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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세포만 절단하는 유전자 가위 시스템 개발, 다양한 질병에 적용 가능
질병 세포만 절단하는 유전자 가위 시스템 개발, 다양한 질병에 적용 가능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2.06.14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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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KIST-강원대 공동연구팀, 질병 세포에서만 핵 내 유전자 교정하는 유전자 가위 고안
오프-타깃 이펙트 최소화, 다양한 질병 연관 마이크로RNA에 대응해 기술 적용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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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2020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노벨화학상을 받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 기술에 관한 관심과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전자 가위는 동식물 유전자에 결합해 특정 DNA 부위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인공 효소를 말하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탈렌(TALEN), 징크핑거(ZFN)에 이은 3세대 유전자 편집 기술로 Cas9 효소를 이용해 유전자를 정밀하게 절단할 수 있다.

3세대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 기술은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복사본인 RNA를 길라잡이 삼아서 Cas9이라는 효소(단백질)가 특정 DNA 염기서열과 결합하도록 만든 뒤 원하는 돌연변이 염기를 잘라내는 원리다. 1세대 징크핑거와 2세대 탈렌과는 달리 복잡한 단백질 구조가 없고 DNA 절단 정도가 더욱 정교하다. 이에 설계가 간편하고 제작비용이 적게 들며, 정교하고 효율적인 유전자 편집 가능해 현재 유전자 편집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실제 활용에는 기술적 한계들이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정성 문제로, 표적 유전자가 아닌 다른 유전자를 편집하는 오프-타깃 이펙트(Off-Target Effect)다. 또한, 다양한 세포가 혼합된 환경에서는 유전자 교정을 수행하기 어렵다.
 

세포 내 셀프 체크인의 마이크로RNA 특이적 작용 모식도(자료=KAIST)
세포 내 셀프 체크인의 마이크로RNA 특이적 작용 모식도(자료=KAIST)

◇KAIST-KIST-강원대 공동연구팀, 질병 세포에서만 핵 내 유전자 교정하는 유전자 가위 고안

KAIST 의과학대학원 이지민 교수 연구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오승자 선임연구원, 강원대학교 이주용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기존 유전자 가위 시스템의 문제를 개선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정상세포와 질병 세포를 모두 가진 실제 환자들에게 질병 세포에서만 핵 내 유전자 교정을 수행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 시스템(CRISPR/Cas9)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KIST 신철희 박사와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수찬 연구원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뉴클레익 엑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 IF 16.971)’ 온라인판에 지난달 30일 자 출판됐다. (논문명: Cytosolic microRNA-inducible nuclear translocation of Cas9 protein for disease-specific genome modification).

이번 연구에서는 유전자 가위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고, 효과적인 질병 세포 타깃팅을 위해 질병 세포 본연의 생태를 활용하는 접근법을 고안했다. 질병 세포 본연의 생태를 활용하기 위해 질병과 관련이 있는 마이크로RNA의 세포 내 기능을 응용하여 유전자 가위 시스템에 적용해 보고자 했다.

마이크로RNA는 유전자를 전사(유전정보를 복사하는 과정) 후 조절하는 19~24 뉴클레오티드(DNA나 RNA의 기본 단위) 길이의 RNA다. 마이크로RNA는 DNA로부터 전사된 메신저 RNA에 아르고너트(Argonaute; Ago) 단백질을 통해 결합하며, 결합한 메신저 RNA를 절단한다. 마이크로RNA의 비정상적인 발현이 다양한 질병에서 보고되고 있으며, 질병의 치료를 위한 표적 바이오마커로 많이 연구되고 있다.

다양한 질병에서 마이크로RNA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들이 빠르게 연구되고 있지만, 치료 물질의 전달 및 투여량의 문제, 세포 독성 및 비정상적 면역반응 활성화 등의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RNA가 메신저 RNA 표적 서열을 절단하는 특성을 활용해, 핵 위치 신호(Nuclear localization signal; NLS)가 부착된 기존 유전자 가위(Cas9)에 핵 외 수송신호(Nuclear export signal; NES)를 연결한 메신저 RNA 표적 서열을 결합한 유전자 가위 ‘셀프 체크인’을 고안했다.

이후 인간 질병 세포 과발현 마이크로RNA-21의 표적 서열과 마우스 마이크로RNA-294의 표적 서열을 연결한 ‘셀프 체크인’의 인간 질병 세포 유전자 교정 기능을 비교했다. 그 결과, 마이크로RNA-21 표적 서열 연결 유전자 가위만이 세포 내 마이크로RNA-21에 의해 절단되어 핵까지 전달되어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마우스 마이크로RNA의 표적 서열을 가진 ‘셀프 체크인’은 세포질에 머물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폐암 세포에서 마이크로RNA-21의 발현과 발암 단백질 Ezh2가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셀프 체크인’을 적용하여 마이크로RNA-21이 과발현된 폐암 세포에서 발암 유전자 Ezh2의 교정을 수행할 수 있었다.

암세포는 항암 약물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약물 저항성을 획득하게 된다. 폐암 세포에서 마이크로RNA-21과 Ezh2의 발현이 항암 약물 시스플라틴을 투여하면 오히려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항암 약물의 효과가 저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셀프 체크인’을 통한 Ezh2 유전자 교정과 시스플라틴의 병행 사용은 폐암 세포의 성장을 더욱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셀프 체크인의 링커 특이적 세포핵 이동 이미지와 항암 약물과의 병행사용 효과 확인(자료=KAIST)
셀프 체크인의 링커 특이적 세포핵 이동 이미지와 항암 약물과의 병행사용 효과 확인(자료=KAIST)

◇오프-타깃 이펙트 최소화, 다양한 질병 연관 마이크로RNA에 대응해 기술 적용 기대

유전자 가위 셀프 체크인 기술은 질병 세포에서만 특이적으로 마이크로RNA에 의해 절단되어야 기능할 수 있기 때문에 정상세포에서는 유전자 교정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질병 세포에서만 유전자 교정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존 유전자 가위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프-타깃 이펙트를 최소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한, 마이크로RNA에 의한 표적 서열 절단이라는 세포 내 시스템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마이크로RNA 표적 치료에 비해 안정성이 높고 세포 독성과 같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유전자 가위 셀프 체크인 기술은 단일 가이드 RNA 및 메신저 RNA의 표적 서열을 질병 상황에 맞게 교체하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질병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셀프 체크인 기술은 기존 유전자 가위 시스템의 문제를 개선해 높은 특이성을 가지고 질병 세포에 대한 유전자를 세포 특이적으로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ˮ며 “다양한 질병 연관 마이크로RNA에 대응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ˮ 라고 전했다.

한편 전 세계 유전자 편집 시장은 2018년 36.2억 달러(약 4조 860억 원)에서 연평균 14.5%로 성장해 2023년 71.2억 달러(약 8조 370억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유전자 편집 시장은 정부 및 민간 투자의 증가, 유전 질환 발생 증가, 유전자 편집 기술의 놀라운 진보 및 유전자 변형 작물 생산 증대와 같은 복합적인 추진 요소에 의해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크리스퍼 유전체 편집 시스템은 비교적 간단한 사용법과 기술 자체의 강력함으로 인해 기초 생물학 분야뿐만 아니라 의학적인 적용에까지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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