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자이∙바이오젠, “당국과의 지속 협력으로 재검토 요청할 것”
제약∙바이오업계, “국내 출시에 영향 없어”∙∙∙올해 말 출시 계획
[바이오타임즈] 유일한 치매 치료제 ‘레켐비’가 유럽에서는 사용이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블룸버그(Blomberg)>는 26일(현지 시각)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써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의 시판 허가를 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EMA는 “레켐비는 인지 저하를 지연시키지만, 심각한 부작용 위험을 상쇄하지 못한다”며 레켐비를 승인하지 말 것을 권고한 이유를 밝혔다.
‘레켐비’는 일본 제약사 에자이(Eisai)가 지난해 미국 다국적 생명공학 기업 바이오젠(Biogen)과 손잡고 개발한 아밀로이드 베타(Aβ) 항체 치료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뇌 속에 신경 독성을 가진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이는데, 레켐비는 이 아밀로이드 베타가 응집되는 것을 막아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기능을 한다.
레켐비의 최종 승인 여부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결정한다. 하지만 EC가 의약품 승인과 관련해 대부분 EMA의 권고를 따르는 만큼, 유럽에서 레켐비 승인이 지연될 전망이다.
◇EMA, ‘레켐비’ 승인 거부 권고∙∙∙이유는?
EMA는 레켐비의 부작용으로 뇌가 붓는 ‘뇌부종’과 ‘뇌출혈’을 동반하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등을 언급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레켐비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8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18개월간 2주에 한 번 정맥주사로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의 임상치매 척도(CDR-SB)를 측정한 결과, 레켐비 치료군이 위약군 대비 27% 개선 효과를 보였다.
해당 수치는 평가기준을 충족하지만, EMA는 두 치료 집단 간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또 투여 환자 중 12.5%는 ARIA가 발생했다.
ARIA는 레켐비를 사용했을 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스캔에서 뇌에 일시적인 부기가 확인되는 현상으로 잠재적 출혈 가능성도 동반한다.
CHMP 측은 “임상단계에서 ARIA가 나타났을 때 대부분 심각하지 않았지만, 일부 환자는 입원이 필요한 정도의 뇌출혈을 겪었다”며 “아포지단백 E4(APOE4) 유전자 사본 두 개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서 ARIA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임상과정에서도 뇌출혈과 뇌부종 등으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점도 레켐비 승인 거부 이유 중 하나로 언급됐다.
◇에자이∙바이오젠 등 업계, 유럽 당국 결정에 ‘실망’
현지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번 유럽 당국의 결정에 다소 실망스럽다는 분위기다. 비영리기관 알츠하이머유럽(Alzheimer's Europe)은 “유럽 내 700만 명의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며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기 위해 ‘원정 치료’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리스 파이낸셜 그룹(Jefferies Financial Group) 스티븐 바커(Stephen Barker) 애널리스트 등은 “그동안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가 유럽으로부터 무사히 레켐비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부정적인 측면에서 매우 놀라운 일’”이라면서 “재검토나 개발사의 항소로 레켐비가 승인되더라도 ‘조건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RBC캐피털마켓(RBC Capital Markets) 브라이언 아브라함스(Brian Abrahams)는 “유럽에서의 레켐비 잠재 시장 점유율은 20% 정도”라면서 “EMA가 CHMP의 권고대로 결정하지 않더라도 유럽 내 레켐비 출시는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자이 역시 이번 CHMP의 결정에 대해 실망감을 표하며 재검토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린 크레이머(Lynn Kramer) 최고임상책임자(CCO)는 “알츠하이머병 진행의 근본 원인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크다”며 “유럽 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레켐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당국과 지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젠 측 역시 “(유럽 당국의)모든 권장 사항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레켐비의 국내 출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제약∙바이오업계의 의견이다.
레켐비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미국 식품의약품(FDA)과 일본 후생노동성(MHLW),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허가를 승인받았다. 지난 5월에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레켐비를 허가하며 올해 말 국내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
허가에 앞서 식약처는 보험약가 평가 기간을 줄여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레켐비를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레켐비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 결과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미리 공유했다.
당시 식약처 관계자는 “앞으로도 안전성∙효과성이 확인된 치료제가 신속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홍콩, 이스라엘에서도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승인됐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