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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원규 레디큐어 대표, “치매 치료, 저선량 방사선으로 가능합니다”
[인터뷰] 정원규 레디큐어 대표, “치매 치료, 저선량 방사선으로 가능합니다”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2.07.01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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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선량 방사선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도전한 바이오 스타트업
강동 경희대병원 방사선 종양학과 정원규 주임교수가 창업
근본적인 치매 치료 위해 뇌 내의 면역 세포 일종인 미세아교 세포의 형질 변환에 집중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사선 치료 위해 탄소나노튜브를 사용하는 방사선 치료 장치 개발
정원규 레디큐어 대표(사진=레디큐어)
강동 경희대병원 방사선 종양학과 정원규 주임교수가 지난해 10월에 설립한 레디큐어는 저선량 방사선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도전한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사진은 정원규 대표(사진=레디큐어)

[바이오타임즈] 치매를 정복하기 위한 각국의 연구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헬름(Aduhelm)’(성분명 아두카누맙)이 세계 최초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승인받은 이후 후발주자들의 맹추격은 더욱 거세졌다.

먹는 치매치료제인 아두헬름부터 붙이는 패치형 도네페질 패치제 ‘애드라리티(ADLARITY)’까지 치매 치료를 향한 연구는 많은 진척을 이뤘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치료제의 기능보다는 증상 완화나 진행 속도만을 소폭 지연시키는 정도에 가깝다.

특히, 아두헬름이 부작용과 약효 문제, 높은 비용 등으로 생각만큼 치매치료제 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근본적인 치매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혀 새로운 접근법으로 치매 정복에 나선 혁신기업이 있다.

‘레디큐어’는 저선량 방사선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도전한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강동 경희대병원 방사선 종양학과 정원규 주임교수가 지난해 10월에 설립한 레디큐어는 창업 8개월 만에 6건의 공공기관 과제에 선정되고, 7억 원의 엔젤 투자를 이끌었다.

세계에서도 저선량 방사선을 이용한 알츠하이머 치료 연구가 드문 상황에서 약물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선량 방사선 치료를 위한 장비까지 직접 개발한 레디큐어의 연구개발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존 치매 치료가 치매의 원인 단백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을 제거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정원규 대표는 더욱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뇌 내의 면역 세포 일종인 미세아교 세포의 형질 변환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것은 저선량 방사선 치료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방사선 요법으로 암을 치료하던 의사이자 대학병원 교수가 치매 치료법 개발을 위해 직접 나서게 된 계기와 저선량 방사선으로 치매를 치료하는 원리, 그리고 레디큐어 만의 독자적인 기술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보았다.
 

​레디큐어가 입주한 홍릉바이오허브 지역열린동(사진=레디큐어)​
​레디큐어가 입주한 홍릉 서울바이오허브 지역열린동(사진=레디큐어)​

◇레디큐어는 어떤 회사인가요

저는 현재 강동 경희대병원 방사선 종양학과 주임교수이자, 바이오 스타트업 레디큐어 대표로 일하고 있는 정원규입니다. ㈜레디큐어는 작년 10월 27일에 설립하여 홍릉 서울바이오허브에 본사가 입주되어 있습니다. 회사의 목표는 치매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끄는 것입니다. 저선량 방사선 치료를 이용해 의학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직원 복지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보건 발전에도 한 축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아직 저를 포함해서 책임 연구원 한 분, 행정 업무를 봐주시는 두 분, 이렇게 총 4명이지만 한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현재까지 크고 작은 교내외 과제 약 6건, 총 2억 9,000여만 원을 혜택을 받았고, 엔젤 투자도 약 7억 원을 수주하여 회사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방사선종양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의대 학부 시절에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는 교수님 연구실에 가길 좋아했습니다. 교수님 방에는 항상 정리되지 않은 논문들이 쌓여 있었고, 그 특유의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저는 그런 분위기가 좋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교수를 꿈꾸게 되었고요. 의과대학 졸업 후 원하던 과를 선택할 수 없어서 1년 정도 쉰 적이 있었는데, 충남 청양의 한 개인 병원에서 야간 진료와 주말 당직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환자 대부분이 노인 분들이었고, 관절염, 당뇨, 고혈압 등 만성 질환 환자들이었죠. 당시 제가 충분한 의학 지식과 경험이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원장님이 계속 반복 처방을 하면서 하루종일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을 보니 엄청 지루하더라고요. 그때 제가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개원을 하게 되면 많이 권태롭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학병원에 남을 가능성이 크고, 환자를 볼 수도 있지만 연구도 할 수 있는 전공을 찾다 보니 방사선 종양학과를 선택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의대 교수로 잘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방사선 요법으로 암을 치료하다가 치매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나요

2016년에 가을에 평소 친하게 지내던 교수님으로부터 우연히 논문 한 편을 소개받았어요. 논문을 주셨던 그 교수님은 어머니가 치매를 앓고 계셔서 치매 쪽 연구를 많이 하던 분입니다. 미국 윌리엄 버몬트 병원에서 발표한 논문인데, 치매 모델 쥐의 뇌에 방사선 치료를 했더니 아밀로이드 베타 뭉치(Amyloid Beta Plaque)라는 치매 유발 단백질 덩어리가 줄어들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너무 신기해서 저도 관련 연구를 직접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해 한국연구재단에서 실시하는 개인 연구 지원 사업에 지원해서 연구비를 마련한 후 관련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최근 저선량 방사선 치료의 항염증 작용, 신경 보호 작용 등 그간의 연구성과를 국제 학술지에 보고했습니다.
 

레디큐어 직원들과 직접 개발한 저선량 방사선 치료 장비 모델(사진=레디큐어)
레디큐어 직원들과 직접 개발한 저선량 방사선 치료 장비 모형(사진=레디큐어)

◇저선량 방사선은 무엇이며, 이를 이용해 치매를 치료하는 원리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저선량’이라는 개념은 ‘고선량’과 상반되는 개념입니다. 일반적으로 ‘고선량’이라고 하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이 확인된 혹은 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 수준의 방사선량을 의미합니다. 주로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서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와 달리, ‘저선량’이라고 하면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을 의미합니다.
저선량 방사선의 치매 치료 원리는 일반적으로 저선량 방사선이 생명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기 보호작용 내지 항상성 유지 활동을 자극해서 치매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작용에는 대표적으로 항염증 작용과 항산화 작용이 있습니다. 백신을 이용해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것과 유사한 작용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방사선을 이용한 치매 치료 연구성과는 국내외에서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요

외국에서 시행된 소규모 환자 대상 임상 연구에서 치매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충북대학교에서 소규모 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중간결과는 긍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참여하는 좀 더 큰 규모의 임상 연구가 준비를 마치고 시작 단계에 있는 상황입니다.
모델 동물이나 세포를 사용해 자세한 기전을 연구하는 측면에서는 저선량 방사선의 항염증 반응과 항산화 작용 증대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제가 참여한 연구팀에서도 알츠하이머성 치매 모델 동물이나 세포에서 항염증 반응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고, 이러한 효과가 인지기능을 개선한다는 내용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습니다. 레디큐어는 2025년까지 방사선 치매 치료 기기인 ‘AMG-300’을 완성해 임상에서 환자들에게 쓰이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에 매진 중입니다.

◇방사선은 부작용 위험이 우려되는데, 저선량 방사선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저희가 사용하려는 방사선은 안전하다고 알려진 수준보다 더 낮은 양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사선 치료법을 찾기 위해서 탄소나노튜브를 사용하는 방사선 치료 장치를 개발하고, 조사 방법을 다양하게 변형하여 지금보다 적은 양의 방사선을 사용하여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한 방법을 찾는 연구를 지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레디큐어의 연구실 전경(사진=레디큐어)
레디큐어 연구실 모습(사진=레디큐어)

◇레디큐어가 가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현재까지 외국에서는 기존의 방사선 장비를 사용해 소규모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가장 큰 차별점은 레디큐어의 장비는 저선량 방사선을 사용하는 치매 치료에 특화된 장비라는 것입니다. 기존 방사선 장비는 암세포를 죽이는 목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고에너지 방사선을 방출합니다. 그리고 방사선 생성 장치가 한 개뿐이어서 다양한 조사 방식을 구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레디큐어의 장비는 10개의 방사선 생성 장치를 사용하여 저에너지부터 중에너지 방사선을 조절해서 사용할 수 있고, 두 개 이상을 동시에 조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양한 조사 방식을 활용해 최소한의 방사선을 사용해서 최대의 효과를 얻는 방법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치매를 치료하는 저선량 방사선 장비를 직접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기기이며, 장점과 특징은 무엇인가요

암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 치료법은 지속해서 사용했을 때 약물에 대한 내성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양을 투여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선량 방사선 치료법은 작은 양의 독을 사용해서 독에 대한 저항성을 키우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내성이 생겼다는 말은 독에 대한 저항성이 강해졌다는 의미가 될 뿐입니다. 그러므로 내성이 생겨서 발생하는 문제점에서 자유롭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위험성과 운용비용이 낮은 저선량 방사선 치료법이라는 점입니다. 많은 분이 암 치료 방사선에 대해 부작용과 위험성을 걱정하고 있는데요, 실제 임상 연구에서 사용되는 방사선 장비는 암세포를 사멸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강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장비입니다. 강한 에너지를 사용할수록 차폐시설을 비롯한 부대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환자나 운영자의 인체에 대한 위험성도 높아집니다. 레디큐어의 저선량 방사선 치료 장비는 저에너지에서 중에너지 방사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차폐가 쉽고, 장비 운용에 필요한 경비와 위험성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저선량 방사선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요

저선량 방사선이 항염증 효과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치매 이외에도 켈로이드, 퇴행성 관절염 등으로 치료 범위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 창업까지 고민이나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창업까지 한 가장 큰 동기는?

지난해 이른 봄, 현재 방사선 치료 장비는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치료 장비가 있는데, 치매 전용 장비가 없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2021년도 9월에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에서 발주한 ‘치매 환자에서 저선량 방사선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연구’에 제가 연구 책임자로 선정돼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임상 연구 초기이지만 인지기능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치매 환자뿐만 아니라 제가 연구하는 만성 염증 치료에도 저선량 전용 방사선 치료 장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러한 장비를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회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직접 뛰어들게 됐습니다.
 

레디큐어 스케일업 행사(사진=레디큐어)
레디큐어 스케일업 콘퍼런스(사진=레디큐어)

◇창업한 지 6개월 만에 7억의 투자를 유치한 레디큐어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치매는 최고령 국가로 가고 있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유수의 국가들이 고민 중인 가장 큰 난치성 질환 중 하나입니다. 또한 현재까지도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질환이죠.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연구자들은 기존 치료제 개발의 방향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즉, 치매의 원인 단백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을 무조건 제거해야만 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뇌 내의 면역 세포 일종인 미세아교 세포의 형질을 변환시키는 방법입니다. 즉 이러한 이상 단백질을 처리하는 세포의 기능 강화를 하는 방법인데, 저선량 방사선 치료로 그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초기 임상 연구 결과도 환자들의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서 우리 회사가 개발한 장비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의사 출신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경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있나요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다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꼭 의사로서라기보다는 누구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뒤늦게 시작한 모든 분이 겪는 어려움이겠죠. 하지만 주위에 많은 전문가분이 도와주고 있어서 이직까진 큰 어려움이 없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모든 조언을 깊이 새겨듣되, 결정은 내 몫이라는 마음으로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수익 발생을 위한 레디큐어의 경영전략은 무엇입니까

저선량 방사선 장비 판매 혹은 리스와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수익을 발생시킬 예정입니다. 구매자 입장에서 방사선 장비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운용인력확보 및 유지에 대한 고민이 크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원격 의료지원을 통해 레디큐어에서 제공하는 대신, 구독료를 받음으로써 구매자와 판매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공하고자 합니다. 초기에는 치매 전문 기관을 대상으로 공급을 시작해서 안전성과 유용성을 점차 알려 나가면서 일반 의원이나 보건소에도 공급하고, 최종적으로는 해외로도 진출할 예정입니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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