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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개발 경쟁 치열, 국내 선두 기업은?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개발 경쟁 치열, 국내 선두 기업은?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2.07.22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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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 미만인 희귀질환
기존 치료제, 근본적 치료 힘들고 부작용도 심해 미충족 의료 수요 높아
전 세계 폐섬유증 치료제 시장, 2027년 6조 7,000억 원 규모 예상
대웅제약 신약, 미국 FDA 패스트트랙 지정...브릿지 바이오 임상 2상 승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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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개발을 놓고 국내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대웅제약이 지난 19일 자사의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DWN12088이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미국 FDA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개발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IPF)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과도하게 생성된 섬유 조직으로 인해 폐가 서서히 굳어지면서 기능을 상실하는 폐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10만 명당 13명에서 20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치료가 쉽지 않아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 미만인 희귀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제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오페브’와 로슈의 ‘에스브리엣’이 유일한데, 이들 약물은 폐 기능 저하를 지연시키기는 해도 질병 진행 자체를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또 부작용이 심해 환자의 중도 복용 포기율이 높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MARC에 따르면 전 세계 폐섬유증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32억 7,800만 달러(한화 약 4조 2,000억 원)에서 매해 연평균 7.89% 성장해 오는 2027년 52억 6,800만 달러(6조 7,000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대웅제약)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 신약, 미국 FDA 패스트트랙 지정...브릿지 바이오는 미국 임상 2상 승인 받아

대웅제약은 이번 FDA 패스트 트랙 품목 지정을 계기로 매년 고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시장에 빠르게 진출함으로써 이 분야의 게임체인저가 된다는 계획이다.

DWN12088은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 중인 세계 최초 PRS(Prolyl-tRNA Synthetase) 저해 항섬유화제 신약이다. 콜라겐 생성에 영향을 주는 PRS 단백질의 작용을 감소시켜 섬유증의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DWN12088은 지난 6월 FDA로부터 특발성 폐섬유증 2상 IND 승인을 받았으며, 2019년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바 있다.

임상 2상은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다국가 임상 방식으로 진행되며 DWN12088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게 된다. 총 102명의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에게 24주간 시험약 또는 위약을 경구 투약 후 노력성 폐활량(FVC) 수치 악화가 얼마나 개선되는지 평가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5월 미국흉부학회 연례학술대회(ATS2021)에서 발표된 동물모델에서 DWN12088과 기존 치료제를 병용 투여 시 탁월한 항섬유화 효과 및 폐기능 개선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또한, 호주 및 한국에서 진행된 다수의 임상 1상에서 총 162명의 건강인 대상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약동학적 특성을 확인해 임상 2상의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기존 치료제가 존재하지만 여전히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질환이다”라며 “대웅제약은 FDA와 긴밀히 협의하고 개발 속도를 높여 하루 빨리 혁신 신약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웅제약 외에도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기업으로는 브릿지바이오, 나이벡, 한미약품 등이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파벨 프린세브(Pavel Printsev) 사업개발 디렉터가 현지시간 16일, 2022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행사에서 기업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브릿지바이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파벨 프린세브(Pavel Printsev) 사업개발 디렉터가 현지시간 16일, 2022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행사에서 기업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브릿지바이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의 임상 2상 시험을 승인받았다고 21일 밝혔다.

BBT-877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를 위한 오토택신 저해제(Autotaxin Inhibitor)로 해당 계열 후보물질 가운데 개발 속도가 가장 앞서 있는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약물로 개발되고 있다.

BBT-877은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이 이뤄졌으나, 2020년 임상 2상 진입을 앞두고 베링거인겔하임이 해당 물질의 잠재적 독성을 우려해 브릿지바이오에 권리를 반환한 바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FDA의 이번 임상 2상 승인이 그동안 제기돼왔던 잠재적 독성에 관한 우려를 모두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하반기 BBT-877의 다국가 임상 2상에 신속히 착수하기 위한 모든 채비를 마친 상황이다. 실질적인 임상 운영과 관련해 특발성 폐섬유증 영역에서 다국가 임상 운영 경험이 많은 대형 글로벌 임상시험 수탁기관(CRO)과의 계약도 체결했다.

임상 2상은 미국과 한국 등 전 세계 약 8개국에서 진행될 예정으로, 회사는 임상 개시에 필요한 작업을 거쳐 이르면 내달 환자 모집을 시작한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장기화했던 BBT-877의 잠재 독성 이슈와 관련해 미국 FDA로부터 소명했다는 판단과 함께 임상 2상 진입 개시 승인을 통지받아 뜻깊게 생각한다”며 “폐섬유화 질환 영역에서 하루빨리 혁신 신약 개발 성과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정 나이벡 전무가 '바이오 USA'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나이벡)
박윤정 나이벡 전무가 '바이오 USA'에서 폐섬유증 치료제 ‘NIPEP-PF’ 등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나이벡)

◇나이벡, 글로벌 임상 1상 추진...한미약품의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 특발성 폐섬유증 적응증으로 희귀약품 추가 지정받아

펩타이드 융합 바이오 전문기업 나이벡도 폐섬유증 치료제 글로벌 임상 1상을 추진 중이다. 나이벡은 지난 6월 13일 공시를 통해 폐섬유증 치료제 ‘NIPEP-PF’의 임상 1상 IND를 호주 인체연구윤리위원회(HREC)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임상 1상은 호주 CMAX 임상시험 센터(CMAX Clinical Research, CMAX)에서 18~60세 사이의 건강한 성인 32명을 총 4그룹으로 나눠 용량을 증가하면서 약물을 투여하고, 약동학적 특성, 안전성, 내약성 및 면역원성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호주의 임상 시스템은 미국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기구(EMA)의 규제를 준수하고 있어, 현지에서 진행된 임상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당국에 바로 인증을 신청할 수 있다.

나이벡의 폐섬유증 치료제 NP-201은 폐 섬유화의 원인인 콜라겐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질병의 진행을 멈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섬유증이 발생한 폐 조직을 정상 조직과 유사한 형태로 회복시키는 차별화된 기전의 새로운 치료제다.

폐섬유증은 외부 바이러스의 감염 등으로 인해 염증이 과잉 발현되면서 폐 속에 과도한 콜라겐 섬유가 침착돼 발생한다. 나이벡의 치료제는 염증이 과잉 발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용체에 직접 결합해 콜라겐 발생의 차단이 가능하며, 이미 우수실험관리기준(GLP) 수준의 안전성 시험도 모두 완료했다.

또한, 기존 치료제와 효능 비교실험에서 섬유증 유발 단백질 발현을 더 효과적으로 감소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입증한 바 있다.

나이벡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허가 받은 폐섬유증 치료제는 총 2종류가 있다”며 “다만 해당 약물 모두 섬유화 억제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기전의 의약품이 필요한 상황으로,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가 계속 증가하는 현 상황에서 나이벡의 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이벡은 이번 글로벌 임상과 별도로 글로벌 제약사의 요청에 따라 NP-201과 기존 약물의 병용투여 유효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해당 시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확인할 경우, 해당 글로벌 제약사뿐 아니라 관심을 표명한 제약사들과의 기술이전 또는 상용화를 위한 공동개발 관련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한미약품은 지난 6월 9일 유럽의약품청(EMA: European Medicines Agency)으로부터 삼중 작용 바이오신약 ‘LAPSTriple Agonist(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 HM15211)’를 ‘특발성 폐섬유증(IPF: 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추가 지정받았다.

LAPSTriple Agonist는 FDA와 EMA로부터 각각 ▲원발 담즙성 담관염 ▲원발 경화성 담관염 ▲특발성 폐섬유증 적응증으로 총 6건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LAPSTriple Agonist는 GLP-1 수용체, 글루카곤 수용체 및 GIP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 작용제로 ▲섬유화를 억제하는 ‘글루카곤’ ▲인슐린 분비 및 식욕억제를 돕는 ‘GLP-1’, ▲인슐린 분비 및 항염증 작용의 ‘GIP’를 동시에 타깃한다. 한미약품은 특발성 폐 섬유증 동물모델에서 LAPSTriple Agonist의 항염증·항섬유화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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