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MRI 등 의료기기와 AI 접목↑…의료AI 경쟁 ‘격화’
의료 AI '비급여' 진출 속속…시장 확대 견인 ‘기대’
[바이오타임즈] 초기 의료 AI(인공지능)는 MRI, CT 같은 영상 진단기기 결과를 판독할 때, 사용하는 보조 수단에 불과했다. 의사가 영상을 판독할 때, 놓치기 쉽거나 이상 병변 맞는지 구분이 어려운 부분을 1차적으로 판별해 알려주는 역할을 주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 AI는 영상 진단 장비와 병원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를 중심으로 적용됐다.
그러나 최근 의료 AI는 더욱 작고 간편해져 한층 더 일상과 가까워졌다. 의료AI는 휴대폰에 접목돼 한 번의 촬영으로 피부암, 탈모 등의 질병 가능성을 확인하고, 수면의 질과 정서 상태를 측정해 알맞은 해결법을 제시한다. 또 스마트워치 등을 통해 심혈관 기능을 살펴 심장마비 등 사망 위험이 높은 위급상황을 미리 감지해 알려주기도 한다. 보조 수준에서 벗어나 예방 영역을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의료기기와 접목 ‘확대’…의료AI 경쟁 ‘심화’
최근 지멘스·필립스·GE헬스케어 등 글로벌 의료기기 대기업들이 CT·자기공명영상(MRI) 촬영기기 같은 자사 제품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진단 보조기능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향후 의료 AI 스타트업들과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멘스 헬시니어스(대표 이명균)는 영상 촬영에 적용되는 AI 딥러닝 ‘딥 리졸브’ 기술을 제품에 적용해 영상의학전문의 영상진단을 돕는다. 딥 리졸브는 현재 분당서울대병원과 길병원을 포함해 다수 대학병원이 사용 중인 MRI 장비인 ‘마그네톰 비다’에 적용됐다. 수십만 개의 데이터가 저장된 딥 뉴럴 네트워크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낮은 해상도의 영상을 높은 해상도 영상으로 구현한다.
CT인 소마톰 익사이트에 탑재된 ‘마이이그잼 컴패니언’ 및 ‘마이이그잼 컴퍼스’도 지멘스 헬시니어스 AI 기술이다. 참고로 마이이그잼 컴패니언은 지능형 프로세스 자동화 검사 기반 영상획득 알고리즘이다. 또 마이이그잼 컴퍼스는 검사 중인 환자 정보를 수집해 스캔하고, 환자 성별과 나이를 자동으로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의료기기 장비회사는 기본적인 펀더멘털인 화질과 속도개선에 중점을 두고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장비는 스마트폰이고, 루닛, 뷰노같은 의료 AI업체 진단 솔루션은 애플리케이션 개념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장비회사에서 AI를 개발하는 이유는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며 “궁극적으로 의료 AI업체들의 기술과 비슷해질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AI 기업들의 ‘비급여’ 인정↑…시장 패러다임 바꿀 ‘전환점’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의 AI 솔루션들이 비급여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그간 국내 의료 AI 시장은 높은 진입장벽 탓에 실질적인 매출을 내는데 어려움이 있었으나, 임상적 유효성 등이 인정받으면서 추후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루닛(대표 서범석)은 지난달부터 흉부 엑스레이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에 대해 비급여 청구를 시작했다. 이어 최근 유방촬영술 AI 영상진단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에 대해서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 오는 3분기부터 최대 5년간 비급여로 의료현장에 선진입할 수 있게 됐다.
참고로 현행 제도상 AI 의료기기가 급여권에 진입하기 위해선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나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 등을 거쳐야 한다. 이 중 신의료기술 평가 유예 제도는 조기 도입이 필요한 새로운 의료 기술에 대해 평가를 유예함으로써 조기에 의료현장에서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그동안 영상 판독 보조 소프트웨어는 의사의 판독 행위와 사용목적과 대상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기존 기술로 분류되거나 혁신의료기술로 평가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가운데, 루닛은 루닛 인사이트 MMG를 활용한 방대한 양의 글로벌 임상자료 제출을 통해 현저한 진단 능력 향상 및 오류 감소 효과 등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신의료기술 평가 대상에 이어 이번 평가 유예에 선정됐다.
특히 이번 평가 유예는 AI 기반 영상 판독 보조 소프트웨어가 신의료기술로 분류돼 평가 유예를 받은 첫번째 사례로 의미가 크다.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은 비급여 상한액을 제한받지 않아 국내 시장에서의 빠른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뷰노(대표 이예하)의 AI 기반 안저 영상 판독 보조 솔루션 '뷰노메드 펀더스 AI™'도 지난 달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승인으로 비급여 사용이 가능해졌다. '뷰노메드 펀더스 AI™'는 안저 질환의 진단을 돕는 국내 1호 혁신의료기기이다. AI를 기반으로 안구 속 뒷부분인 안저의 영상을 분석해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녹내장 등 주요 실명 질환 진단에 필요한 이상소견의 유무와 병변의 위치를 수초 내 판독한다.
향후 뷰노는 '뷰노메드 펀더스 AI™'의 국내 영업 및 마케팅을 강화하고, 혁신의료기술 실시 기간 내 실사용 데이터(RWD)를 구축해 최종적으로는 정식 건강보험 등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외 코어라인소프트의 AI 기반 뇌출혈 분석 및 진단 보조 솔루션 'AVIEW NeuroCAD'도 최근 NECA로부터 혁신의료기술 사용 신고(임상진료) 결과 통보를 받으며, 비급여 청구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구미차병원,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삼육부산병원 등 AVIEW NeuroCAD를 도입한 16개 병원은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뇌CT 분석에 해당 소프트웨어를 적용할 수 있고, 회사는 분석 건 당 병원에 일정 비용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그간 의료AI 기술의 실제 상용화와 매출화는 의료진과 환자의 수용성, 기존 의료기기 규제 체계로 해결되기 어려운 AI라는 신기술의 특수성 등 다양한 진입장벽으로 인해 쉽지 않았다"라면서도 “최근 주요 의료AI 기업들의 비급여 인정은 이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꿀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오타임즈=권연아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