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후보물질 LOA, 7.9%∙∙∙10개 중 9개 이상 실패
효과적∙안전한 약물 개발 위한 타깃 발굴∙∙∙질병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 초점
노바티스∙암젠 등 협업∙∙∙신규 타깃 발굴 프로젝트 잇는다
[바이오타임즈] 의료와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질병과 약물에 관한 연구도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근거 기반 약물 개발 트렌드에 맞는 고효율적 임상연구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미국바이오협회(BIO)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모든 의약품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1상에서 품목 허가 승인까지의 성공률’(LOA)은 7.9%로 나왔다. 특히 신약 허가개발의 가장 큰 장애물로 언급되는 ‘임상 2상’은 후보물질의 28.9%만이 임상 3상으로 진입할 만큼, 후보물질 탐색∙발굴부터 임상시험, 시판 허가까지 신약개발 성공률은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바꿔 말하면 임상시험 10개 중 9개 이상은 실패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제약∙바이오업계는 신약개발 시 ‘임상시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여긴다.
바스젠바이오는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한 약물이 개발될 수 있는 타깃을 발굴해 신약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의료와 AI를 활용한 혁신적인 연구개발(R&D)로 수많은 환자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질병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치료제의 시작점을 발굴하고자 한다.
김호 대표는 “신약개발에서의 기본적인 AI 역할은 ‘휴먼에러’(인간이 행동에서 발생하는 오류, Human Error)를 줄여 이른 시일 안에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신약개발의 첫 번째 단계이자 핵심인 ‘타깃 발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상적이면서도 새로운 타깃’(INTa, Ideal Novel Target)을 발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호 대표를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봤다.
◇‘바이오뱅크’ 데이터 독점 사용권 확보∙∙∙다양한 질환 타깃 발굴
제약∙바이오업계는 임상시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약효와 안전성이 확실한 타겟 확보 ▲확보한 타깃과 가장 이상적으로 결합하는 화합물 발굴 ▲임상시험에 성공하기 위한 전략 수립 등 세 가지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18년 설립된 ‘바스젠바이오’(Basgenbio)는 20여 년간 추적 관찰된 15만 6,000여 명의 한국인 혈액 기반 ‘K-바이오뱅크’(K-Biobank) 데이터를 토대로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타깃 발굴 기술을 구축했다. 2021년에는 바이오뱅크 데이터에 대한 독점 사용권을 비롯해 60만 명에 달하는 글로벌 바이오뱅크 자료원을 확보해 국내∙외 다양한 질환의 타깃을 발굴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했다.
김호 대표는 “바스젠바이오가 확보한 K-바이오뱅크 데이터는 유전체(Genomics), 전사체(Transcriptomics), 단백체(Proteomics) 등 멀티-오믹스(Multi-Omics)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다”며 “오믹스에 임상 기록이 포함될 경우 질병의 발생과 진행 원인을 가장 정확하게 밝혀낼 수 있는 소중한 자료원으로써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타겟 발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스젠바이오가 개발한 ‘딥시티’(DEEPCT, DEEP learning-based Clinical Trials)는 유전체 코호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신약 개발 플랫폼이다. 크게 ▲질병 발생 및 진행의 인과적 관계를 밝히는 ‘타겟 발굴 프로세스’(TEDi) ▲각 분석 방법론에서 도출된 결과를 통합한 ‘타겟 우선순위 프로세스’(TPS) ▲심층신경망(DNN)을 토대로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선별된 정보를 평가하는 ‘약물화 가능성 예측 프로세스’(DEEPSCO) 등 세 가지 모듈로 구성돼 있다. 최신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신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김 대표는 “사업모델(BM)은 직접 임상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임상 전(前) 단계에서 발굴한 신규 타깃을 기술이전하는 방식”이라며 “기존 신약개발 또는 AI 기반의 신약개발 기업처럼 직접 신약을 개발해 임상까지 진행하는 장기 사업모델과는 차별화된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바스젠바이오 기술력에 주목한 국내∙외 기업은?
김 대표는 국내∙외 유수 기업이 바스젠바이오의 기술력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스젠바이오는 최근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기업 대웅제약과 딥시티를 활용해 항암 신약 타깃과 후보물질에 대한 초기 검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2022년에는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와 서울시가 주최하는 ‘제3회 헬스엑스 챌린지 서울’에서 1위에, 암젠(Amgen Korea)와 보건복지부가 주최하는 ‘피칭데이’에서 2위에 오른 이후 타깃 발굴과 연관된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지난해 5월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한 셀트리온(Celltrion)을 비롯해 동아ST, 영진약품, KSB튜젠 등과의 공동 R&D 연구를 통한 신규 타깃 발굴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업계도 바스젠바이오에 주목했다. 2021년 DS자산운용으로부터 6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같은 해 연세의료원 산학협력단과 25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매출 성장도 눈에 띈다. 김 대표는 “바스젠바이오는 2022년 4억 5,000만 원을, 2023년 4억 8,000만 원의 성과를 냈다. 2024년 올해에는 예정된 20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바스젠바이오가 기존 AI 산약개발 기업과 차별화된 역량과 BM을 가지고 있는 만큼, 혁신신약(First-in-class) 개발 과정에서 제일 필요로 하는 신규 타깃 발굴에 집중해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했다”며 “이는 수많은 기업∙기관으로부터 계약과 투자로 이어진 비결”이라고 말했다. 또 혁신적 접근법과 기술력을 입증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료, 특히 치료제 개발 분야는 가장 보수적인 산업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관점과 방식으로 자리 잡는 것은 바스젠바이오와 같은 스타트업에는 매우 큰 도전이다.
특히 바스젠바이오가 목표로 하는 ‘INTa’ 발굴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질병과의 인과관계가 있는 타깃을 증명하는 게 핵심 과제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해마다 20개 이상의 INTa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중 최소 10개 이상을 기술 이전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바스젠바이오의 새로운 접근 방식을 경험한 국내∙외 기업 및 전문가가 좋은 파트너로서 협업 시너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지금 추진 중인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연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바스젠바이오는 전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INTa 발굴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궁극적인 목표는 혁신 기술을 통한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으로 전 세계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바스젠바이오가 발굴한 INTa 기반의 약물이 수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치료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