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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의 바이오人사이드] 메디사피엔스 강상구 대표, “신생아 희귀질환 진단 기술로 미국 진출 성공”
[최수진의 바이오人사이드] 메디사피엔스 강상구 대표, “신생아 희귀질환 진단 기술로 미국 진출 성공”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3.07.11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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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난치성 질환은 7,000여 개로 그중 5%만이 치료 가능
서울대병원과 공동 연구로 희귀질환 220여 종 및 희귀질환 유발 265개 유전자 판별 기술 개발
한 번 채혈로 일주일이면 희귀질환 관련 진단 정보 제시
윤석열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참여, 美 샤프 병원과 조인트 벤처(JV) 설립 MOU 체결
강상구 대표, 의사 출신이 아닌 듀크대 MBA 출신의 글로벌 IT 마케팅 전문가
IT와 바이오 기술 융합을 통해 시장의 니즈 해결, 국내 종합병원 여섯 군데 사용
“살릴 수 있는 아이는 살리자”라는 모토로 개발한 희귀질환 진단 기술력, 세계에서도 통할 것

모두들 바이오 업계가 어렵다고 한다. 투자받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IPO 흥행도 옛말이 됐다. 바닥에 떨어진 신뢰로, 보는 눈이 곱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뚝심 있게 이 업계를 지켜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이오 인사이더’로 통하는 최수진 박사가 바이오에 진심인 사람들을 만나 허심탄회한 속내를 들어본다. 그들의 시행착오와 실패담, 극복 과정은 오늘도 고군분투 속에 바이오 업계를 이끌어 가는 후배나 동료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K-BIO에 희망을 걸어도 좋다는 시그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 주)

메디사피엔스 강상구 대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신생아 희귀질환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한 메디사피엔스 강상구 대표

[바이오타임즈] 출산율이 최저치를 계속 경신하면서 인구 절벽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노산이 증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아이가 태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태어난 아이를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지키는 것도 중요해졌다.

매년 태어나는 신생아의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신생아를 위협하는 희귀질환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희귀·난치성 질환은 7,000여 개로 그중 5%만이 치료제가 개발돼 있다.

보통 2만 5,000명 미만의 환자가 걸리는 병을 희귀질환이라고 한다. 대부분 유전적으로 발생하지만, 빨리 발견하고 치료하면 환자의 삶이 달라지고, 사망률 감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희귀·난치성질환의 조기 진단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 ‘살릴 수 있는 아이들은 살리자’라는 모토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신생아 희귀질환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치료법을 추천·개발하는 기업이 있다. 2017년 설립된 메디사피엔스(대표 강상구)이다.

의학이나 바이오 전공자가 아닌 IT 마케팅 전문가인 강상구 대표가 메디사피엔스를 창업한 데는, 유전체 기반 생명공학기업인 디엔에이링크(DNA Link)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수행한 경험이 절대적이었다. 그 자신도 바이오 분야에서 창업하리라는 생각은 못 했지만, 언젠가는 바이오가 IT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늘 했더란다.

의사나 연구자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업 초기 투자 유치가 힘들었지만, 강상구 대표는 없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현존하는 기술들을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결국 메디사피엔스는 서울대병원 등 국내 유수의 병원들과 협력해 희귀질환 220여 종과 희귀질환을 유발하는 유전변이 등 265개 유전자를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 번 채혈로 일주일이면 희귀질환 관련 진단 정보를 제시할 수 있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7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올해 5월 아기유니콘에서도 선정됐다.

특히, 이 회사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참여해 미국 서부 최대 병원인 샤프 병원과 조인트 벤처(JV)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눈길을 끌었다.

국내 종합병원 6군데서 기술을 도입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과 중동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메디사피엔스 강상구 대표를 서울 송파에 있는 메디사피엔스 본사에서 만났다. 강 대표는 미국에서의 오랜 생활을 접고 한국에서 창업한 이유와 그간의 고생을 딛고 해외 진출에 성공한 과정, 그리고 뒷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들려줬다.
 

메디사피엔스 강상구 대표와 최수진 박사(한국공학대 교수)가 메디사피엔스 본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메디사피엔스 강상구 대표와 최수진 박사(한국공학대학교 교수)가 메디사피엔스 본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최수진 박사가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신산업 MD 시절, 투자 심사역과 투자 유치 기업으로 만난 인연이 있다. 

[최수진] 대표님, 오랜만에 뵙네요. 우선 독자분들을 위해 메디사피엔스가 어떤 회사인지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강상구] 메디사피엔스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희귀질환에 걸린 신생아들을 살리고, 치료 방법을 추천·개발하는 회사입니다. 본격적인 창업은 2017년 3월에 시작했고, 그동안 서울대병원과 공동개발, 공동임상 등을 진행해왔습니다. 현재 희귀질환 220여 종과 희귀질환을 유발하는 유전변이 등 265개 유전자를 판별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초기 진단을 통해 고치거나 지연시키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수진] 전부터 궁금했는데, 메디 사피엔스라는 사명은 무슨 뜻인가요.
[강상구]
Medy + Sapiens, 즉 메디컬 분야의 지혜(인공지능)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사실, Medy의 y가 I여야 맞는데, 핀란드 기업이 이 이름을 이미 사용하고 있어서 Medi가 아닌 Medy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핀란드에 있는 회사가 작년에 없어지면서 그 이름을 살까 하고 고민도 했었어요. 미국에서는 Medi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그런데 그럴 필요가 있나 싶고, 로고를 보시면 y와 p가 균형이 맞으니까 좋아서 그냥 쓰고 있습니다.

[최수진] 근황 이야기부터 할까요. 최근에 좋은 소식이 많이 들려오던데, 어떻게 지내셨어요?
[강상구]
지난 4월에는 윤석열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참여해 미국 대형 병원인 샤프 병원과 조인트 벤처(JV)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요, 5월에는 아기유니콘에 선정되었고, 바이오 USA에 참가해 투자 유치를 위한 미팅을 진행하는 등 정신없이 지냈습니다. 현재는 브릿지 투자 유치를 준비 중입니다.

[최수진] 방미 경제사절단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강상구]
미국의 대형 병원 그룹인 샤프 헬스케어 그룹(Sharp Healthcare Group)에서 먼저 조인트 벤처 설립 의뢰가 왔는데요, 원래 조인트 벤처라는 것이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샤프 병원은 종합병원 10개로 이루어져 있는 아주 큰 병원 그룹으로, 미국 서부의 최대 병원이자 신생아가 가장 많이 태어나는 곳이거든요. 아산병원 매출의 5배 정도 되는 규모에요. 우리 회사는 아직 작은 회사라 조인트 벤처 설립을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경제사절단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죠. 조인트 벤처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한다는 것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대통령이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진행된다면 계약을 하더라도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가 중기부에 적극적으로 제안해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샤프 원병과의 MOU 체결식에 중기부 이영 장관님이 참석해주셔서 이번 MOU 체결이 좀 더 이슈가 될 수 있었죠.

[최수진] 미국 샤프병원 그룹과는 어떤 인연으로 연결됐고, 또 조인트 벤처가 설립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진행되는지요.
[강상구]
제가 한국 오기 전 미국 생활 20년 중에서 절반 가까이를 캘리포니아 어바인(Irvine)에 있었는데, 사석에서 우연히 알게 된 샤프 헬스케어 그룹의 Art Mendoza(아트 멘도자) 의료담당 부사장과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했습니다. 이 친구 덕분에 제가 DNA Link 근무 당시 미국지사를 샌디에이고에 차릴 때도 샤프병원과의 파트너십을 가질 수 있었고, 지금도 샤프 병원은 우리 회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이번 MOU를 통해 메디사피엔스는 미국 유전자분석 서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됐습니다. 샤프병원 그룹이 보유한 약 4,000여 평 규모의 종합연구단지(Sharp Copley) 내에 약 200여 평 규모의 NGS 연구소를 연내 차리게 됩니다. 아트 멘도자가 조인트벤처의 의료 총괄 역할을 담당하게 되고요. 샤프 병원에서는 실험실 부지 제공부터 환자 모집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우리는 실험 장비 및 운용인력 관련 제반 비용과 희귀질환 진단 패널 및 AI 기반 유전변이 분석기술, 환자 평생 관리 정밀 의료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운용 등을 담당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한국인의 희귀질환 데이터 베이스 외에 미국에서 희귀질환 확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것은 희귀질환 연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향후 유전질환 진단뿐만 아니라 치료에도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큽니다.
 

메디사피엔스가 지난 4월 25일 방미경제사절단에 참가해 미국 샤프 병원그룹과 조인트벤처 설립을 위한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강상구(왼쪽) 대표와 샤프병원 아트 멘도자 의료담당 부사장이 업무협약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메디사피엔스가 지난 4월 25일 윤석열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참가해 미국 샤프 병원그룹과 조인트벤처 설립을 위한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강상구 대표, 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장관, 샤프병원 아트 멘도자 의료담당 부사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최수진] 원래 바이오나 의학 전공이 아니잖아요. 미국에서 했던 일들도 바이오와는 관련이 크지 않았던 걸로 아는데, 어떻게 메디사피엔스를 창업하게 됐어요?
[강상구]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87학번)를 졸업하고 데이콤에서 3년 반 정도 일하다가 1997년에 미국으로 가서 듀크대학에서 MBA를 받았습니다. MBA를 마친 후 JP모건의 국채 투자 업무를 거쳐 노텔, 삼성(yepp), 도시바, 3M 등에서 주로 IT 마케팅 업무 관련 일들을 했었죠. 그러다가 빅3 유전체 분석회사 중 하나인 DNA Link 경영총괄(COO)을 제안받고 20년 만에 한국으로 들어와 약 3년 가까이 수행한 후 메디사피엔스를 창업했습니다. 학부를 전기 전자, IT 관련 학과인 제어계측공학과를 나온 관계로, AI 영역에는 어느 정도 이해도가 있었습니다. 또 바이오 업계에 기술적인 백그라운드는 사실 부족합니다만, DNA Link 경영총괄을 하면서 인맥은 잘 꾸려왔다는 자부심도 있어서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최수진] 20년의 미국 생활을 뒤로 하고 올 만큼 디엔에이링크의 제안이 솔깃했나요?
[강상구]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3M에서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로 일하면서 인종차별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고 싶었는데, 40대 중반이 넘으면 돌아오기 힘들 것 같더군요. 그때 마침 듀크 MBA 동기를 통해 제안이 온 거죠. 또 디엔에이링크라는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은 생각도 컸구요. 서울에 와서 이종은 대표와 면접을 봤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서울대 선배이시더라고요. 그때가 2015년이었는데, 디엔에이링크가 그 해에만 200억을 펀딩했습니다. 상장사라도 200억이면 굉장히 큰돈이기 때문에, 오퍼레이션도 잘 알고 파이낸싱도 이해하면서 전략적으로 펀딩을 드라이브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간 제가 쌓아놓은 글로벌 비즈니스 마케팅 경력과 네트워크가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하셨는지 경영총괄로 일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래서 가족은 미국에 있고 혼자서 한국으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최수진] 그때만 해도 회사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은 없었겠네요.
[강상구]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그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우선 벤처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구요. 미국에 있을 때 쌓은 IBM 왓슨, 구글, 텐서플로우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디엔에이링크의 해외비즈니스 개발을 적극 지원했습니다.

[최수진] 그럼 미국에 있을 때부터 창업에 대한 꿈이 있었나요?
[강상구]
미국에 있는 삼성과 도시바에서 근무할 때 제품 조립에 작은 아이템들이 많이 들어가거든요.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 중 납품하는 곳이 많았죠. 그 회사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VC들을 만날 때, 그간의 이력이나 레퍼런스 등을 대기업에서 해주면 펀딩이 쉽게 됩니다. 그런 부분에서 제가 삼성, 도시바 제품에 그 회사의 부품을 납품받아 쓴다고 얘기해주러 갈 때가 있었어요. 그러면서 회사들을 눈여겨봤고, 회사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그때 많이 했어요. 특히 도시바에 있을 때 CT나 MRI 같은 의료기기 쪽에도 많이 관여하다 보니까 메디컬 테크놀로지에 관심이 많이 생겼죠. 그때가 일루미나 창업 초기였는데, 면접도 보러 갔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잘 안 됐지만, 바이오가 언젠가는 IT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게 됐고, 나중에 한국에 들어와 디엔에이링크에서 일하면서 유전체학(Genomics)이 뜨겠다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의사이시니까, 이쪽 분야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고요.

[최수진] 아버님이 의사이신데, 왜 의학을 전공하지 않았어요? 그 당시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에 갈 정도였으면 성적은 의대에 가고도 충분히 남았을 텐데요.
[강상구]
저는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의대에 가는 걸 반대하셨어요. 매일 아픈 사람만 보지 말고, 행복한 사람들과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게 이유였죠. 그래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아버지가 정형외과 전공의시고, 지금도 요양병원을 하시면서 일을 하고 계세요. 그런데 지금은 우리 큰아들을 의사 시킨다고 아버지가 더 난리세요. 아들은 가시밭길로 보내시더니 안 되겠는지, 손주는 의사를 시키겠다고 하십니다(웃음).

[최수진] 메디사피엔스를 혼자 창업했나요. 아니면 함께 뜻을 모은 사람들이 있었나요.
[강상구]
2017년 3월 창업했는데 저까지 포함해서 서울대 87학번 3명이 주축이 됐어요. CTO는 제 절친이자 AI와 Neural Networks 전문가인 강릉원주대 박래정 교수에요. 이 친구는 서울대 전기과를 나오고,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으로 석·박사를 취득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 하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이에요. 거의 인공지능 분야의 시조새라고 할 수 있죠(웃음). 이 친구가 아산병원 과제도 받게 해줬죠. 그 돈이 시드머니가 된거구요. 또 우리 회사 감사를 맡고 있는 최도철이라는 친구도 처음부터 같이 했죠. 이 친구는 제 기숙사 룸메이트였어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나왔고, 우리나라 전략 컨설팅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라 지금도 이 분야에서 우리 회사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 두 명 말고, 제가 디엔에이링크에서 데리고 온 유형진 이사는 바이오 디렉터로 회사 내 바이오 분야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성균관대 유전공학과 석사 출신으로 마크로젠과 디엔에이링크를 상장시킨 인물입니다.

[최수진] 그럼 창업 초기부터 신생아 희귀질환 진단 기술을 개발하신 건가요?
[강상구]
유전체 쪽을 하고 싶긴 했는데, 저희가 처음에 돈을 받은 게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와 심혈관계 질환 스탠트 시술 시 도움이 되는 임상의사결정보조시스템(CDSS)을 개발하는 정부 과제였어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심혈관 엑스레이(X-ray) 영상에서 주요 혈관 부분만 자동으로 추출해 막힌 곳은 어딘지, 위험도는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는 기술입니다. CDSS를 활용하면 AI가 환자들의 심장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해 병변을 찾아내고 최적의 진단법을 알려줘 스탠트 시술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거예요.

[최수진] 우리가 그때 처음 만났잖아요. 제가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신산업MD를 할 때였는데, 이 아이템 보고 돈이 안 될 것 같다고 했었죠.
[강상구]
맞아요. 이거 갖고는 돈이 안 된다고 했죠. 혈관이 워낙 복잡한데다가, 스탠트 시장 자체가 너무 협소하다고 했어요. 또 환자의 의료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하는 솔루션은 이미 적지 않은 회사들이 하고 있어 경쟁력이 없기도 했고요. 루닛이나 뷰노처럼요.

[최수진] 그때 루닛이나 뷰노가 아직 작지만, 막 커나가려고 하던 때이기도 했어요.
[강상구]
제가 그때 루닛이나 뷰노를 보면서 AI 의료 쪽에서 5개 내외의 회사들이 상장할 것 같은데, 루닛이나 뷰노가 분명히 먼저 상장할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면 나는 이 회사들과 차별화된 다른 아이템의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메디사피엔스 강상구 대표와 연구원들. 메디사피엔스의 직원은 17명으로 AI 엔지니어, 바이오 인포매틱스, 실험실(레드바이오) 인력들로 구성됐다(사진=메디사피엔스)
메디사피엔스 강상구 대표와 연구원들. 메디사피엔스의 직원은 17명으로 AI 엔지니어, 바이오 인포매틱스, 실험실(레드바이오) 인력들로 구성됐다(사진=메디사피엔스)

[최수진] 유전체 분석 쪽으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강상구]
제가 유전체 쪽을 한 번 해보고 싶어 하니까, 학교 선배인 서울대 의대 김희찬 교수님이 서울대 희귀질환센터 채종희 교수님과 함께 하는 대규모 정부 과제를 같이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원래는 SK텔레콤 지노믹스팀이 과제를 맡아 했는데, 팀이 없어지면서 대타가 필요했건 거에요.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어요. 그때 서울아산병원과 하는 정부 과제로 바빴고, 또 반려동물의 질병 진단 쪽도 하면서 나름 괜찮았거든요. 무엇보다 이 과제를 하려면 사람을 새로 뽑아야 했어요. 그런데 김희찬 교수님이 우리나라 희귀질환의 대가인 채종희 교수님과 하는 거니까 무조건 해야 한다고 설득하시더라고요. 그래서 SK텔레콤에서 3년간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던 걸 우리는 사람을 새로 채용해서 6개월 만에 파이프라인을 만들었어요. 그때 3년 정도 과제를 수행했는데, 당시에는 가족 당뇨와 같은 희귀질환을 몇 개밖에 못했어요. 채종희 교수님께서 신생아 희귀질환 진단 쪽을 같이 개발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있는 애들 중 살릴 수 있는 애들은 다 살려보자”고 하시면서요. 제가 원래 소셜 이슈에도 관심이 많았던 데다가 비즈니스 측면으로 봐도 희귀질환은 경쟁은 덜 치열하지만, 갈수록 주목을 끄는 산업이 되리라고 믿었기 때문에 하겠다고 결심한 거죠.

[최수진] 그때까지 신생아를 대상으로 희귀질환을 진단하는 플랫폼이 없었나요?
[강상구
] 병원 내에서도 소화기, 순환기, 호흡기 희귀질환을 다 따로 검사해서 진단해야 했죠. 그런데 이걸 통틀어서 만들면 비용도 낮아지고, 데이터베이스도 훨씬 빨리 모이니까 여러모로 좋은 거죠. 대부분의 희귀질환은 유전질환인데, 희귀유전질환을 신생아 때 조기 발견해서 의학적 조치를 해보자는 게 목표였고, 채종희 교수님이 모든 과를 다 모아서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최수진] 이렇게 해서 개발한 것이 바로 신생아 희귀유전질환 진단 솔루션이죠?
[강상구]
네. 서울대병원 본원 어린이병원과 3년에 걸쳐 유전체 분석 시스템을 공동 개발해 이미 임상을 마쳤습니다. 220여 개의 신생아 희귀질환을 판별하는 검사법(NEOseq_ACTION)(패널)과 신생아 DNA를 유전체 데이터 분석 솔루션(MedyCVi)으로 분석해 희귀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신생아는 발병 후 평균 8~9년간 수십 가지 검사를 해야만 희귀질환 유무를 확진할 수 있는데, 우리 진단 검사 서비스는 신생아 발뒤꿈치에서 채취한 미량의 혈액에서 얻은 DNA를 통해 일주일이면 희귀질환 관련 진단 정보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최수진] 희귀질환의 종류가 굉장히 많은데, 220여 개는 어떻게 선정했어요?
[강상구]
저희가 집중하는 희귀질환은 출생 후 16주까지의 신생아에게 나타날 수 있는 질병 7,000여 종 가운데 조기에 확진하면 생명을 살리거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질환이에요. 서울대병원 소아과와 협업해 약 처방이나 식이요법, 운동법 등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거나 발병을 지연할 수 있는 질병을 선별한 거죠. 우리는 하나의 돌연변이가 있으면 확실히 이 병이 발생한다고 진단할 수 있는 모노제닉만 보고 있죠.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는 옵티마이저한 방식으로 진행해요. 우리 솔루션은 한번 돌리면 보통 1,500개에서 2,000개의 유전 변이가 나와요. 특화시킨 개념이라고 보시면 돼요.

[최수진] 지금까지 밝혀진 7,000여 종의 희귀질환을 진단한다고 해도 솔루션이 있는 건 아니군요.
[강상구]
밝혀진 희귀질환만 7,000여 종이지,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희귀질환은 계속 생기고 있어요. 유럽에서는 1만 개까지로도 보고 있습니다. 만일 7,000개를 인공지능에 넣고 돌리면 이 희귀질환들을 일으키는 유전변이가 몇 백만 개는 나올 거예요. 이렇게 되면 아무리 인공지능이 좋다고 해도 몇 백만 개 중에서 어떤 변이가 해당 질병을 일으켰는지를 알아내려면 4주에서 8주까지 걸리게 됩니다. 비용도 너무 비싸지고요. 또한 고치거나 지연시키는 방법도 한계가 있어요.

[최수진] 빨리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거나 발병을 늦출 수 있는 희귀질환 220개를 진단할 수 있다고 했는데, 희귀질환으로 진단되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나요?
[강상구]
우리가 서울대와 함께 선정한 220개의 희귀질환은 다 솔루션이 있는 질환이에요. 임상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통해 특정 질환 발생 가능성은 물론, 약이 됐든 치료가 됐든 최적의 방법을 제시해주죠. 기존 치료법이 없다면 인공지능으로 전 세계 논문을 다 찾아요. 찾아낸 처방이나 솔루션을 갖고 병원 측은 보호자와 어떻게 할지 상의를 하는 거죠. 이 솔루션이라는 게 특정 희귀질환 가능성이 있는 아이에게는 이 아이가 5살이 되면 의미가 없어요. 그 전에 빨리 조치해야죠. 이 점이 우리의 가장 큰 경쟁력이자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수진] 희귀질환 진단 시, 보통 몇 %의 정확도를 보이나요?
[강상구]
우리가 만든 분석 결과 소프트웨어인 ‘MedyCVi’는 유전자 변이를 검출한 뒤 유전자 변이, 단백질 변화 형태 등 여러 정보를 활용해 검출된 변이를 양성, 병원성, 불확실성 변이형(VUS)으로 구분해요. 양성은 희귀질환 발생 가능성이 없는 것이고, 병원성은 가능성이 큰것, VUS는 확정할 수 없다는 의미에요. 사전에 ‘MedyCVi’에 대한 테스트 베드로 서울대병원 소아과에서 희귀질환 판정을 받은 환자 20여 명의 혈액 샘플을 받아 이게 무슨 병인지 맞추는 레트로 테스트도 했어요. 확진 시 병명 등 기존 진단 결과와 일치하는지를 실험했는데, 두 차례 모두 100% 일치하는 결과가 나왔죠.

[최수진] 그럼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 있는 아이 중 희귀질환으로 진단받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강상구]
태어나는 아이들의 약 10% 정도가 신생아집중치료실에 들어가요. 미국은 15% 정도 되구요. 저희와 희귀질단 솔루션을 공동 개발한 서울대병원의 경우, 1차로 스크리닝한 후 희귀질환 가능성이 의심되니 분석해달라고 샘플을 보내와요. 작년부터 새로 시작한 혁신조달사업에서 저희가 새롭게 개발한 265개 유전자를 특정하는 패널로 분석했는데, 보내온 샘플의 약 46%가 희귀질환으로 판독됐어요. 분당서울대병원은 좀 더 높아서 48% 정도 되구요. 희귀질환 가능성이 일반적으로 2만 5,000명에 한 명이나 그 이하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못 믿을 정도로 높은 수치입니다. 우리 패널로 진단되는 질환에 대한 정확도는 감히 100%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최수진 박사(한국공학대학교 교수)와 메디사피엔스 강상구 대표
최수진 박사(한국공학대학교 교수)와 메디사피엔스 강상구 대표

[최수진] 현재 이 솔루션이 국내 대학병원에는 어디 어디에 들어가고 있나요.
[강상구]
처음에는 분당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에만 들어갔었는데, 작년 말부터 조달청 공동구매 사업을 통해 서울대병원 본원, 양산부산대병원, 분당차병원, 아주대병원 등 6개 병원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또, 지금 대학병원 여러 곳에서 러브콜이 있어서 더 많은 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최수진] 적지 않은 바이오 기업들이 꿈만 먹고 사는데, 메디사피엔스는 매출이 발생하고 있겠네요. 패널 하나당 가격은 얼마에요?
[강상구]
지금은 개발 후 조달청 사업만 진행한 상태라 큰돈은 안 되지만, 신의료기술로 지정되면 패널 하나당 250만 원에 판매할 수 있어서 신청하려고 논문 준비 중입니다. 특허는 220개의 희귀질환 확진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해야 해서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고요, 전용실시권으로 우리 기술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최수진] 투자는 얼마나 받으셨어요? 처음에 투자받기 굉장히 힘들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강상구]
제가 의학이나 바이오 전공자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투자받기가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일단 투자 좀 받겠다고 하면 첫 번째로 물어보는 게 “대학병원 교수세요?”라고 합니다. 제가 아니라고 하면 “그러면 의사이신가요?”“박사 학위는 있죠?”라고 물어봐요. 제가 다 아니라고 하면 “무슨 배짱으로 바이오를 창업하셨어요?” 거의 이런 반응이었습니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교수 창업이 너무 많아요. 의대, 약대 교수면 무조건 오케이죠. 사실 사업은 비즈니스 역량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은 평가하지 않고, 기술자만 우대해요. 교수들은 CTO만 하면 되는 건데 말이죠. 그리고, 또 하나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다 보니, 이 역시도 투자를 받는 데는 걸림돌이 됐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를 같이 창업한 박래정 강릉원주대 교수가 아산병원 과제를 끌어와 급한 불을 껐고, 개인적으로 대출도 받는 등 여기저기서 끌어온 거죠. 월급은 밀리면 안 되니까요. 나중에는 진짜 대출도 안 되니까 죽을 것 같았어요. 진짜 그 상태에서 앨앤에스(L&S)벤처캐피탈 등에서 투자를 해줘서 너무 감사했어요.

[최수진] 그때 받은 게 시리즈A인가요?
[강상구]
네. 시드머니를 받은 후 지난해 3월 엘엔에스벤처캐피탈, 산업은행캐피탈 등에서 50억 원을 투자받았고, 2022년 1월 한국벤처캐피탈이 운용하는 ‘하이테크 기술개발 사업화 펀드’에서 20억을 받아서 여기까지를 시리즈A 단계로 생각합니다.

[최수진] 지금 브릿지 투자라운드 유치 중이라고 들었어요. 밸류를 얼마로 생각하세요?
[강상구]
밸류라는 게 참 재미있어요. 우리가 작년에 한국벤처캐피탈에서 20억을 받을 때 밸류가 220억이었어요. 그때는 220억이 적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밸류를 올려주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브릿지 때도 그대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VC 쪽에서는 밸류를 더 높여주겠대요. 저희한테 부르기 나름이라면서요. 미국과 중동 진출에 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투자를 받게 되면 미국 샤프 병원과 함께 하기로 한 NGS 연구소 내 장비 등 실험실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려고 합니다.

[최수진] 중동 진출은 얼마나 이야기가 진행된 건가요?
[강상구]
요즘 우리나라와 중동 간 분위기가 좋잖아요. 인적 네트워크도 있어서 빨리 진행시키려구요. 특히, 중동은 근친결혼이 많아 희귀질환도 많고, 병원비가 비싼데 국가가 다 대줄 정도로 돈이 많기 때문에 시장성은 아주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저희와 솔루션을 공동 개발한 서울대병원이 진출해있어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요. 두바이 등 아랍에미리트 쪽에 지노믹센터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데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일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일본도 섬나라라 옛날부터 친족끼리의 결혼 비율이 높아 유전병 같은 희귀질환이 많으니까요.

[최수진] 해외 진출 시 매출은 얼마나 기대하시나요?
[강상구]
지금은 미비한데 내년부터는 걱정 안 해요. 미국 샤프병원에 들어가면 조직검사를 다 우리 솔루션으로 하기 때문에 매출 부분에 있어서 기대가 커요. 샌디에이고 카운티에 샤프헬스케어 그룹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10개나 있고, 또 여성병원이 유명해서 아기가 많이 태어나요. 신생아 희귀질환 진단 검사가 굉장히 많이 이뤄질 걸로 예상합니다.
미국에서는 신생아 희귀질환 진단 검사 비용이 1회당 8,000달러 정도 해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엄청 비싸죠. 미국은 코로나 검사 때도 6,000달러였잖아요. 샤프병원은 ‘클리아 랩’(CLIA Lab) 인증을 받은 곳이라 저희 또한 인증된 연구소에 들어가기 때문에 진단 검사 1회당 8,000달러를 다 받을 수 있어요. 클리아랩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실험실 표준 인증인 클리아(CLIA)를 획득한 실험실인데, 이 인증을 받으면 아이템마다 일일이 승인받을 필요 없이 통과돼요.
[최수진] 맞아요, 미국에서는 ‘클리아랩’이라는 실험실 표증 인증이 되게 유명해요. 이곳에서 분석한 결과라고 하면 신뢰할 수 있어요. 우리는 GMP, GLP 다 따로 인증받아야 하잖아요. 우리나라에도 이 제도가 빨리 도입됐으면 좋겠어요.

[최수진] 이제 내년부터는 걱정 없겠어요. 미국에서 매출이 상당히 일어날 것 같은데요. 그리고 최근 메디사피엔스가 ‘아기유니콘’에도 선정됐다면서요.
[강상구]
네. 지난 5월 30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아기유니콘에 선정됐어요. 유니콘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건데, 이번에 경쟁률이 6대 1이었습니다. 아기유니콘이 되면 지원받는 게 많아요. 신시장 개척자금(최대 3억 원)부터 특별보증(최대 50억 원), 정책자금(최대 100억 원), R&D(최대 20억 원) 자금을 신청할 시 우대를 받아요. 기업 입장으로서는 아주 큰 도움이 되죠. 저희가 중기부의 ‘빅3’에 선정돼 3년간 R&D 지원을 많이 받았어요. 빅3이 끝나고 아기유니콘에 선정됐으니, 계속 중기부의 도움을 받게 된 거죠.

[최수진] 또, 세계적 의료분야 액셀러레이터 메드텍 이노베이터(MedTech Innovator)가 개최한 경쟁 프로그램에서도 최종 24개 회사에 뽑히셨죠? 어떤 혜택이 있을까요?
[강상구]
메드텍 이노베이터가 메디컬 테크놀로지 쪽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액셀러레이터라고 보시면 돼요. 미국 LA에 본사가 있고 싱가포르에도 회사가 있어요. 그런데 싱가포르 지사가 해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있는 관련 분야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경진대회를 열어요. 글로벌 진출을 위한 컨설팅도 해주고, 해외 지사 만드는 것도 도와주죠. 연말에 최종 대회를 열어 우승한 팀에게 상금도 주고, 글로벌 기업에게 멘토링을 받으며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요. 올해 경쟁률은 20대 1였고, 전체 24개 팀 중에 한국은 우리 포함에서 2개 회사가 뽑혔어요. 연말에는 싱가포르에 직접 가서 최종 대회에 참가해야 합니다.

[최수진] 그러고 보니까 회사 운영 이야기를 안 했네요. 회사 경영하면서 이것만은 꼭 지킨다라는 원칙 같은 게 있으세요?
[강상구]
스타트업은 항상 인력난 때문에 힘들죠. 그래도 저는 사람 한 명 뽑을 때 매우 까다롭고 신중하게 보는 편이에요. 직원들이 뭐라고 할 정도로요(웃음). 한 번 들어오면 오래 함께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건데, 직원 입장에서는 당장 뽑아줘야 본인들이 덜 힘들테니까 원망도 했겠죠. 그래도 지금은 다들 고마워해요.

[최수진] 처음엔 지원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사람 뽑기 너무 힘들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메디사피엔스에 입사하고 싶어서 줄 서 있다면서요(웃음).
[강상구]
지금 바이오 업계가 워낙 어렵다 보니 인원을 축소하는 곳이 많아 시장에 인력이 많아졌어요. 우리 회사 직원이 모두 17명인데, AI 엔지니어, 바이오 인포매틱스, 실험실(레드바이오) 인력들로 구성됐어요. IT 색깔이 강한 바이오 기업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도 직원들이 필요하긴 한데, 신중히 보고 있습니다.

[최수진] 회사 분위기는 어떤가요. 좀 자유로운 편인 것 같아 보이는데요.
[강상구]
보시다시피 자유롭습니다. 그리고 상하 구분 없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존댓말 때문에 아주 자유로운 분위기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직원들한테 말을 놓으라고 해도 다들 안 놓더라고요(웃음).
[최수진] 직원들의 의견을 끝까지 잘 경청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중에서 좋은 의견들은 실제 반영해야 하고요. 그래야 직원들도 계속 의견을 내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죠.
 

메디사피엔스는 신생아 희귀질환 진단 쪽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아 희귀질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회사를 목표로 한다
메디사피엔스는 신생아 희귀질환 진단 쪽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아 희귀질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회사를 목표로 한다

[최수진] 제가 인터뷰 마지막에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어요. 요즘 바이오 업계가 어렵잖아요. 투자도 받기 힘들고, IPO도 신통치 않고요. 대표님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강상구]
바이오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외부의 상황은 모르고, 갈라파고스처럼 그 안에서만 진화해오다가 이제 IT와 같은 다른 산업과 만나면서 재조정되는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바이오뿐만 아니라 기계, 토목, 건축 등 모든 분야에 인공지능과 같은 IT가 접목되면서 완전히 바뀌고 있지 않습니까. 올 게 온 것 같아요. 이제 허수들은 없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진짜들만 선별해야죠. 펀딩으로 먹고 살겠다는 회사들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수진] 특히 저는 회사가 자립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자기 업(業)을 중심으로 매출이 일어나야죠. 그게 작은 돈이라도 좋습니다. 남의 돈만 갖고 계속 회사를 끌고 가는 건 한계가 있지요. 매출이 난다는 것은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이고, 또한 선순환 구조를 통해 회사가 지속 성장할 수 있겠지요.

[최수진] 코스닥 상장은 언제쯤으로 계획하고 있어요?
[강상구]
우리나라는 엑싯하는 방법이 IPO밖에 없으니 하긴 해야겠죠. 그런데 쿠팡처럼 아예 미국에 상장할까도 고민 중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M&A를 통해서도 엑싯이 가능한데, 우리나라는 괜찮은 회사들을 공짜로 먹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오플로우가 메트로닉에 팔리는 걸 보고 사람들이 미국 회사에만 좋은 일 시킨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회사가 안 사주는 걸 어떡합니까. 이제 글로벌로 안 나가면 끝이에요. 우리나라는 사람도 안 태어나는 상황이니까요. 저희도 상장과 M&A 둘 다 생각하고 있어요.

[최수진] 미국 경험이 많으시니까 한국에서 벤처를 운영하면서 미국의 이런 면은 좀 부럽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강상구]
우리나라는 1등만 하는 사람을 되게 높게 사는데, 미국에서는 실패 경험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어릴 때 창업도 많이 해보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공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다행인 건 점점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잘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최수진] 그럼 앞으로 벤처를 운영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강상구]
저는 운이 좋아서 아무것도 없이 차렸지만, 앞으로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한 가지만 고집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노벨상을 탈만큼 엄청난 기술이 아니라면 내가 하려고 하는 아이템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다 하고 있어요. 맨땅에 헤딩하듯이 없는 기술을 개발하기는 쉽지 않으니, 이미 있는 기술들을 융합해 시장의 니즈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합니다. ‘아마존’처럼요. 우리가 가려고 하는 지향점이기도 합니다.
[최수진] 아무리 환상적인 기술이 있고,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고 해도 돈 버는 기술은 또 다르죠. 제가 메디사피엔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곳은 실제 매출이 일어나고, 또 앞으로도 많이 일어날 회사니까요. 그리고 일단 대표님이 진솔하잖아요(웃음).

[최수진]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강상구]
희귀질환이라는 게 살릴 수는 없다고 해도, 왜 죽는지를 알고 있으면 다음 세대에 도움이 되거든요. 그래서 자료들을 모아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나라가 이런 부분을 잘 못했어요. 신생아 희귀질환 진단은 노산 증가와 환경호르몬 문제 심화 등으로 수요가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또 제가 옛날부터 소외 받는 사람들이나 아픈 사람한테 관심이 많아서 기부나 봉사 모임도 하고 있고요. 신생아 희귀질환 진단 쪽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메디사피엔스가 돼서 희귀질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회사가 되겠습니다.

“여성들이여, 마음 놓고 임신하세요. 태어나는 아이의 건강은 메디 사피엔스가 책임지겠습니다.”(웃음)

■ 최수진 박사는? ■

국내 최초로 코엔자임 Q10을 개발한 인물로, 대웅제약 연구소장을 거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바이오PD,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신산업MD, OCI 부사장,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 대표를 맡았으며, 현재는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30년 가까이 제약업계는 물론 정부 기관에서 활약하며 신약 개발을 비롯해 바이오 기술개발 관련 전략 수립과 투자관리, 정책 수립 등을 두루 섭렵해온 그가 바이오타임즈의 [최수진의 바이오人사이드]에서 진정성 있는 바이오人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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