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 인수·합병(M&A) 전략으로 경쟁 체제 돌입
SK바이오팜·퓨쳐켐·동아에스티·압타머사이언스 등 K-바이오도 개발 속도↑
[바이오타임즈] 항암 신약 개발 분야에서 방사성의약품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항암 화학 요법은 투여한 약물이 전신에 흡수돼 암 세포 외에 다른 장기와 세포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은 암세포만을 타깃해 다른 부위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하고 더불어 항암제의 내성을 극복한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adiopharmaceutical Therapy·RPT)는 바이오의약품에 이은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RPT는 항암제 개발 분야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종양 표적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리간드에 방사성핵종을 탑재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방사성 물질을 체내에 직접 투입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기존 의약품보다 월등히 높다. 아울러 암세포만을 타깃해 다른 부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으며, 체내에서 모두 방출돼 내성과 부작용을 줄인 새로운 치료제로 급부상 중이다.
◇ 글로벌 대형 제약사, 18조 원↑ RPT 개발사 인수·합병(M&A) 전략으로 경쟁 체제 돌입
방사성 항암 치료제 개발에 국내외 기업이 속속 나서며 연평균 10.2%로 시장 성장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032년 137억 달러(약 18조 8,306억 5,000만 원)의 시장 규모가 예측되는 만큼,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노바티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RPT 3종 중 2종을 보유해 해당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2017년 프랑스의 어드밴스드 액셀러레이터 애플리케이션스에 이어 이듬해 미국의 엔도사이트를 인수해 관련 기술을 확보한 노바티스는 2018년 신경내분비 종양 치료제 ‘루타테라’와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 개발에 성공했다.
플루빅토는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제로 2022년 3월 FDA 승인을 받은 RPT다. 출시 첫해 2억 7,100만 달러(약 3,600억 원), 지난해 9억 8,000만 달러(약 1조 3,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8년에는 38억 7,000만 달러(약 5조 원)까지 성장해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바티스의 플루빅토가 상업적 성공을 거두면서 후발주자들의 개발 움직임도 바쁘다.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말 조 단위의 비용을 투자해 RPT 개발 기업들을 인수했다. 지난해 10월 포인트바이오파마를 사들인 데 이어 액티스온콜로지와 RPT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해 노바티스와의 경쟁에 나섰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은 지난해 12월 레이즈바이오를,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3월 아스트라제네카가 캐나다의 퓨전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하면서 RPT 신약 개발 대열에 합류했다.
그밖에 사노피, GSK, 바이오젠 등도 RPT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결과, 2년 내 출시를 목표로 한 RPT 신약 수가 3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도 RPT 개발 속도↑ “초기 단계여서 기회 많아”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도 RPT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RPT 치료제는 아직 세계적으로 연구개발(R&D) 초기 단계다. 아울러 반감기가 매우 짧은 의약품이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 선점에 유리하다.
SK바이오팜은 3대 신규 모달리티 중 하나로 RPT 치료제를 설정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과 손잡는 등 국내외 파트너십을 통해 신약 개발에서 핵심 재료 제조 및 공급까지 포괄한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최근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로부터 RPT 후보물질 ‘FL-091’의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며 구체화한 성과를 냈다.
FL-091은 대장암, 전립선암, 췌장암 등 다양한 유형의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수용체 단백질인 NTSR1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 차세대 방사성 동위원소인 악티늄-225(225Ac)를 전달하도록 설계된 저분자 RPT다.
SK바이오팜은 앞으로 RPT 사업 전반(Full Value Chain)에 대한 보다 구체화된 사업계획을 올해 안에 공개하고, 임상 개발 및 사업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동아에스티 자회사 앱티스는 셀비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위암, 췌장암 타깃 RPT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앱티스는 링커를 제공하고 셀비온이 페이로드에 해당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담당하게 된다. 특정 암세포를 타깃하는 항체와 약물 대신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는 방사성 동위원소 중 하나인 Ac-225를 결합한 신약 개발이 목표다.
퓨쳐켐은 진단용 RPT에서 치료제로 영역을 넓혔다. 회사는 불소-18 동위원소를 의약품 후보물질에 표지하는 원천특허 기술로 파킨슨병 진단제 ‘피디뷰’와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제 ‘알자뷰’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 전립선암 진단제 ‘FC303’과 전립선암 치료제 ‘FC705’를 개발 중이다.
FC-705는 미국과 국내에서 동시에 임상2a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1상에서 FC-705는 객관적반응률(ORR)과 질병통제율(DCR)이 모든 환자에게서 확인됐다.
지난달 16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의약품에 지정됐다. FC-705는 전립선암 세표 표면에 과발현하는 PSMA을 타깃하는 RPT다. 이 치료제는 PSMA 단백질에 결합하는 펩타이드에 치료용 동위원소를 도입해 암세포를 사멸한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연세대학교 의료원과 함께 압타머 플랫폼 기술을 접목한 방사성핵종 표적전달 플랫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압타머의 높은 표적 친화도를 활용하는 것으로, 주력 신약 개발 프로그램인 압타머약물접합체(ApDC)을 RPT 치료제 분야로 확장할 예정이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