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 미만인 희귀질환… 기존 치료제는 폐 기능 저하 지연에만 그쳐
전 세계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시장은 매년 7%의 높은 성장률 기록
국내 대형제약사부터 바이오벤처까지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개발에 한창
[바이오타임즈] 기존 치료제가 있지만, 여전히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질환 중 특발성 폐섬유증에 관한 신약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IPF)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과도하게 생성된 섬유 조직으로 인해 폐가 서서히 굳어지면서 기능을 상실하는 폐 질환이다.
최근 급속한 노령화와 코로나 팬데믹 이후 후유증의 급증 등으로 이 질환을 앓는 환자가 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10만 명당 13명에서 20명이 특발성 폐섬유증을 앓고 있으며, 국내 환자 수도 2021년 기준 약 1만 8,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치료가 쉽지 않아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 미만인 희귀질환이다. 치료제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오페브’와 로슈의 ‘에스브리엣’이 유일한데, 이들 약물은 폐 기능 저하를 지연시키지만, 질병 진행 자체를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또 부작용이 심해 환자의 중도 복용 포기율이 높다. 에스브리엣은 특허 만료로 복제약이 다수 출시됐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시장은 매년 7%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2030년에는 약 61억 달러(약 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분야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대형제약사부터 바이오벤처까지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개발에 한창이다.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베르시포로신(DWN12088)’은 2019년 미국식품의약국(FD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고, 2022년 7월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FDA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또한, 올해 1월 대웅제약은 영국 씨에스파마슈티컬스(CSP)와 PRS 저해제 ‘베르시포로신’의 중화권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번 기술 수출 계약으로 최대 934억 원의 기술료와 로열티를 지급받는다.
베르시포로신은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 중인 세계 최초 PRS(Prolyl-tRNA Synthetase) 저해 항섬유화제 신약이다. 콜라겐 생성에 영향을 주는 PRS 단백질의 작용을 감소시켜 섬유증의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현재 대웅제약은 베르시포로신의 글로벌 임상 2상에 돌입한 상태로, 1상 데이터를 통해 파트너십 체결에도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은 자가면역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CKD-506’이 특발성 폐섬유증에도 효과가 보인다는 걸 발견해 내 해당 물질로 유럽 5개 국가에서 임상 2상 중이다.
CKD-506은 HDAC6(Histone Deacetylase 6, 히스톤디아세틸라제6) 저해제로, 염증을 줄이고 면역을 억제하는 T세포 기능을 강화해 면역 항상성을 유지한다.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개발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보유한 특발성 폐섬유증 분야의 파이프라인으로는 레고켐바이오로부터 도입한 오토택신 저해제 ‘BBT-877’와 셀라이온바이오메드로부터 도입한 이온채널 조절제 ‘BBT-301’, 샤페론과의 계약을 통해 기술 도입한 GPCR19 작용제 ‘BBT-209’가 있다.
이중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선 후보물질인 BBT-877은 지난 13일 호주에서 임상 2상의 첫 환자 투약이 이뤄졌다. 호주에서의 첫 환자 투약을 시작으로 북미, 유럽, 아시아 지역에 소재한 50여 개 임상 기관에서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24주 간 BBT-877의 단독 및 추가요법에 대한 유효성, 안전성 및 약동학적 효력 등을 탐색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임상시험 환자 등록을 위한 스크리닝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BBT-877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를 위한 오토택신 저해제(Autotaxin Inhibitor)로 해당 계열 후보물질 가운데 개발 속도가 가장 앞서 있는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약물로 개발되고 있다. 오토택신은 혈중에서 ‘리소포스파티딜 콜린’(LPC)을 ‘리소포스파티드산’(LPA)으로 전환하며 LPA는 세포 내 수용체와 결합해 경화증, 종양 형성 및 전이 등 다양한 생리적 활성을 유도한다. BBT-877은 이러한 LPA 생산을 줄여 염증 및 섬유화를 막는 효과를 나타낸다.
BBT-877은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이 이뤄졌으나, 2020년 임상 2상 진입을 앞두고 베링거인겔하임이 해당 물질의 잠재적 독성을 우려해 브릿지바이오에 권리를 반환한 바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BBT-877의 반환과 함께 자체 개발 전략으로 선회했고,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2상 진행을 허가받았다. 기술 반환의 이유가 잠재적인 독성 문제였기 때문에 규제 기관에서 임상을 허가받으면서 우려됐던 부분이 해소됐다는 평가다.
나이벡은 주요 파이프라인 폐섬유증 치료제 ‘NP-201’ 글로벌 임상 1상 투약을 완료해 인체 안전성 입증에 성공했다고 지난 1월 30일 밝혔다.
이번 임상시험에서는 단계적으로 용량을 높여 투약했으며 4번째 그룹은 인체 허용 최대 용량인 400mg까지 투약을 진행해 ‘최고 수준의 안전성’ 입증 기준을 적용한 검증이 진행됐다. 지난 6개월간의 임상시험을 진행한 투약 대상자 중 한 명도 특이사항이나 부작용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나이벡의 폐섬유증 치료제 NP-201은 폐 섬유화의 원인인 콜라겐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질병의 진행을 멈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섬유증이 발생한 폐 조직을 정상 조직과 유사한 형태로 회복시키는 차별화된 기전의 새로운 치료제다.
폐섬유증은 외부 바이러스의 감염 등으로 인해 염증이 과잉 발현되면서 폐 속에 과도한 콜라겐 섬유가 침착돼 발생한다. 나이벡의 치료제는 염증이 과잉 발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용체에 직접 결합해 콜라겐 발생의 차단이 가능하며, 이미 우수실험관리기준(GLP) 수준의 안전성 시험도 모두 완료했다.
또한, 기존 치료제가 증상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진 데 비해 NP-201은 폐섬유증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나이벡은 임상 1상 최종보고서를 수령하는 대로, 다음 단계에서는 폐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주기적, 반복적 약물 투여를 통해 약물의 최적 효용량과 실제 효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6월 9일 유럽의약품청(EMA: European Medicines Agency)으로부터 삼중 작용 바이오신약 ‘LAPSTriple Agonist(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 HM15211)’를 ‘특발성 폐섬유증(IPF: 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추가 지정받았다.
LAPSTriple Agonist는 FDA와 EMA로부터 각각 ▲원발 담즙성 담관염 ▲원발 경화성 담관염 ▲특발성 폐섬유증 적응증으로 총 6건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LAPS Triple agonist(국제일반명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글루카곤 수용체, GIP 수용체 및 GLP-1 수용체를 모두 활성화하는 삼중 작용 바이오 혁신 신약으로, ▲섬유화를 억제하는 ‘글루카곤’ ▲인슐린 분비 및 식욕억제를 돕는 ‘GLP-1’, ▲인슐린 분비 및 항염증 작용의 ‘GIP’를 동시에 타깃한다. 한미약품은 특발성 폐섬유증 동물모델에서 LAPSTriple Agonist의 항염증·항섬유화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해당 신약후보물질은 다중 약리학적 효과를 토대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환자 지방간과 간 염증, 간 섬유화 등 복합증상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한미약품은 생검으로 확인된 NASH 및 간 섬유화 환자를 대상으로 후기 임상 2상을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1월 미국 FDA로부터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NXC680’에 관해 희귀의약품(Orphan Drug Designation, ODD)으로 지정받았다.
‘NXC680’은 폐 섬유화의 원인인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고, 염증 반응을 차단하는 저분자 합성신약이다. 회사는 올해 2분기에 ‘NXC680’의 국내 임상 1상 시험 승인(IND)를 신청할 예정이며, ‘NXC680’의 효능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술이전을 위한 다각도의 사업개발 논의를 가속화할 예정이다.
플랫폼 기반 혁신신약(First-in-Class) 개발기업 스파크바이오파마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섬유화 질환 치료물질 ‘SBP-401’의 임상 1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고 지난 8일 밝혔다.
특발성 폐섬유화증 치료제 개발 과제인 SBP-401은 타깃 분자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염증 반응과 폐섬유아세포의 섬유화를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혁신 신약(First-in-Class) 후보 물질이다.
이번 임상 1상에서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약물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약력학적 특성, 음식물 영향 및 인종 간 차이를 평가한다. 임상은 서울대병원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