퍼-캐스9을 활용해 이상 유전자를 표적하는 혁신적인 치료제로 꼽힌다. 치료 과정은 골수 이식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른 사람이 아닌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유전자 이상 질환이 발현될 때 단 한 번의 치료만으로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바이오업계를 비롯해 희귀질환 환자와 보호자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이 카스게비를 겸상적혈구질환과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 빈혈(TdT) 치료제를 승인하면서 카스게비는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기술이 적용된 치료제가 됐다.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해 12월 이어 올해 1월에 추가로 승인했다. 2월에는 유럽의약품청(EMA)도 조건부 판매 허가를 내렸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에 이어 영국까지 총 4개국에 있는 재발성 혈관폐쇄위기(VOCs)를 겪는 12세 이상의 겸상적혈구질환과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 빈혈 환자는 급여 적용으로 카스게비를 사용할 수 있다.
버텍스 인터내셔널(Vertex International) 루도비치 페노(Ludovic Fenaux) 수석부사장은 “NHS 및 NICE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환자와 가족을 넘어 의료 시스템에 미치는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합의에 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 빈혈 환자는 오랜 기간 생명을 단축시키는 질병을 앓고 있었는데도 치료 대안이 없거나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었다”며 “카스게비에 대한 접근성이 보정된 것은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 빈혈 환자에게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자평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 이점∙비용 효율성 확신 못해” VS “큰 문제 아니야”
이번 승인으로 NHS는 혁신의약품기금(IMF)과 5년간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수혈 의존성 지중해 빈혈 환자는 할인된 가격으로 카스게비를 통해 유전자 편집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460여 명이 잠재적으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NICE는 아직 유전자 편집 기술의 이점이나 비용 효율성과 관련해서는 확신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버텍스가 카스게비 가격을 환자당 210만 달러(약 29억 원)로 책정한 점, 연구 기간이 짧았던 점 등이 이유다.
NICE 측은 “카스게비를 투여받은 TdT 환자는 더 이상 수혈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질환에서 회복한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연구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환자를 추적∙관찰했다는 점에서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NICE의 견해에도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번 승인과 관련해 긍정적인 분위기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IMF는 잠재적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약물에 대한 빠른 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해 세워진 기구”라며 “카스게비는 이런 IMF를 통해 환자에게 제공되는 몇 안 되는 의약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약사는 환자에게 의약품을 계속 제공해야 하는 게 의무”라며 “특히 카스게비가 일회성 치료제라는 점에서 (NICE가 카스게비를 사용하지 않도록 권장하더라도)큰 문제로 여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