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절개하는 방법의 백내장 수술 문제점∙부작용 해결
웨어러블 사시 진단기기, 시력 변화 추이 활용한 시력 예측∙관리 앱 개발
[바이오타임즈] 백내장은 눈에서 카메라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가 노화 등의 이유로 하얗고 단단하게 변하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 피부에 주름이 지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는 것처럼 투명한 수정체가 단백질 변성을 일으키게 된다.
최근 글로벌 고령화 추세에 따라 백내장의 유병률과 발병률은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실명 원인의 약 50%는 백내장에 의한 실명이다. 현재까지 치료 방법은 수술을 통해 백화된 백내장을 꺼내고 그 자리에 인공 수정체를 넣어 시력을 회복시키는 수술이 유일하다.
하지만 백내장 수술은 쉬운 수술이 아니다. 대한안과학회에 실렸던 보고서에 따르면 수련 기간 중 백내장 수술을 해본 국내 전공의의 90%는 수술 횟수가 20건을 넘지 못했다. 또 숙련된 안과 전문의도 본인의 컨디션이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절개 결과가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백내장 수술이다.
티아이는 백내장 수술 시 수정체 전낭 절개에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 ‘아이메스’를 개발해 현재 임상시험 중이다. 이외에도 웨어러블 사시 진단기 ‘아이게이지’,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시력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앱 ‘아이닥’ 등 안과 질환 치료에 필요한 다양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홍재 공동 대표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산업 디자이너, 안과 의사, 엔지니어가 모여 창업
티아이는 안과용 의료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산업 디자이너, 안과 의사, 엔지니어가 모여 2016년 설립한 의료기기 제조 회사다. 사명 티아이(TI)는 ‘눈(Eye)을 위한 기술(Technology), 눈을 생각(Think)하는 기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홍재 공동 대표는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기업 기획실과 디자인 연구소에서 신제품 기획, 디자인, 설계,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십 년간 경험한 바 있다. 퇴직 후에는 의료기기에 사용되는 특수 소재 수출입 업무를 진행했다.
문성혁 공동 대표는 과학고 졸업 후 의대에 진학해 안과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거쳤다. 이때 선배 의사들이 어렵게 수정체 전낭 절개술을 하는 것을 보면서 ‘다른 수술처럼 표준화된 절개 기구가 있으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특허를 출원하고 이를 제품으로 구현할 방안을 찾다 업계 관계자를 통해 이홍재 대표를 소개받았다.
두 대표는 전자공학을 전공한 황선준 이사를 영입해 전체 개발 과정과 인허가에 도움을 받았다. 황선준 이사는 특히 전자 공학 관련 기반 지식으로 아이메스 전용 제너레이터 개발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엑스레이 관련 의료기기 개발 경험이 풍부한 전자 공학 베이스의 박영국 이사가 합류하면서 아이게이지 개발을 본격화했다. 이외에도 현재 티아이에는 총 8명의 연구 인력이 임상 대응, 제품 생산, 포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숙련도 부족한 안과 의사도 쉽게 백내장 수술 집도 가능
백내장 수술 시에는 수정체를 감싸고 있는 수정체 전낭의 앞쪽을 직경 약 5.5~6mm의 원형으로 시축에 맞춰 일정한 모양대로 절개해야 한다. 이 과정은 움직이는 종이 위에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많은 수련 과정에도 불구하고 안과 의사들이 쉽게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아이메스는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백내장 수술용 수정체 전낭 절개 기구다. 규격화된 절개용 전극과 해당 전극 전용 제너레이터를 통해 짧은 시간 동안 전기 에너지를 인가할 수 있다. 수작업 절개에 의한 피로감, 긴 소요 시간, 방사열 파열 발생 가능성을 모두 해결해 수정체 전낭 절개술의 난이도를 현저히 낮췄다. 이에 초심자나 다소 숙련도가 부족한 안과 의사들도 백내장 수술 집도가 가능해진다.
이 대표는 “처음 개발을 시작할 당시에는 모든 수술실에 기본으로 있는 전기 수술기에 연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핸드피스 전극의 개발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전기 수술기는 파워가 기본 수백 와트고, 주로 연속 절개 목적으로 사용되다 보니 가장 작은 시간 조절 단위가 0.1초였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메스는 0.001초 단위로 제어해야 했기에 결국 전용 제너레이터까지 개발하게 됐다”며 “전용 제너레이터는 3등급 기기로 분류돼 임상시험까지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는 거의 개발의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다”고 덧붙였다.
티아이는 이외에도 웨어러블 사시 진단기기 아이게이지를 개발하고 있다. 사시는 두 눈이 정렬되지 않고 서로 다른 지점을 바라보는 상태를 뜻한다. 한쪽 눈으로 정면을 주시하고 있을 때 다른 쪽 눈이 안∙바깥 쪽으로 이동하거나, 위∙아래로 이동해 안구 변위가 일어나는 상태를 말한다. 사시가 자주 발생하는 눈은 시력 발달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성인에서 사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두 개로 보이는 복시가 생기게 된다.
이 대표는 “이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사시 유무와 중증도를 판단하는 과정을 마치 간편하게 시력 검사하는 것처럼 쉽게 검사할 수 있는 웨어러블 장비로 개발 중”이라며 “6세에서 12세 사이 학령기 아동의 건강 검진 시 시력 검사와 병행하면 조기에 사시를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닥은 학령기의 시력 검사 결과를 입력하면 빅데이터를 활용해 미래의 시력을 예측해주는 앱이다. 부모는 가족 시력을 모두 관리할 수 있으며 공유도 가능하다. 근시 약물을 사용할 경우 예측되는 시력 그래프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거주지 인근 아동 전문 안과의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 국내∙외 시장 성공적 안착 후 IPO 목표
티아이는 아이메스 개발이 거의 완성된 2021년, 대한안과학회에서 발표를 진행해 ‘세광학술상 대상’을 받았다. 올해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단일 제품으로는 이례적으로 ‘접근성 및 노화 기술’(Accessibility & Aging Tech), ‘인간 안보 지원 제품’ (Product in support of Human Security),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 등 3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또 최근 국제적 디자인 상인 ‘IF 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에서 2관왕에 올랐다.
아이메스는 현재 허가용 확증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후 주요 병원에서의 마케팅 임상시험이 준비돼 있다. 티아이는 국내 시장 개척을 위한 초도 제품 출시를 별도로 준비하면서 올해 말까지 해외 진출을 위한 FDA 신청 전 사전 미팅(Pre-submission)을, 내년 말까지 MDR 인증을 준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후 국내와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시점에 기업공개(IPO)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의료 인력이 부족한 국가나 지역에 거주하는 백내장 환자들도 쉽고 안전하게 백내장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아이메스를 개발했다”며 “막 수련을 시작하는 안과 의사를 대상으로 아이메스를 보급한다면 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을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오타임즈=신서경 기자] ssk@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