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이중항체·피하주사제형(SC) 등 급부상
유전자나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ADC) 등 차세대 생명공학 기술이 제약바이오 산업에 접목되며 대전환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신약 개발 경쟁이 격화하면서 약효 전달 체계 등을 효율화해 경쟁력을 갖추려는 사업 전략이 펼쳐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 가지 기술로 무한 확장 가능한 '플랫폼'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망 바이오벤처들과 대형 제약사들은 자신들만의 강점을 가진 플랫폼을 통해 각자의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현재 바이오 생태계를 이끄는 플랫폼 기술은 무엇이며, 이를 활용해 제약바이오 업계 강자로 부상 중인 기업들을 알아봤다(편집자 주).
◇ 최첨단 유망 바이오 섹터로 떠오른 ‘플랫폼 기술’이란
[바이오타임즈] 플랫폼은 ‘Plat(구획된 땅)’과 ‘Form(형태)’의 합성어로 ‘구획된 땅의 형태’를 의미한다. 즉,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과 소프트웨어의 급격한 변화를 겪은 2000년대부터 플랫폼은 점차 진화하면서 여러 정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플랫폼은 기존 의약품에 적용해 다수의 후보 물질을 도출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의미한다. 신약 개발이 미래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면서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신약을 더 개선하는 플랫폼 기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그 동안 집중하던 신약 개발 또는 후보물질 발굴에서 영역을 넓혀 ‘플랫폼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플랫폼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약물이나 적응증에 제한되지 않고 다양한 질환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무한 확장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하나의 플랫폼 기술을 다양한 신약후보물질은 물론, 기존의 여러 의약품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지속적인 기술이전이 가능한 만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플랫폼 기술의 가치는 매우 크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바이오 플랫폼 기술을 신약에 적용시키거나 기술이전하고 있다. 다수의 기술수출에 성공한 국내 바이오기업들 역시 대부분 차별화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플랫폼 기술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미국 경영컨설팅 기업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Company)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글로벌 벤처캐피탈(VC)이 바이오텍에 투자한 520억 달러 중 346억 달러는 플랫폼 기술 보유 기업에 쓰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해나가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히 플랫폼 기술만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닌, 미충족 수요가 높은 유망한 기술에 대한 플랫폼 기술을 갖춰야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 제약바이오 업계가 주목하는 유망 플랫폼 기술은
항체-약물 결합체(ADC) 기술은 현재 전 세계 바이오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기술 분야 중 하나다. 일라이릴리, 얀센, GSK 등 빅파마들도 ADC 플랫폼 확보에 열 올리고 있다.
ADC는 암세포와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항체에 강력한 화학독성 항암제(페이로드)를 결합해 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를 사멸하는 치료제다. 항체와 약물을 결합해 약물이 항원을 발현하는 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하게 하는데, 항체는 특정 항원에만 일대 일로 대응하므로, 보다 정밀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가신약개발재단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ADC 시장은 8조 원 규모로 전망되며, 2026년까지 16조 4,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로 다른 항원에 동시 작용하는 이중항체도 차세대 플랫폼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항체는 한 가지 타깃 항원에만 작용해 제한된 효능을 보이지만, 이중항체는 두 가지 항체를 하나로 결합한다.
이때문에 하나의 의약품으로 서로 다른 타깃 항원에 동시 작용이 가능하다. 이중항체를 활용하면 보다 정교한 타깃이 가능해 치료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고 새로운 기전의 신약 개발이 가능해진다.
치료제 제형 변경기술에도 관심이 높다. 주로 정맥주사제형(IV)을 피하주사제형(SC)으로 바꾸는 플랫폼이 개발 중이다. SC플랫폼 기술 방식은 짧은 바늘을 사용해 피부와 근육 사이의 조직층에 약물을 주사해 정맥에 주사하는 것보다 천천히 흡수되도록 한다.
기존 IV 제품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몇 시간 동안 치료제를 투여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SC 주사제는 잦은 병원 방문 없이도 투약이 가능하며 투약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등 환자의 편의성을 개선시켜 준다는 점에서 선호되고 있다.
치료제 효과 반감기(약물의 농도가 정점에서 절반까지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한미약품이 독자 개발한 플랫폼 랩스커버리가 대표적이다.
이 기술은 항체의 특정 부분을 만든 후 화학적인 방법으로 연결해 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린다. 랩스커버리를 적용하면 매일 투여해야 하는 바이오 의약품을 일주일 또는 한 달에 한 번 투여하도록 개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높일 수 있다.
SAFA(Anti-Serum Albumin Fab) 기술은 지속형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 플랫폼이다. 몸 전체에 분포된 혈청 알부민과 특이적으로 결합해 약효 물질의 반감기를 증대시키는 역할을 해준다.
혈장 알부민과 결합하는 항체의 Fab 부위인 SL335를 이용해 혈장 내 알부민과 결합, 체내 약물 체류 시간을 증가시킬 수 있다. 약물의 투여 횟수를 줄일 수 있어 환자의 편의성 증대, 제약사의 수익 증대 그리고 환자의 경제적 부담 경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고령화로 인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퇴행성 CNS 질환 시장이 확대되면서 뇌 내로의 약물 전달 기술에 대한 관심 역시 증가하고 있다. BBB 투과기술은 신경질환을 치료할 때 중추신경계(CNS)로 전달되는 약물을 통과시키는 기법이다.
항체는 분자 크기가 크므로 뇌를 감싸고 있는 뇌혈관장벽((Brain Blood Barrier, BBB)의 투과가 어렵다.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BBB 투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쓸모가 없기 때문에 뇌질환 치료제 물질의 전달력을 높이는 BBB 투과기술 플랫폼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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