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안전성이 입증되고, 냉장 조건에서 보관 및 유통이 편리한 합성 항원 방식 적용
코로나19 엔데믹 시대의 방역 주도 및 중저개발국의 원활한 백신 공급에 기여할 것
[바이오타임즈] 순수한 국산 기술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첫 해외 승인 획득에 성공하며,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개발과 승인 속도에서는 늦었지만,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전환되면서 연례 접종 시장과 중저개발국의 백신 공급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목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유럽명 스카이코비온, 이하 스카이코비원)’이 영국 의약품 규제당국(MHRA)으로부터 영국, 스코틀랜드, 웨일스 지역에서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기초 접종(1, 2차)용 정식 허가 승인을 획득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로써 스카이코비원은 영국에서 8번째로 정식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백신이 됐다.
영국은 미국 FDA, 유럽 EMA 등과 더불어 의약품 승인에 까다로운 국가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 제약 산업 전체로 확대해도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해 MHRA 승인을 받은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스카이코비원은 이미 지난해 3월부터 MHRA의 신속 승인을 위한 순차 심사(Rolling Review)를 진행해왔으며, 임상 3상 결과를 바탕으로 만 1년 2개월 만에 이번 정식 허가 승인을 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영국 승인을 시작으로 WHO 긴급 사용 목록(Emergency Use Listing, EUL) 등재, 유럽의약품청(EMA) 판매 허가 등을 추가 획득해 코로나19 엔데믹 시대의 방역을 주도하고, 더 나아가 중저개발국의 원활한 백신 공급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코로나19가 유행의 정점을 지났지만 엔데믹으로 매해 접종 가능성이 커지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대한민국 1호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의 BN.1, XBB 등 신종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를 확인 중이다. 빠르면 상반기 중 변이 예방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미국, 일본, 호주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연례 접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지난 5월 10일 3년 4개월 만에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다시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하며, 코로나19 엔데믹(Endemic·풍토병화)을 공표했다. 해마다 유행하는 독감(인플루엔자)처럼 일상 방역·의료체계로 대응을 전환한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이 연례 접종화되면 스카이코비원은 일부 코로나19 백신과는 다른 강점으로 시장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매년 접종하는 독감 백신 등에 활용되며 장기간 안전성이 입증되고, 냉장 조건(2~8도)에서 보관 및 유통이 편리한 합성 항원 방식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고가의 초저온설비가 필요해 중저개발 국가로의 진입이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까지도 저개발국 인구의 70.1%(23년 5월 27일 기준)가 여전히 단 한 차례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새롭게 다가올 팬데믹의 대응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백신 공급 불균형 해소를 지목한다.
◇코로나19 엔데믹 시대의 방역 주도 및 중저개발국의 원활한 백신 공급에 기여할 것
스카이코비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합성 항원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이다. 미국 워싱턴대학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Institute for Protein Design, IPD)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공동 개발하고, 면역반응 강화 및 중화항체 유도를 위해 GlaxoSmithKline(GSK)의 면역증강제(Adjuvant)가 적용됐다.
합성 항원 방식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항원 단백질을 직접 주입하여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독감, B형 간염, 자궁경부암백신 등 지금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백신 플랫폼 중 하나다. 같은 제조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으로는 노바백스 백신이 있다.
재조합 백신은 항원 단백질만으로는 면역반응이 낮을 수 있어 일반적으로 면역증강제(알루미늄염 등)가 포함된 제형이 필요하며, 오랜 기간 사용으로 안전성이 높은 백신으로 알려졌다.
특히 스카이코비원은 개발 과정에서 워싱턴대가 개발한 딥러닝 적용 단백질 구조 예측·분석 프로그램인 ‘로제타폴드(RoseTTAFold)’를 활용했다. 단백질 입체구조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독하는 로제타폴드를 통해 개발해 완성도를 높인 세계 최초의 백신으로 평가받는다.
개발비는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공중 보건 증진을 위한 가능성을 인정받아 EU 호라이즌2020 연구 혁신 프로그램과 국제민간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또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은 전임상 단계 개발비를 지원했다.
스카이코비원은 국내 및 해외 5개국에서 만 18세 이상 성인 4,03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을 통해 기초 접종 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효과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스카이코비원 2회 접종 시 바이러스 감염성을 중화해 예방 효과를 유도할 수 있는 중화항체가 접종 전 대비 약 33배로 대조 백신과 비교해 약 3배 높았다. 백신 접종 후 중화항체가 4배 이상 상승한 대상자를 의미하는 항체 전환율 역시 98.06% 이상으로 확인됐다. 스카이코비원을 접종한 65세 이상 고령자에서도 중화 항체가가 대조 백신 대비 2.7배로 높았으며, 항체 전환율은 95%를 넘었다.
스카이코비원은 코로나19 예방 목적에 대한 필요성을 확인한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당국의 국산 백신 개발을 위한 지원을 바탕으로 지난해 6월 국내서 정식 승인을 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으로 백신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던 불확실한 상황이었지만 글로벌 공중 보건 수호라는 신념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믿고 노력해준 임직원에 감사하며, 이번 승인이 엔데믹 전환이라는 새로운 국면에서 우리의 글로벌 시장 입지를 굳힐 모멘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엔데믹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공중 보건 수호에 앞장서고자 ▲CEPI의 지원 하에 개발 중인 코로나19와 변이주가 속한 ‘사베코바이러스(Sarbecovirus)’를 표적으로 한 범용 백신 ▲다가(多價) 백신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최근 CEPI와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의 지원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활용한 mRNA 플랫폼의 전임상 연구를 진행하며 포트폴리오를 점차 확대해가고 있다.
아울러 안동 L하우스에 약 3만 평 규모의 설비를 증설함으로써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한편,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 설립 중인 3,257억 원 규모의 Global R&PD센터를 통해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R&D 네트워크를 구축해 엔데믹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공중 보건 수호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